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참여연대 회원 모임 커뮤니티
글쓴분 : 맹행일 선생님
‘천년의 질문‘ 독후감
국민작가 조정래의 장편소설 “천년의 질문‘을 읽었다. 제1판 인쇄일이 2019년 6월11일이니, 아직 따끈따끈한 책이다.
작가가 펴낸 대하소설 ‘태백산맥’ ‘아리랑’ ‘한강’은 20세기 한국 현대사 3부작으로, 1천5백만 부 돌파라는 한국 출판사상 초유의 기록을 수립했다. 작가는 대하소설 3부작 외에도 ‘정글만리‘ 같은 장편소설, 산문집, 청소년을 위한 위인전 등도 발표했다.
조정래 작가의 작품은 영어·프랑스어·독일어·일본어·러시아어 등으로 번역 출간되었고, 영화·뮤지컬·만화로도 만들어졌으며 TV드라마 등으로도 제작되었다.
‘천년의 질문‘은 ’행동과 실천‘을 강조한 작가의 가치관에 따라 집필한 것으로 생각된다. 그간 작가가 펴낸 현대사 3부작 ’태백산맥‘ ’아리랑‘ ’한강‘은 독립운동-냉전에 의한 남북분단-산업화로 이어진 대한민국의 근현대사다. 광복 70여 년 동안 경제성장은 어느 정도 이루었으나, 군부 독재가 국정을 농단하는 바람에 사회 곳곳에 군사문화와 일제 잔재가 남아 적폐가 너무도 크다. 작가로서의 양심에 따라 이를 고발하고 청산하여 살맛나는 사회를 후세에 물려주어야 하겠다는 사명감에서 나온 작품이 아닐까.
작가는 이 사회의 적폐 5대 세력을 입법부(국회), 사법부(검찰과 법원), 행정부 그리고 재벌과 언론을 꼽는다. 소설은 시사포인트라는 언론사의 장우진 기자를 주인공으로 하여 위의 5대 적폐세력들의 비리를 취재하고 폭로하는 형식으로 얘기가 전개된다.
재벌의 비자금 조성이나 일감몰아주기, 국회위원들이 국정조사 대상으로부터 받는 비리 같은 것은 많이 듣던 것이지만 사법부의 관례라는 전관예우나 무전유죄·유전무죄의 실상은 부패 규모가 상상을 초월하는 규모다. 그리고 철밥통 행정부 고위 공무원들의 복지부동과 무책임도 심판 대상이다.
권력 감시와 사회적 약자를 돕는 시민단체로 ‘참여연대’와 ‘민주화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등이 등장한다. 참여연대의 경우 창립 20여 년 만에 회원 15,000명의 단체로 성장하였고, 2000년의 ‘낙천·낙선운동’ 2017년의 국회비자금‘ 사건 등의 큼지막한 업적을 소개한다. 민변은 전태일 평전을 쓴 조영래 변호사의 일화와 57명이 뜻을 모아 불과 30여 년 만에 1,500여 명의 변호사들이 공익활동과 사회적 약자를 위한 활동하고 있다.
1,200 쪽이 훌쩍 넘는 장편소설이니 사건 사례가 많이 나오는데, 작가는 국민들의 도덕불감증을 배경에 깔고 있다. 시민들의 일상생활은 물론 교육계나 종교계에 까지 널리 퍼져있는 배금주의는 사회를 어지럽히는 암적 존재이고 이를 수선해야 진정 살맛나는 세상이 될 것이라는 얘기를 하는 것 같다.
여기 재미있는 사례 몇 가지만 소개한다.
1. 사법부의 비리·배임이 자주 나오는데, 하나를 소개하면, “법조인이란 사회 정의와 인간 진실을 옹호하는 존재라고 했다. 그런데 그는 그 고귀하고 존경스러운 소임을 버리고 재벌그룹에 와 재벌의 이익만을 위해 일하고 있었다. 그 대표적인 것이 이번에 금불상을 돌려주지 않으려고 전관 변호사를 섭외해 온 것이다. 그들은 서로 짜고 재판을 이기게 꾸며댔다. 이유는 딱 하나, 돈을 벌기 위해서였다. 그들은 법과 양심에 따라 행동한다고 법조인의 성스러운 소명을 코 푼 휴지처럼 내던지고 돈에 영혼을 팔아버린 혐오스러운 저질 인간들 이었다”(3권 37쪽).
