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집 뒷곁으로 지나가는데 지붕에서 돌이 구르는 소리가 납니다.
그러면 재빨리 피해야 하는데, 나는 어찌된 사람인지 그 자리에 서서 위를 올려다 봅니다.
굴피집은 지붕에 참나무 껍질로 덮고
바람에 날라가지 않도록 15~20kg의 무거운 돌로 눌러 두는데 대개 40~50개가 됩니다.
그 무거운 돌이 떨어지면서 내가 피할 사이도없이 내 오른쪽 얼굴의 관자놀이에 떨어져
나는 뒤로 넘어졌습니다.
내가 일어나려고 하는데 못 일어나겠습니다.
얼굴에서는 끈적 거리는 뜨거운 피가 흘러내립니다.
나는 이런일이 다음에 또 없으라는법이 없듯이
지붕을 갈 아야겠다고 생각하며
마을의 경운기를 가지고 있는 이경일 청년에게 부탁하여 언제 시내에 나가면
지붕을 이을 함석과 몇가지 물건들을 사다달라고 부탁을 하자 그리 해 주겠다고 합니다.
3월 초 800m의 산봉우리의 눈이 녹고, 부풀어 오른 땅이 다져지자
경일씨가 경운기를 끌고 시장에 가서 내가 부탁한 물건들을 사왔습니다.
나는 바로 동네사람 2명의 일꾼을 사서 지붕을 갈기 시작하였습니다.
나도 지붕에 올라가 둘을 굴러내리고 오래되어 썩은 굴피조각들을 걷어내자
굴피 속에서 겨울잠을 자던 지네들이 마구 쏟아집니다.
"앗 내가 그동안 지네의 소굴에서 잠을 잤단 말인가?"
라고 하자 동네사람들이 웃습니다.
지네들은 느린 걸음걸이로 집 주위에 있는 돌담속으로 다 기어들어가는데 걱정스럽습니다.
지붕에 함석을 입히자 햇빛에 반사되어 눈을 뗄 수가 없습니다.
"이런 ! 새들이 놀라고 짐승들이 놀라겠는걸?"
걱정스러우면서도 지붕을다 갈았습니다.
그리고 내친김에 방에 천정에 베니야 판으로 막고
흙벽에는 시멘트를 발랐습니다.
그리고 밖의 벽에도 다 시멘트로 바르자,하룻만에 새집으로 변신하여
동네사람들도
"우리집도 바꿔야겠네"
라고 하며 동네 모두 새집으로 바꾸었습니다.
그리고 4월 2일에서야 나는 트럭을 빌려 풍곡에 맡겨둔 이삿짐들을 옮겨 싣고
삼거리를 지나 산판도로로 진입하여 800m의 산속을 누비다가
간신히 닥풍마을을의 하천 바닥에 짐을 내려 놨습니다.
나는 동네 사람들에게 이삿짐 좀 날라달라고 했지만 들은체만체 합니다.
가뜩이나 내가 이곳으로 이사오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던 사람들이라서
못들른체 뜸을 드립니다.
나는 집에가서 지게를 지고와서 무엇부터 옮길까 생각하다가 책 상자 부터 옮깁니다.
내가 지게에 책 상자 2개를 얹자 그게 얼마나 무거운지
이제까지 지게질 한 번도 져 보지 않던 내가
나는 돌밭천지인 계곡에서 지게에 짐을 싣고 바위와 큰 돌틈을 지나며 간신히 오솔길로 나오자
이제 살것 같습니다.
그런데 우리집 앞에서 덕풍계곡의 징검다리를 건너야 하는데
나는 짐을 지고 징검다리를 건너뛸 수가 없어서
아예 물에 빠져서 건느는데 물쌀이 하도 세서 넘어질것 같아
지게 작대기로 몸의 중심을 잡고 간신히 건늡니다.
집으로와서 나는 그만 축 늘어집니다.
그리고 한 번 더 가서 짐을 옮기고
오늘은 날이 저물어 그만 하고 내일 다시 옮길 생각입니다.
"하느님 밤에 비가 내리지 않게 해 주소서"
(계속)
첫댓글 선배님 돌이굴러내리는데
피하지도 않고 그만하기 다행
그 덕분에 집수리 다 하시고
이삿집 동네분들 텃세군요.
이래저래 고생하셨습니다
하느님 선배님 기도 들어주세요
다음호를 기다립니다
하하하 부끄럽답니다 제가 이렇게 바보 같아요
님의 기도를 하느님이 들어주셨습니다 감사 청담골님
아이고 무서버라 돌이 그리
굴러지면 어쩐데요
흐미나 관자놀이도 중요부위인데
지금은 괜찮으신지 모르겠어요
예 지금은 괜찮아요 처음에는 아파 혼났어요.
차마두님 좋은 날 되세요
굴피지붕에서 지네가 나왔고 함석지붕 시멘트벽 잘 수리하셨습니다.
이삿짐 옮기느라 수고하셨고요.
비가 오면 또 어떤 일이 벌어질지 조마조마합니다.^^
님이 저 보다 더 걱정하십니다 하하하
다행히 별꽃님 덕분에 비는 오지 않았어요 감사
설악산 어느 기슭에서 굴피집을 본 것 같습니다.
궁금해서 검색 이미지를 봤습니다.
예 맞아요 돈 한 푼도 들지 않고 지을 수 있는 집입니다.
제가 저런 집에서 살았답니다 하하하 감사 오육칠공님 ^)*
굴피지붕은 수명이 100년이
간다고 하던데 지네 소굴이였
군요.
함석지붕은 비가오면 소음이
장난이 아닐텐데요?
산골마을은 대부분 집성촌이라
외부인이 들어오는것을
꺼리지요.
동네 이장하고 친하게 지내야
편안할듯 합니다만 산골인심이
무섭네요.
뿌뜨리님 어서오세요 감사합니다.
맞아요 비가쏟아지면 자연 대교향곡이 됩니다 하하하
이곳은 좀 특수한 곳이랍니다.
동네사람들이 조상 때부터 산속에 갇혀지냈기에
사회생활 개념조차 없어요
오육칠공님의 사진을 보고 굴피집을 알게 되었네요 ㅎㅎ
수고가 참 많았습니다.
산골 인심 고약하다 그쵸
지금은 잘지내시리라 생각이 드는군요
항상 몸조심하시고 건강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