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건너 (수) 빵집에 소금빵 사러 가기
이경림
길 건너 수 빵집에 소금빵 사러 가는 일은 쉽지 않아요
수 빵집은 내가 사는 아파트의 긴 담장을 끼고
오백 미터쯤 내려가 길 하나를 건너면 있지만요
내가 건널목에 도착할 때는 언제나
신호등이 빨간 눈을 하고
리리리리 리리 리리리
베토벤의 엘리제를 위하여를 연주하기 시작하거든요.
소금빵은 3시를 조금만 지나도 없는데
빵집 앞에는 벌써 사람의 줄이 뱀처럼 구불거리고요
채 도착하지 않은 마음 몇은 건널목에서 발을 구르는데요
그러거나 말거나 베토벤은 예정된 두 마디를 다 연주해야.
푸른 등으로 바꿔 들고요.
사실 거장의 음악을 공짜로 듣는 것은
눈물 나게 고마운 일이지만요 사실
명곡도 짜증 날 때 있잖아요.
그래도 오늘은 3시가 되기 전에 빵집에 도착해서
운 좋게 소금빵 두 개를 포획했으니 얼마나 다행인가?
나는 노루 잡은 사냥꾼처럼 흥얼거리며
짧은 길을 멀리 돌아오는데요
하교 길 아이들은 희희낙락 흩어지고요
한 담장을 노랗게 잡아먹은 개나리들은
제 살점들 떨어져 길바닥이 노래진 것도 모르고
종일 담장 위나 내닫고요
저기, 미처 빵을 못 산 두 여자가
길옆 무인카페로 들어가며
‘뭐 빵집이 거기뿐이야?’
투덜거리는 소리 들리는데요
나는 문득
‘수 빵집의 빵은 왜 빨리 떨어지는가?’
중얼거리다 그만 늙은 소크라테스처럼 깊어지고 마는데요
—계간 《시와 반시》 2026년 여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