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3시께나 온다던 비가 아직 10시 반도 안 됐는데 부슬부슬 내리고 있더군요.
과천 대공원에 모인 친구들(금파, 동운, 만상, 솔뫼, 아곡, 양헌, 원해, 중산, 현암,)은
어느 누구도 비가 와서 어쩌겠느냐는 말 한 마디 없이 그냥 당연히 강행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우산을 쓰고 걷기 시작했지요.
얼마 안 가 호수에 걸쳐 있는 다리 위에서 옆을 보니 비안개 피어오르는 경치가 그만입니다.
카메라를 꺼내어 다리 위에서 찰칵 한 컷을 찍고 걷기 시작합니다.
그런데 대공원 앞 호랑이상을 지났을 때 원해가 기발한 아이디어를 냅니다.
"오늘 비가 하루 종일 온다는 예보가 있으니, 오늘은 산행을 하지 말고
여기서 가기 쉬운 오이도로 가자. 거기서 간단히 회나 먹으면서 이야기나
즐겁게 나누다가 돌아오자."
하는 것이었습니다.
모두들 그의 말에 동의를 하고 발길을 되돌려 역을 향해 갑니다.
헌데 중산이 맛있는 떡을 사 왔으니 저기 보이는 정자에서 먹고 가자고 합니다.
아침에 동네 떡집에서 막 쪄 낸 쑥인절미라고 내놓는데 그 맛이 기막힙니다.
쫄깃하고 고소하고 향긋하고 담백하고...... 내가 지금 방송 멘트를 하고 있네요.
아무튼 그 맛이 기가막혔지요.
헌데 오이도엘 가자고 제안한 원해가 집안 일이 있어 못 간다 하고 인덕원에서 내립니다.
같이 못 하는 내 마음이 안쓰럽습니다. 허기야 원해야 나보다 더 허하겠지요.
4호선 오이도행 지하철을 타고 근 한 시간쯤 갔을까?
오이도 역에서 내려 어느 횟집에서 나왔다는 사장님의 권유로
12인승 봉고차를 타고 바닷가 수산시장으로 달려갑니다.
비는 더욱 세차게 쏟아져 와이퍼를 최대로 돌리는데도 앞이 잘 안 보입니다.
약 십오 분쯤 달려 <돌고래수산>이라는 횟집 앞에서 내렸습니다.
생선 고르는 데 일가견이 있다는 만상이 수조에서 유유히 유영하고 있는
대형 물고기 한마리를 고릅니다.
안주인 말이 이놈이 '돔'이라는 놈인데, 가장 힘이 세서 남자들 거시키에 좋다네요.
이놈을 저울에 올려 놓으니 하도 펄펄 뛰는 바람에 저울 바늘이 요동을 칩니다.
사장이 인도하는 대로 2층 식당으로 올라가니 눈 앞에 드너른 바다가 쫘악 펼쳐집니다.
비내리는 잿빛 바다를 감상하며 미리 나온 안주로 소주 한 잔씩를 목에 걸칩니다.
목구멍을 타고 흘러내리는 소주의 짜르르 한 쾌감이 전신을 휩싸기 시작할 때
회가 올라왔습니다.
싱싱한 회맛이 그만입니다. 둘이 먹다가 하나가 죽어도 모를 것 같습니다.
이 때 갑자기 오늘 나오지 못한 친구들이 떠오릅니다. 이렇게 좋은 날 좀더 많은
친구들이 여기 함께 하였더라면 얼마나 좋을까.
호산, 도사, 성촌, 소암, 향산, 아름, 해봉, 작촌, 산우, 청호, 다담 등등
이들의 웃는 모습이 동영상으로 지나갑니다.
술 한잔 들어가니 친구들의 이야기가 점점 재미있어집니다.
올림픽 이야기, 정치 이야기, 옛날 애인 이야기 들이 너무너무 재미있습니다.
회를 거의 다 먹었다 싶었는데 때 맞춰 매운탕 찌개가 올라왔습니다.
집에서 싸 온 도시락을 꺼내 같이 먹으니 배가 탱탱 부릅니다.
이런 기분으로 사는 삶을 옛 사람들은 함포고복(含哺鼓腹)이라 했던가?
