1000字 隨筆
문득.899 --- 영양 외씨버선길
외씨는 오이씨를 말한다. 외씨버선은 볼이 좁아 모양이 갸름한 버선이다. 외씨버선 하면 ‘조지훈의 승무’가 선뜻 떠오른다. “생략 / 소매는 길어서 하늘은 넓고 / 돌아설 듯 날아가며 사뿐히 접어 올린 외씨버선이여” 이 얼마나 생동감이 넘치면서 신선한 정감이 묻어나는가. 눈에 훤히 보이는 듯이 돋보이는 대목이다. 외씨버선길은 경상북도 청송군에서 시작하여 영양군을 지나고 강원도의 봉화군을 거쳐 영월군에서 끝나는데 4개 군 200km에 이르는 오백 리 길이다. 물론 외씨버선과 선을 함께하고 있어 보다 더 호감이 가며 친밀감으로 다가선다. 나풀나풀 날고 들꽃과 쉬면서 쉬엄쉬엄 걸어보는 길이다
외씨버선길에는 셋째길 김주영객주길, 넷째길 조선 중기의 문인이며 요리 연구가인 장계향디미방길 두들마을에 소설가 이문열, 다섯 번째 오일도시인의길, 여섯 번째 조지훈문학길, 열두 번째에 김삿갓문학길이라 불릴 만큼 문학인이 많이 있음을 엿볼 수 있다. 그중에 외씨를 닮았다는 네 번째 영양의 외씨버선길을 걷는다. 선바위관광지에서 출발이다. 절벽에서 떨어져 나온 바위가 낙동강 지류인 반변천에 촛대처럼 홀로 우뚝 선 선바위다. 공장의 작은 굴뚝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아직껏 전통 농촌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래서 더 아기자기하며 정겹고 추억의 옛길을 밟아보는 느낌으로 다가선다.
영양은 고추를 비롯해 사과며 고랭지채소와 약초 재배로 주민소득을 올리는 산악지대다. 산초 열매를 채취한다. 소나무 몸통은 발갛고 잎은 짙푸른데 칡넝쿨이 무법자로 보쌈하고 숨통을 죄며 담쟁이덩굴은 몸통을 타고 못살게 군다. 계곡에는 야생복숭아가 손길을 끌어당기고 으름 넝쿨에 국산 바나나라고 불리는 열매가 주렁주렁 열려 누렇게 익어가면서 호기심으로 충동질한다. 두들마을에 닿는다. ‘장계향’의 음식디미방이 있다. 외씨버선! 어딘가 아련함이 묻어나지 않는가. 여인네의 그 곱고 고운 발이 연상되지를 않는가. 버선을 신은 자태는 보이지 않아도 황홀토록 아름다운 선을 따라 걷고 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