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러 전투기 공장서 밀착 과시… 美 “러 도우면 동맹도 제재”
金, 디지털 기술 시연 등 지켜봐
푸틴, 北의 우크라전 참전설 부인
美, 튀르키예-핀란드 기업 등 제재
“동맹국도 러 지원땐 조치” 경고
15일 러시아 하바롭스크주 콤소몰스크나아무레시의 ‘유리 가가린’ 전투기 공장을 찾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오른쪽에서 두 번째)이 전투기 조종석 내부를 살피고 있다. 러시아의 첨단 다목적 전투기 수호이(Su)-57 등이 이 공장에서 생산된다. 하바롭스크=AP 뉴시스
북-러 정상회담을 마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15일 러시아에 머물며 첨단 다목적 전투기 수호이(Su)-57 생산 공장 등을 시찰했다. 서방 제재를 받고 있는 러시아와 북한이 군사적으로 강하게 밀착하면서 전투기 등 첨단 무기를 자립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고, 북한의 군사장비 첨단화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 金, 러 첨단 전투기 시험비행 참관
일본 교도통신과 러시아 관영 타스통신 등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이날 오전 8시 50분 하바롭스크주 산업도시 콤소몰스크나아무레에 도착했다. 김 위원장은 열차 앞에 깔린 레드카펫을 걸어 내려와 미하일 덱탸료프 하바롭스크 주지사 등의 영접을 받았다.
김 위원장은 데니스 만투로프 러시아 부총리 겸 산업통상장관과 함께 ‘유리 가가린’ 전투기 공장으로 이동했다. 옛 소련 군인이자 1961년 인류 최초로 우주에 간 유리 가가린의 이름을 딴 공장으로 Su-57 등 전투기와 민간 항공기 등을 생산하는 곳이다. 김정은의 아버지 김정일 국방위원장도 2002년에 이 공장을 시찰한 바 있다.
김 위원장은 Su-35 전투기와 신형 여객기 수호이 슈퍼제트(SJ)-100의 최종 조립 공정을 지켜봤다. Su-35 시험비행도 참관했다. 김 위원장은 공장 내 엔지니어링센터와 생산 작업장 등을 시찰했고, 엔지니어들이 항공기를 만드는 데 사용되는 디지털 기술을 김 위원장에게 시연했다고 타스통신이 보도했다. 김 위원장은 전투기 조종석을 직접 살피면서 여러 질문을 던졌다고 한다. 이날 오후 1시쯤 콤소몰스크나아무레를 떠난 김 위원장은 16일 블라디보스토크에 도착해 태평양함대와 극동연방대 등을 시찰할 것으로 알려졌다.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도 만날 예정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15일 러시아 남부 소치에서 열린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한반도 상황과 관련한 어떤 합의도 위반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북한군의 우크라이나 전쟁 투입 가능성에 대해서도 “말이 안 된다(난센스)”고 했다. 이번 북-러 정상회담에서 북한의 위성 개발 지원 의사를 밝히고, 북한이 러시아에 재래식 무기를 지원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국제사회의 비판이 커지자 이를 일축하고 나선 것이다.
● 美 “동맹국도 러 도우면 예외 없이 제재”
북한과 군사적으로 밀착하고 있는 러시아를 상대로 미국은 14일(현지 시간) 대규모 추가 제재를 단행했다. 이번에는 러시아가 제재를 회피할 수 있도록 한 튀르키예를 포함한 핀란드 등 제3국 기업 및 인사가 대거 포함됐다. 동맹국일지라도 러시아에 군사 물자 공급을 직간접적으로 지원한다면 두고 보지 않겠다고 경고한 것이다.
앞서 미국과 서방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 이후 군사 물자로 활용될 수 있는 반도체나 위성 부품, 무인기를 비롯한 항공 장비 등의 러시아 수출을 금지해 왔다. 이에 러시아는 튀르키예와의 관계 개선을 통해 제재를 회피하려 했고, 튀르키예의 친러시아 행보는 서방의 우려를 사왔다. 미국은 다음 달 스웨덴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가입을 위해 튀르키예의 지원이 필요하지만 이번 제재에 튀르키예 기업 5곳과 개인을 포함시킨 것이다. 튀르키예 기업 마르기아나 등은 민간용이지만 군수용품으로 전용 가능한 물자를 러시아에 공급해 왔다.
한편 이날 러시아 외교부는 간첩 혐의자로부터 정보를 제공받았다는 이유로 미 외교관 2명을 추방한다고 통보했다. 미 국무부는 “그들의 행동에 적절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도쿄=이상훈 특파원, 뉴욕=김현수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