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성초 오는데 가는 으아리
어성초꽃/2019.6.17. 불암산에서. 어찌 보면 어사모를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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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아리꽃(외대으아리)/2019.6.19. 불암산에 마지막 남아 있는 꽃으로 수척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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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성초 오는데 가는 으아리
하얀 모시 치마 저고리 곱게 차려 입고
조용히 저 모퉁이 밤나무 숲길 자꾸만 바라보며
이젠가 저젠가
그렇게도 절절히 기다리던 여인
그 누구를 기다리는 걸까?
끝내 만나지 못하고 지독한 고독 속에 빠져
사립문 보아라 애틋하게 열어 놓고
시들시들 병이 들어 문고리 잠그고 은거하니
어느덧 5월은 가고
밤꽃향 골짜기 넘쳐 흐릅니다.
째지는 보릿고개 무상한 세월
너무했다싶어선지
고른 배나 채워라 망종(芒種)을 부르는 때
멀리 고적대(鼓笛隊) 소리 은은히 들려오고
그제야 어사모 쓴 이 아득히 보입니다.
어사모 쓰고 어성초 오는데
하얀 모시 소복의 여인 으아리는 갑니다.
사랑은 본래 옥처럼 백결(白潔)한 것
사랑은 본래 예리한 칼날처럼 고독한 것
사랑은 본래 가슴 젖어드는 비애(悲哀)
애틋히 열어놓은 사립문 살며시 밀고
마당에 든 어성초
갑자기 땅에 덜썩 주저 앉으니
시방(十方)이 고요해지고
싸늘한 적막으로 돌변합니다.
어성초 뜨거운 설음
하늘 우러러 흐느껴 우는 소리
산 골짜기도 따라 웁니다.
글, 사진 / 최운향. 2019. 6. 20
(참고; 보통 망종은 6월 5, 6일 경으로 이때 햇보리를 먹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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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아리
으아리꽃(으아리 중에 외대으아리임).
모습이 소박하고 소복을 입은 여인을 연상케 한다.
꽃말은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고결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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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이 왔다.
호화로운 계절 5월 내내
문 닫아 걸고 은거하던 여인 으아리
비로소 방문 고리 풀고 나와 먼 하늘 본다.
여전한 소복차림
이슬 맺힌 두 눈
싸리문 밖 에워싼 극성스런 멍석딸기 넝쿨 너머
그령풀숲 저 만큼에 핀 패랭이꽃을 유심히 살핀다.
밤꽃 향기 산자락 넘쳐흐르건만
그 모든 걸 그러려니 체념(諦念)하고
소복 자락 누렇게 바래도록
오로지 기다린다.
가냘픈 몸매
피로에 지치고 떨다가
끝내 못 견디고 방으로 들어
다시 문고리 잠그고
깊은 잠에 빠진다.
저 아랫동네 모퉁이 돌아
들려오는 사물 패 가락
먼 이승 어사모(御史帽) 쓰고
어성초 피었는데..............
글(2013.6. 16), 사진/ 최 운향
어성초. 꽃 모양이 순수한 선비 같다. 외대으아리가 어성초를 기다리는 게 아닐까?
그 꽃말은 '기다림'이다. 흰 부분은 꽃잎이 아니고 꽃받침이다. 습한 곳에 자라며,
해독 작용이 뛰어나 원폭 투하지인 히로시마에서 제일 먼저 자랐다고 한다.
고기 비린냄새가 나 어성초라 하며, 약용 효과가 다양하고 탁월해 약모밀이라고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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