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부터 젋은 남성들에 유행처럼 번진 여행 트렌드
축구스타 홀란 7시간 챌린지로 '로봇 아냐" 화제 몰이
스스로 통제하는 힘 보여주고 역경 이겨낼 동력 긍정론
혈전증 등 건강 해치는 위험, 바보같은 짓 부정 평가도
잉글랜드 프로축구 맨체스터 시티의 '득점 기계' 엘링 홀란(24)이 미국 친선경기 투어를 마치고 맨체스터로 돌아가는 여객기 좌석에서 7시간 내내 로봇처럼 눈을 깜박이지도 않고 눈동자도 굴리지 않은 채 항로를 보여주는 화면만 뚫어져라 바라보는 동영상으로 세계인을 놀래켰다. 최근에 유행하는 여행 트렌드 '로 도깅'(raw dogging)에 동참한 것이었다.
영국 일간 더 선은 로 도깅에 대해 "사람들이 비행기 안에서 비행 지도만 보고 잠을 자거나 다른 일은 하지 않는 기괴한 온라인 트렌드"라고 설명했다. 최근 애플TV 오리지널 시리즈 '하이재킹'을 통해 유행처럼 번졌으며 창의성을 기르고 불안감을 없애는 데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홀란은 비행하는 내내 "휴대폰도 안 썼고, 잠도 안 잤고, 물도 안 마셨고, 음식도 안 먹었다. 오직 지도만 있었다. 쉽다는 것을 알았다"고 덧붙였다. 더 선에 따르면 한 팬은 "그는 로봇이라는 의심으로부터 절대 달아날 수 없다"고 지적했고, 다른 팬은 "멘탈 몬스터"라고 감탄했다. 이 밖에도 "홀란이 고장났다. 시스템 업그레이드가 필요하다", "이게 진짜 운동선수", "정신력이 엄청난 녀석" 등의 반응이 나왔다.
동사 'dog'은 누군가를 바짝 따라다닌다는 뜻인데 도깅이란 신조어는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패션잡지 ‘마리끌레르’ 영국판의 편집인이었던 헬렌 러셀이 쓴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덴마크 사람들, 그들과 살아본 일 년'(마로니에 북스)이란 책에 처음 소개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1980년대 북유럽의 공원 숲을 비롯한 공공장소에서 대놓고 애정 행각을 벌이거나 그런 행위를 몰래 엿보는 일을 도깅이라 이름 붙였다.
영국 BBC는 홀란의 곱절에 가까운 13시간 반 비행 내내 영화나 오락, 책, 음악도 듣지 않는 로 도깅에 동참한 다미언 베일리 사례를 찾아내 11일 소개했다.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 사는 베일리는 지난주 중 국 상하이에서 댈러스까지 가는 동안 개인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며 자랑스럽게 인스타그램에 동영상을 올렸다. 그는 "솔직히 매우 힘들었다"면서도 도전을 계속했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오래 할수록 스스로를 증명하기가 힘들어진다고 했다.
오스트레일리아의 음악 프로듀서인 토렌 풋도 틱톡에 동영상을 올리고 “그냥 로더깅했음, 멜버른까지 15시간 비행 동안"이라면서 눈 깜박이는 일조차 힘들었다고 털어놓았다. 그 역시 "음악도 없고, 영화도 없고, 그저 비행 지도만 봤다"고 했다.
몇몇은 식사나 물 마시는 일조차 피한다. 극소수는 일어나지도 않고, 심지어 화장실도 다녀오지 않는다고 했다.
지난해 유행이 시작돼 젊은 남성들, 특히 운동선수처럼 보이는 이들이 그저 비행 지도 화면이나 안전 안내 가이드만 들여다 보는 동영상을 올리곤 했다. 이들 중에는 "염력"만을 이용해 어려움을 이겨내보겠다고 다짐하는 이도 있다.
