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무르익는것은 단풍만은 아닐것이다. 일정하게 줄 맟춰 밑둥만 남은 너른 들판. 자유롭게 자리잡은 노랗게 익은 늙은 호박. 바알간 고추 다 떼어주고 허깨비처럼 서있는 고추단. 꼭대기에 여남은개만 남아있는 앙상한 감나무. 그리고 우수수 떨어지는 낙엽들. 가을은 곡식과 과일이 익어가는 결실의 계절이면서 태양의 고도도 점차 낮아지고 일몰의 속도도 일러진다. 가을의 상징색은 빨강과 주황색이다. 11월의 산행지로 단풍이 예쁜 풍암정을 미리 찾았다. 집결지인 충장사의 주차장은 16대 정도 가능해 넓지않지만 무등산지원센터에도 있어 별 어려움은 없을것이다. 높고 푸른 가을하늘 한번 올려다보고 배제마을에서 금곡마을로 가는 한적한 길을 따라 걷는다. 네모 반듯하지않는 구불거리는 논을 몇배미 지나니 숲이 우거지고 푹신한 흙길이 나온다. 몇해전에도 두어번 걸었던 길이라 익숙하게 걸어가니 금곡마을 도착, 30분이 소요되었다. 햇살은 따사로우나 응달진 바람결은 제법 차다. 단풍나무 숲이 우거진 풍암정의 입구인 분청사기전시실 앞에 서니 숲 그림자가 선명하다. 아직은 단풍이 물들지않아 살짝 아쉽다. 쉽게 물들지않는 고집 센 나무들인가보다. 숲터널에서 끝자락에 겨우 물든 단풍잎 사진도 찍으며 느릿느릿 15분 정도 걷다보니 풍암탐방지원센터가 있는 풍암제다. 은빛 보석을 뿌려 놓은듯 윤슬이 반긴다. 눈부신 햇살에 가늘게 뜬 눈으로 오랫동안 바라본다. 서걱거리는 바람소리에 닥터지바고의 바람에 휘청대는 나무들의 첫장면이 떠오른다. 아무도 없는 조용한 길이다. 청량한 물소리에 이끌려 몇개의 징검다리를 건너니 이끼낀 커다란 두개의 바위에 호위를 받는듯 풍암정이 근엄하게 자리하고있다. 김덕령장군의 아우 김덕보가 세운 정자다. 응달진 마루에 걸터 앉으니 춥다. 가져간 달결 두개를 까먹고 왔던 길이 아닌 환벽당으로 이르는 산길을 택해 걷는다. 앞서간 사람들의 발자취를 따라 가다보니 옛길3구간인 역사길이란 팻말이 친절하게 잘 안내되어있다. 안내대로 따라만가면 되니 마치 붉은 융단 위를 걷는듯 대접 받는 느낌이다. 가을숲을 제대로 만끽하며 1킬로쯤 걸으니 광일목장 입구가 나온다. 쭉 따라가볼까 하다 그냥 내려온다. 이제 정리를 하자면 충장사에서 금곡마을까지 30분. 풍암정까지는 15분. 길어야 1시간 정도다. 하하가 걷기엔 무리없이 편안하게 걸을수있다. 햇살은 따사로우나 응달은 추울수있으니 따뜻한 아우터를 준비하면 좋겠고 정자가 잘 관리되어있어 점심 먹을때 돗자리는 필요없겠다. 다음주에 있을 하하산행지, 풍암정을 미리 다녀와 시간체크와 난이도를 확인하고 오니 마음이 느긋하다. 많은 참여로 가을을 함께 나누었음 좋겠다.
첫댓글 충효동에서 풍암정 입구(분청사기전시실)에 들어서면 단풍나무가 터널을 이루고 있지요. 작년과 재작년 꽃처럼 물든 단풍길을 걸으며 황홀한 가을을 한껏 즐겼지요.
하하산행을 위해 미리 답사를 하신 leehan202 언니의 세심한 배려, 하하의 깊은 사랑이 가을볕처럼 따사롭습니다. 눈에 선한 길, 혼자여도 참 좋겠다~ 싶습니다.
하하산행의 선구자이신 leehan202 언니, 감사합니다.
풍암정, 무등산 넘어서 담양 가사문학면으로 들어서기 직전 이정표로만 보고 아직 한번도 가본 적은 없는 곳인데, 편안하게 걸을 수 있겠네요. 미리 상세히 안내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