고복격양(鼓腹擊壤)이라 했던가? 고복격양이란 말은 중국 요임금 때,
한 노인이 배를 두드리고 땅을 치면서 요임금의 덕을 찬양하고
태평성대를 즐겼다는 말인데 지금 우리가 태평성대라 할 수 있을까?
그냥 지금 이 순간의 우리들만은 그렇다고 하기로 합시다.
식사를 마치고 뚝방에 올라가 대양을 잠시 조망하고 나서,
우리는 돌고래 사장에게 오이도역으로 가기 전에
시화호 방조제를 구경시켜 달라고 부탁했지요.
사장은 아무말 없이 조력발전소가 있는 방조제로 갑니다.
사장의 설명으로는 조력 발전은 모두 지하에서 이루어지고
그 위는 공원으로 만들어 놓았다는군요. 이름하여 "T-light 공원"
우리는 지금 그 공원에 서 있습니다. 넓고 깨끗하게 조성된 공원은
우리가 바다 가운데에 있다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을 정도였지요.
여기서 눈 앞에 펼쳐진 잿빛 바다와 바로 앞에 뒤웅박같이 앉아 있는 작은 섬과
화살 같은 기념탑(빛의 오벨리스크) 들을 배경으로 또 한 컷씩 찍고
오이도역으로 와서 서울행 전철을 탔습니다.
모처럼 산행 대신 바닷가로 나들이 한 우리들의 기분은 정말
애들 말처럼 짱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 아 곡 씀 -
첫댓글 참석못한 교우들 배가 너무 아프지 않을까 걱정됩니다. 허나 어쩌나 그들의 복이니...
그렇게 펄펄 뛰는 활어 돔, 첨봤네.
못먹고 지냈으면 후희 막심했소..
역시 아곡의 美筆은 알아줘야해요. 여지껏 내 졸필로 등산결과보고를 登載했으니 회원여러분들의 苦衷이 어떠했겠는지 짐작이돼요. 그래도 不評 한 마디 없었으니.... 감사합니다. 아곡 고맙고 너무 감사합니다. 612회등산은 603으로 訂正이 要望됨.
아!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질 때가 있구나! 이제 조끔 慰安이 되네.
역시 회장의 눈썰미는 다르군요. 내가 왜 612회로 썼을까? 어제 쓰다가 졸려워서 그냥 덮어놓고 오늘 계속 썼는데 아마도 어제 비몽사몽간에 그러고는 돌아보지도 않은 모양입니다. 감사, 감사.
재미 있게 읽으며, 어제의 고마움을 함께합니다. 특히 원해의 선물 고마워서 다시 한번 감사함을 전합니다.
물 흐르듯 써 내려 간 "오이도 기행문" 뉘 글인가 했더니 역시 아곡이었구려. 하도 잘 써서 안 간 나도 갔다 온 것 처럼 "오이도의 하루"가 눈에 훤-히 보입니다. 다만 그 좋은 안주에 주사派(酒사랑파)는 아곡과 금파, 현암, 중산 뿐이었으니 안주 맛이 덜 했겠네요. 생선에는 쐬주가 들어가야 제 격이지. 사이다 잔 들고 건배라. 그게 아니지. 소암, 도사, 다담, 향산이 있었으면 소주병 밑이 줄줄 샜을텐데....왜 내 배가 이렇게 아프지? 사진 보니 배가 더 아프네. 어.떠.커.지? 아이고 배야!
호호호, 그러니까 遠近 算程 말고 항상 참가하라니깐두루......
그림과 함께 동화책 보듯 1분내에 탐독햇어도 머리에 쏙쏙 밖히네.
나는 금파 아니면 산에 못 다녀요. I received always your favors.
좋은 기회를 잃게되어 미안했지만 여러 친구들이 그리도 멋졌다 하니 . 천만다행입니다.
함께 햇셨야 했는데...
오이도 기행문에 첨부되 사진이며 누가 그를 제2의 인간 뮨화제라 했나?
아곡의 기행문 과연 아곡입니다 아곡 존경하고 사랑합니다, 동행하지 않고서도 같이 다닌것 같아요, 사진은 더욱 실감나게
하고요.
별 것도 아닌 글인데 여러분이 칭찬해 줘서 무지 고마워유. 일부러 줜화까지도 주시구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