BBC는 속물적인 유래가 있을지 모르지만 이 신조어가 차츰 보호나 지원 없이도 어떤 일을 해낸다는 의미로 쓰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 남성은 회복력과 스스로를 통제할 수 있음을 증명하는 기회로 이 트렌드에 빠져들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의료 전문가들은 이 트렌드의 극한 버전, 예를 들어 음식도 물도 화장실도 가지 않는 유형은 상당한 건강 위험을 초래한다고 우려했다. 에어 앰뷸런스에 의료 에스코트를 제공한다는 길 젠킨스 박사는 "그들은 바보들"이라며 "디지털 디톡스로 몇 가지 좋은 점은 있을지 모르지만 그 나머지는 모두 의료적인 조언에 반대된다"고 지적했다.
그녀는 이어 "장거리 비행의 위험에 대한 모든 것은 탈수 위험과 연관돼 있다"면서 "움직이지 않으면 동맥 혈전증 위험이 있는데 탈수 때문에 가중된다. 화장실에 가지 않는 일은 대단히 멍청한 짓"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비즈니스 심리학자 다니엘레 하이그는 사람들이 왜 조용한 명상에 시간 보내고 싶어 하는 이유를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렇게 하면 차츰 더 빨라지는 속도와 기술이 주도하는 세상에서 마음이 헤맬 수 있도록 허락한다. 하이그는 "정신적으로 재충전하고 새로운 시각을 얻는 기회를 제공한다"고 못박았다.
그녀는 이런 트렌드가 “정신적 짬(여유 공간)을 되찾고 내면의 자아와 연결고리를 더욱 깊게 보장하는 균형에 대한 집단적 여망의 표현”이라고 진단했다. 나아가 로 도깅이 젊은 남성, 특히 고독을 통제할 힘이 있으며 스토이시즘(금욕주의)에 불편함을 느낀다는 것을 보여주도록 한다고 덧붙였다.
베일리는 “내가 그 트렌드를 좇아 처음 해본 것은 필요성 때문이 아니라 단거리 비행 때였다. 헤드폰을 잃어버렸고, 내가 시청하고 싶었던 엔터테인먼트도 없어서였다"고 털어놓았다. 그 뒤 계속했다. “확실히 난 이 챌린지를 좋아했다. 난 비행을 자주 하는 편인데 왜 스스로 챌린지하면 안돼?”
학자이며 '지루함의 과학'(The Science of Boredom)의 저자인 샌디 만은 지루한 채로 몇 시간을 견디게 하는 일은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며 “긴장을 이완하고 창의성을 높이는 데 진짜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물론 현대 기술로부터 늘상 받는 '기분 최고'(highs) 상태에서 스스로를 멀어지게 하는 일도 중요하다. 그녀는 "글자 그대로 비행 중이라 해도 우리는 새롭고 신기한 것과 자극, 도파민 필요를 줄여 짬을 내 숨쉬고 구름을 쳐다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그녀도 현재 모든 조언이 장거리 비행 중이라 해도 모바일 연결 상태의 중요성을 강조한다는 점과 음식이나 물을 피하려 들면 건강 위험을 더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했다. 만 박사는 "내 생각에 사람들은 7시간 비행에 이상적인 일이 아니란 것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면서 "여러분은 균형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분명, 모든 이에게 해당하는 일이 아니다. 한 소셜미디어 이용자는 "스스로 탐닉하는 고문처럼 들리며 글자 그대로 동기도 없다"면서 "내게 비행 중 와이파이 이용권과 수면 마스크를 달라. 스낵 몇 봉지만 던져줍시다”라고 말했다. 10시간 비행에 대해 포스트를 올리는 모든 사람이 정말로 스스로 만든 규칙에 꽉 잡혀 있는지 의문이라고 보는 이도 있었다.
직접 로더깅을 해본 이들 몇몇은 그리 인상적이지 않더라고 했다. 브렌다란 틱톡 이용자는 "큰 실수"였다며 "이륙한 것이 내 제정신뿐이었다는 것은 아주 분명하다. 스스로에게 노트하라, 다시는 하지 않겠다고. 분명 과장된 경이다. 사람들이 알고 있는 만큼 모두 계몽적이지도 않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