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훈아의 잡초를 좋아한다.
“아무도 찾지 않는 이름 모를...잡초야....”
자주 흥얼거린다.
내 계획은 소박하면서도 거창했다.
“마당에 잔디를 꼭 심어야지. 울타리 안쪽에는 나무를 빙 둘러 심는 거야. 나도 드디어 땅에 나무를 심는 사람이 되는 거지. 마음이 들떴다. 이팝나무를 심기 위해 준비하고 있을 때 마을 어르신 한 분이 말씀하셨다. 마당에 나무 심으면 10년 뒤쯤엔 후회할지 몰라.”
해가 바뀌자 마당 사이사이에 풀들이 돋아났다. 애써 심은 잔디를 풀들이 해칠 것 같아 마루에 한가하게 앉아 있을 틈이 없었다.
눈에 보이는 족족 풀을 뽑았으나, 돌아앉으면 또 다른 풀이 보였다.
괭이밥, 광대나물, 민들레, 고들빼기, 개망초, 토끼풀, 쑥, 질경이, 산괴불주머니, 제비꽃….
그 이름을 하나하나 알게 된 건 소득이었지만, 그것들을 뽑는 일은 노역이었다.
몇 해 동안 나는 잡초 뽑는 일을 중요한 ‘작업’처럼 수행하고 있었다.
이웃집 어르신이 마당에 쪼그려 앉아 있는 나를 보고 또 법어를 던지셨다.
“자갈을 한 차 쏟아붓든지 ‘공구리’를 쳐버리는 게 젤인디!”
나는 내심 오기를 부렸다.
“명색이 환경론자가 그럴 수야 없지.”
나무들의 키가 훌쩍 자랐고, 그만큼 그늘도 깊어졌다.
이번에는 나무 그늘이 잔디를 덮었다.
그러자 또 다른 풀들이 인해전술처럼 기승을 부리기 시작했다.
도저히 손을 댈 수 없었다. 나는 풀들에게 항복하고 말았다. 그리고 초연한 척 혼자 중얼거렸다.
“잡초가 어디 있겠어? 잔디도 풀도 서로 어울려 사는 거지. 그게 자연이지,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