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여인을 사이에 둔 고흐와 고갱의 다른 작품표현~~~
고갱의 작품 ‘밤의 카페’에는 왼손을 턱에 괸 여인이 등장한다.
그런데 고흐의 유화 ‘아를의 여인’ 속 여인도 왼손을 턱에 괴고 있다.
그 뿐 아니라 헤어스타일, 옷차림, 길쭉한 콧날까지 모두 똑같다.
같은 사람이다.
어떻게 된 일일까...
고갱이 불러온 마담 지누라는 한 카페 주인을 모델 삼아 같은 시각
같은 아틀리에에서 그렸기 때문.
1888년 11월초, 프랑스 남부 아를시에서 고흐가 세들어 살던 ‘노란집’에서 있었던 일이다.
당시 고갱은 모델의 오른쪽 얼굴이 잘보이는 문앞에 앉았고, 고흐는 반대로 모델의 왼편 얼굴이 잘 보이는 창가에 앉아 그렸던 것이다...
고갱과 고흐
두 사람의 만남은 1888년 2월 먼저 아를에 정착, 남부의 눈부신 햇살에 반한 고흐가
고갱을 불러 가로 6m, 세로 4.5m짜리 작은 아틀리에를 공동사용하면서 시작됐다.
당시는 인상주의 거장 모네의 작품이 1000프랑, 고갱 그림이 250~300프랑 정도에 팔리고
고흐의 작품은 찾는 사람이 없던 시절이었다.
가난했지만 마흔살 고갱과 다섯살 아래 고흐의 동업은 화기애애하게 시작됐다.
고흐는 고갱을 위해 안락의자를 준비했고, 고갱은 주방용기를 사왔다.
두 작가는 볕이 좋을 때는 시냇가로 나가 서로 등을 맞대고 풍경을 그리기도 했고 궂은 날엔 아틀리에에서 모델을 놓고 그림을 그렸다.
고갱이 사온 20m짜리 싸구려 캔버스천 한 장을 잘라 나눠 쓰기도 했다.
함께 그림을 그리면서 두 작가는 서로에게 영향을 받고 흉내내기도 했다.
그 결과 고갱의 ‘가난한 여인들’과 고흐의 ‘붉은 포도나무’ 속에서
일하는 여인들의 허리를 숙인 자세도 똑같고,
‘아를의 여인들’이란 작품 속 두 여인의 표정과 차림새도,
지팡이를 짚은 노인의 손모양까지 흡사하다.
물론 고흐는 다소 밝게, 고갱은 어둡게 배경을 처리하는 등 화풍은 차이가 있었다.
그러나 두 거장은 함께 지내기에는 너무 개성이 강했고, 달랐다.
고흐는 말이 많았고, 고갱은 과묵했다. 고흐의 그림 속도는 고갱의 2배였다.
무엇보다 그림에 대한 견해차는 극복하기 어려운 근본적인 문제였다.
고갱은 “보이는 것만 그리지 말고, 생각과 상상도 함께 그려야 한다”고 했지만,
고흐는 반대했다.
아틀리에 안에서 똑같은 모델을 놓고 그려도 고갱은 배경을 카페 풍경으로 바꿔놓지만,
고흐는 있는 그대로 그리는 식이었다.
결국 두 사람의 갈등은 고흐가 왼쪽 귀를 자르는 발작으로 이어졌고,
고갱이 12월에 파리로 떠나버림으로써 두 거장의 동거는 2개월만에 끝났다.
파리마치는 “그들이 함께 지낸 기간은 두 달에 불과했지만 미술사를 바꿔놓았다”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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