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생신 떡과 케익을 병원 어르신들과 나눈 후 근처 성당에서 주일미사 참례하고 올 때, 옛부터 바람잘 날 없는 그 언덕길에 다다르니
문득 가슴아렸던 지난일이 떠올랐습니다.
계절풍이 부는 우리나라의 가을은 갈대가 있어서인지? "쓸쓸하다." 라고 표현하는 것은?
"적도의 습한 열기를 맞으며 영글었던 열매도 거둬들이고 뒹구는 낙엽을 밟으며 긴 겨울을 살아야하는 외로움 때문"이 아닐까요?
어릴 적 동네 지형이 바뀔 정도로 큰 홍수를 겪자! 들녘이 황무지로 변해 나라에서 중장비로 십리나 되는 기다란 언덕을 쌓았지요.
우리 마을도 포함 됐지만 지금도 등 굽은 거대한 강변에 남은 흔적을 보면 큰 공사였나 봅니다.
그 후 우리는 바람은 세차도 등교시간이 단축되는 그 언덕 길을 항상 택했는데, 삭막했던 초기와는 달리 강변이라 온갖 식물들이 자생하더니
해가 바뀔수록 허리춤에서 우리키를 훌쩍 넘어버렸어요.
가시덤불도 생겼고 꽃과 나무들도 많이 자라 숲을 이루니 서식조건에 맞았던지? 노니는 새들 사이로 이따금 잰걸음의 까투리도 보였어요.
그런데 마치 꿈동산 같은 그곳에서 우리는 놀라운 것을 발견했답니다.
아무도 관여하지 않았고 바람마저 머리위로 불어주었으며 하늘만이 우릴 볼 수 있는 곳!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곳에 사람이 살았기에 말입니다.
우리는 숲에서 잠자고 이슬을 머금으며 말없이 풀만 뜯는 어느 가련한 여인을 보았는데 너무 야위었고
우릴 보면 힘없이 웃어주던 풀어진 눈동자에 비친 선한 모습에 다들 놀랐답니다.
사실 그의 사연을 알아볼 만큼 여유롭지 못했고 대책을 생각 못한 어린 우리가 할 수 있었던 건? 깨끗한 쑥을 뜯어 건네는 거 밖에 없었어요.
포근한 우리들의 쉼터! 가끔 머뭇거리다 지각할 때도 있었지만, 그기서 자잘한 추억들은 하나씩 쌓아져갔답니다.
어느 날 일꾼들이 시멘트로 튼튼한 제방을 쌓더니 꿈동산은 없어지고 아파트가 들어섰습니다.
날마다 빼꼼히 얼굴을 내밀던 작은 금수들은 사라졌고 대신 사람들이 가끔씩 바둑판같은 아파트에서 머릴 내밀었지만
우리는 길섶에서 만나면 풀물 든 입술로 푸른 미소를 지어주던 그 여인이 궁금해 찾아봤으나 휑해진 그 길엔 미물 하나 보이지 않았답니다.
그러다 건너 마을 야산에서 발견했는데 역시 민가를 맴돌며 살고 있었어요.
이후부터 당근과 쑥 같은 푸성귀를 듬뿍 쌓아두고 오곤 했던 건? "연민이 있었기에 자주 찾아보게 되었다." 싶었는데,
어느 건조한 겨울 그 동네 “지역가요대회”가 열리던 날, 축제분위기 탓 이였던지? 산불이 났답니다. 이후로는 그를 볼 수 없었지요.
먼 산만 바라보면 그가 생각났고 험한 쪽으로 상상을 하면 고개가 저어지니 애꿎은 기타 줄을 뜯으며 읊었다는 나의 독백이
“살아만 있었지 사는 게 아니었던 그 여인은 어떤 사연이 있었으며, 내가 어렸다 해도 그의 간구를 몰랐다는 미련함,
또 사람들은 왜 외면했을까?” 싶었고, 거친 이별이 미안했지만 "인간은 망각의 동물" 이라 당연한 듯 잊고 살았어도
그날의 언덕 바람을 통해 새롭게 나를 일깨워 주셨답니다.
첫댓글 오~호
참으로 기이하고도 연민어린 사연입니다.
옛날엔 동네마다 그런 사연 있는 떠돌이들이 곧잘 있었습니다.
조금 모자라는 사람들, 또는 장애가 있는 연고 없는 사람들.. 등 등
세상이 변해 가며 동네 모습, 인심 등도 변해가는 세태 속에
아련히 잊혀졌던 가엾은 인물을 떠올리셨군요.
그림은 혹 오솔길님의 그림인가요?
그림에도 일가견이 있으신 모양~~!!
마자요. 딱 꼬집어 주셨네요.
한 번쯤은 떠올리고 마음으로 정리해야 할 추억입니다.
당시는 별거아닌데 지금생각하니 참 낙후했고 여러 면이 지금보다 훨 못했구나 싶어요.
그림이요?
제 누님그림입니다.
함께 자라서인지 그림을 보면 동질감?이 느껴지고 착상과 이해에 마침맞게 도움이 되요.
그래서 도용을하죠.ㅎ
감사합니다.
옛날에 소녀시절 애독했던 "빨강머리 앤"에 나오는
소녀들의 꿈의 숲, 자작나무 숲, 너도밤나무 숲, 떡갈나무 숲 등이 연상되는
오솔길님만의 소년시절 아지트였던 꿈의 숲을 떠올려 봤습니다.
록은님 덕분에 덩달아 아름다움속으로
따라가 봅니다^^
오솔길님 추억여행
함께 떠나보면서
뭉클 해요
정도 인심도 따스했던
맘이 참 와 닿아요^^
저두 하늘을 향해 퀵~
을 날리던 맹호아저씨
생각이나고
시를 읊어주던 꽃녀
아줌니도 그리워지네요^^
오솔길님 추억은
풍부하시고 정겹습니다
삐리릭!! 곡스님 이시구나!
저런분들은 순수 그 자체이시고 그기에 순수한 아이들이 함께했고 환경도 순수했으니...
맹호님, 꽃녀님이랑 함께했어도 딱 맞을 거 같은 추억입니다..ㅎ
시대만 달랐지 그분들이 모이는 세상이면 초월되고 모다 같을 것같아요.
감사드리고요.
집에가셔서 함 들오보세요. 이소라가 부르지요.
바람이 분다아.~~~
@오 솔 길 얼렁 가서 들어 볼게요^^
맹호아저씨 꽁무니에
애들 엄청 따라다녔어요^^
저두 기를 쓰고 따라 다녔습니다^^
신나고 행복했어요^^
@곡스 난 저노래가 좋은데
집사람은 청승맞다고 싫어해서
아내가 있을땐 볼륨을 잇빠이 줄여버립니다.ㅎㅎㅎ
그림너무 좋아요 따스해요
집에가서 음악도 들어봐야지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