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파리올림픽이 11일 밤 9시(한국시간 12일 새벽 4시) 폐회식을 끝으로 막을 내리는데 기계체조 여자 마루운동 동메달 주인공을 조던 차일스(미국)에서 아나 바르보수(루마니아)로 바로잡아야 한다고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CAS)가 전날 밤 늦게 판결했다.
CAS가 메달 시상식을 치른 지 닷새 만에 신속하게 판결을 내린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차일스는 이미 메달을 갖고 귀국해 버렸기 때문에 제 주인을 찾아가려면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CAS는 루마니아의 판정 이의 제기를 받아들여 국제체조연맹(FIG)이 최종 순위를 원래대로 돌려놓아야 한다고 판결했다. 루마니아가 문제 삼은 것은 FIG의 규정 8.5조였다. 판정에 대한 이의를 제기하려면 1분 안에 이뤄져야 하는데 미국의 이의 제기는 4초가 지나서 이뤄졌기 때문에 심판진의 점수 조정은 무효라는 루마니아의 손을 들어줬다.
FIG는 곧바로 CAS 판결 내용을 확인하며 차일스의 점수를 원래대로 돌리고 바르보수를 결선 3위로 되돌렸다고 밝혔다.
지난 5일 파리의 베르시 아레나에서 열린 마루운동 결선 결과 바르보수는 난도 5.8, 수행 점수 8.000점, 벌점 0.1점을 합쳐 13.700점으로 동메달 주인공으로 발표됐다. 미국은 5위 차일스의 기술 'split leap(tour jete)' 난도를 5.8에서 5.9로 높여야 한다고 이의를 제기했고, 심판진은 이를 받아들였다. 차일스의 점수는 13,666점에서 13.766점으로 수정돼 3위로 뛰어올랐고, 바르보수는 4위로 밀려났다.
루마니아가 발칵 뒤집어진 것은 당연했다. 체조 레전드 나디아 코마네치와 마르첼 치올라쿠 총리를 비롯해 모든 국민이 분노로 들끓었고, 이 잘못이 바로잡히지 않으면 항의의 뜻으로 올림픽 폐회식에 불참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당연히 미국체조협회는 CAS 판결에 반박하고 나섰다. 이의 제기를 하는 시간을 정확히 지키는 것이 올바른 점수를 매기는 것보다 더 중요한 일인가 따져 물었다. 아울러 바르보수 앞에서 차일스가 방방 떴다는 이유로 온라인에서 쏟아진 공격을 규탄했다.
차일스는 메달 시상식 도중 동메달리스트 자격으로 은메달에 그친 시몬 바일스(미국)와 함께 금메달리스트 헤베카 안드라지(브라질)를 여제로 극진히 모시는 제스처로 세계인의 격찬을 이끌었다. 그 감동적인 순간을 담은 사진도 구구절절 설명이 필요해 빛이 바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