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중구에 출마할 예정인 모 국회의원 예비후보에게 지역 학부모들이 찾아와 달빛 어린이 병원 설립을 요청했다고 한다. 지난해 12월 울산 북구 젊은 부모들이 설립해 달라고 요구한데 이어 두 번째다. 오죽했으면 국회의원 출마 예비후보애게 이런 요청을 하겠나. 외부에 직접 요구하지 않을 뿐 이런 어린이 병원 설립 필요성을 느끼는 부모가 어디 한 둘이겠나. 자식을 길러 본 부모치고 한밤에, 휴일에 갑자기 아이가 아파 병원을 찾아 이리 뛰고 저리 내달렸던 기억이 없는 사람은 거의 없다. 열이 40도를 넘어 몸이 불덩어리 같은 아이를 안고 병원 문을 두드렸지만 안에서 아무런 기척이 없을 때 느끼는 절망감은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그런데 인구 120만명이 거주하는 울산광역시에 이들을 돌봐줄 달빛 어린이병원이 한 곳도 없다.
달빛 어린이병원은 야간과 휴일에 아픈 아이를 데려가서 치료받을 수 있는 의료기관이다. 전국에 이런 병원이 57개소나 있다. 인근 부산에는 이미 이런 병원이 4군데 운영되고 있는데 그것도 부족하다고 해서 1곳을 더 지을 계획이다. 그런데 광역시 중 유일하게 울산에는 한 곳도 없다. "유일하게 울산에 의료원이 없다"며 목소리를 높이기에 앞서 이런 달빛 병원부터 먼저 설립하는 게 순서 아닌가.
울산시는 민선 8기 출범이래 16조원 이상의 투자를 유치했다고 자부하고 있다. 그만큼 일자리도 늘었고 시민들에게 돌아가는 몫도 크다는 이야기다. 그렇게 투자를 늘이고 일자리를 새로 만든 이유는 궁극적으로 젊은이들을 불러들여 인구를 증가시키는 게 목적이다. 그런데 정작 젊은 층들이 아이를 낳아 긴급할 때 찾아갈 수 있는 병원이 울산 전체에 한 군데도 없다는 게 말이 되나. 이러니 대규모 예산을 투입해 신혼부부에게 의료비를 지원하고 생활비까지 보조해도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엊그제 울산시는 올해 국가 예산 2조5천억원을 확보하는데 기여한 지역 국회의원들에 감사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하지만 정작 서민들의 삶 일부분은 들여다보지 못하고 있다. 개인 소득이 전국 최고 수준이라면서 야간에 몸이 불덩이 같은 아이를 안고 달려갈 곳이 한 군데도 없는 게 울산의 현실이다. 부산은 이미 설립된 4군데도 모자라 1곳을 추가로 건립할 예정이라고 한다. 울산시도 서둘러 병원을 지어야 한다. 머뭇거릴 이유가 없지 않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