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제약사 “붙이거나 먹는 치료제로 차별화”
‘내년 상반기 한국 상륙’ 비만치료제 위고비가 뭐길래
한국도 비만치료제 시장 출사표
주사 형태보다 간편하고 저렴
시장 점유율 확보에도 도움
글로벌 비만치료제 시장이 급성장하는 가운데 국내 기업도 출사표를 내고 나섰다. 국내 기업들은 최근 세계적으로 주목도가 높아진 GLP-1을 이용한 비만치료제를 개발 중이다. 위고비, 마운자로 등도 GLP-1 계열의 신약이다.
GLP-1은 인슐린 분비를 촉진해 혈당을 낮추는 동시에 위장 운동을 느리게 만들어 포만감을 느끼게 하는 체내 단백질이다. 처음에는 당뇨병 치료제로 개발이 됐지만 체중 감량 효과가 커 비만치료제로 사용된다.
이미 삭센다, 위고비, 마운자로 등 다양한 GLP-1 계열의 비만치료제가 시장을 선점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제약사들은 붙이거나 먹는 형태의 제형으로 차별을 꾀하고 있다. 먹는 약을 개발 중인 일동제약은 이달 6일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ID110521156’의 임상 1상을 승인받았다. 1상은 소수의 건강한 사람을 대상으로 약의 안전성 등을 확인하는 단계다.
현재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은 GLP-1 계열의 비만치료제 중 먹는 약은 노보노르디스크가 개발한 ‘리벨서스’ 하나다. 나머지 약물은 모두 주사제로 1∼7일 간격으로 맞아야 해 불편하다. 경구제는 이런 불편함을 해소하고 주사제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제공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일동제약 관계자는 “아직 경구용 GLP-1 치료제는 거의 개발돼 있지 않기 때문에 충분히 시장성이 있다고 본다”며 “특히 비만과 같은 만성질환은 항암제나 기타 중증 질환에 비해 비교적 약을 쉽게 변경할 수 있어 시장 점유율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리벨서스의 경우 출시한 지 3년 만인 2022년 112억9900만 크로네(약 1조3944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전년(48억3800만 크로네) 대비 134% 증가한 수치다.
대원제약은 마이크로니들 개발 기업인 라파스와 함께 패치 형태의 ‘붙이는 위고비’를 개발하고 있다. 마이크로니들은 머리카락 3분의 1 두께의 얇은 미세침으로, 주사의 고통을 덜어주면서도 피하까지 약물을 전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대원제약이 개발 중인 ‘DW-1022’는 패치에 촘촘히 박힌 마이크로니들을 통해 위고비를 전달한다. 지난달 식약처에 1상 임상시험계획(IND) 신청을 마쳤다. 이르면 올해 말부터 환자 모집을 시작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기업 중 가장 앞서 나가고 있는 한미약품은 ‘한국 맞춤형’ 비만치료제 ‘에페글레나타이드’의 임상 3상을 준비 중이다. 대다수의 비만치료제가 서양인의 체구에 맞게 설계돼 있는 데 반해 에페글레나타이드는 한국인에게 최적화된 치료제라는 것이 회사의 설명이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서양인에 비해 체구가 작은 한국인의 경우 글로벌 기준에 맞춰진 약물이 자칫 과하게 느껴질 수 있다”며 “현재 식약처에 임상 3상 IND를 제출한 상태”라고 했다. 한미그룹은 13일 에페글레나타이드와 GLP-1을 포함해 에너지 대사량을 높이는 글루카곤, 인슐린 분비 및 식욕 억제를 돕는 GIP를 동시에 활성화하는 삼중작용제 등을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삼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한미약품이 2020년 글로벌 제약사인 미국 머크(MSD)에 기술 이전한 ‘에피노페그듀타이드’는 국내에서 가장 유망한 GLP-1 치료제로 평가된다. 이 물질은 GLP-1과 글루카곤을 동시에 활성화하는 ‘일타쌍피’ 방식의 이중 작용제다. 현재는 비알코올성 지방간염(NASH)을 대상으로 글로벌 임상 2상을 진행 중이지만, 체중 감소 효과가 확인돼 향후 비만치료제로 개발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최지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