인사 적폐를 고발하는 대목 하나는 다음과 같다. “예, 정계·관계 법조계를 전부 장악하는 최고 진골 족보가 뭔지 잘 알아요. 그 진골 족보 중에서도 서열 1위가 경상도 서울대 TK, 2위가 경상도 서울대 PK, 3위가 경상도 연대 TK, 4위가 경상도 연대 PK, 5위가 경상도 고대 TK, 6위가 경상도 고대 PK”. 이하 생략(2권, 249쪽) 이 얘기는 검찰이나 법원의 고위직은 경상도 출신 SKY대학 출신들이 다잡고 있다는 예기다. 이는 촛불혁명으로 탄핵받은 자유한국당이 TK에서 건재한 이유와 사법개혁이 그만큼 어렵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2. 주인공이 유럽 스웨덴으로 날아가 한 국회의원을 만나 대담하는 장면이 나온다. “스웨덴 정치인들이 이렇게 깨끗한 정치를 하게 된 비결은 무엇입니까?” 하는 장 기자의 질문에 스웨덴 국회위원의 대답은 다음과 같다. “비결은 없습니다. 정도의 차이만 약간씩 있을 뿐 서유럽의 여러 나라들의 정치 상황은 대개 비슷합니다. 그 나라들이 오늘과 같이 되는 데는 지난 400여 년에 걸친 노력이 있었습니다. 특히 시민들의 자각과 노력이 절대적인 힘을 발휘했습니다. 그 자각과 노력이란 다름 아닌 시민들의 감시와 감독을 말합니다. 이 세상의 모든 권력은 감시와 감독 그리고 견제가 없으면 반드시 횡포하고 부패하고 타락하게 되어 있습니다. 그것이 권력의 속성이고, 또 인간의 속성입니다. 그 좋은 증거가 봉건시대의 절대왕정들입니다. 그러니까 민주주의란 시민들이 자유와 평등과 평화를 조화시켜 창조해낸 화초이고, 그 화초는 철저한 감시와 감독을 하지 않고는 아름다운 꽃을 피워낼 수 없습니다. 서유럽 여러 나라의 시민들은 서로서로 보고 배우며 그 감시와 감독 조직을 철저하게 가동시켜 오늘의 민주정치의 꽃을 피워낸 것입니다.”(3권, 215쪽)
그리고 감시감독 조직은 비영리 시민단체를 말하는 것이고, 스웨덴에 232,000여 개가 활동하고 있다. (스웨덴 인구 구백구십만여 명) 핀란드가 14만4천여개, 프랑스가 100만 개, 영국이 87만 개, 네델란드가 6만5천여 개다.
한마디로 국민 모두가 1~2개의 비영리 시민단체에 후원을 하고 있다는 얘기다.
3. 이 소설의 특징은 여러 곳에 등장인물이 실명으로 나온다는 점이다. 김대중 정부의 청와대 복지노동수석이었고, 보건복지부 장관을 역임한 김태복씨가 관직에서 물러나 ‘5대거품빼기운동’(기름값, 통신비, 카드수수료, 약값, 은행이자)을 하는 과정을 소개한다. 고위 공무원들이 업계와 유착되어있는 실상을 여실히 보여준다(3권 271쪽). 과점사업인 정유4사의 높은 석유값에서 기름값 거품빼기 운동의 일환으로 ‘국민석유 설립운동’을 펼치는 모습도 마찬가지다(3권 294쪽). 정유4사와 유착관계에 있는 고위 공무원의 실상은 물론 광고비에 목을 달고 정유사의 주문대로 왜곡보도를 일삼는 언론의 모습도 나온다(3권297쪽).
“한국경제는 국민들의 희생을 강요해 가며 이루어진 그 문제 많은 독과점 체제가 80년대로 넘어오면서 기술 고도화를 통해 기술력을 갖춘 강소기업들을 키워나갔어야 하는데, 그와 반대로 핵심 기술을 수입해서 조립해 파는 손쉬운 구조가 바뀌지 않았고, 거기다가 정권들과 계속 유착해 독과점 기업들의 폭리 구조도 난공불락으로 변함이 없었습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차이가 갈수록 커지고, 사회적으로 빈부격차까지 심각해지고 있는데도 정치권과 고위관료들은 손쉽게 돈을 버는 구조에서 탈피하지 못했습니다. 무사안일의 표본이었습니다.
그러니까 10대 수출제품의 80~90%를 핵심기술을 수입해서 조립해 파는 구조인데, 그 부품 소재의 국산화를 추진해 중소기업들이 생산하게 한다면 산업발전이 됨과 동시에 40~50만 개의 일자리가 생기고, 100억 매출을 확보하는 강한 중소기업 1,000여 개를 키워낼 수 있습니다“(3권 281쪽)
10여 전의 얘기입니다만, 요즘 한일 무역전쟁의 대책으로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의 일부입니다.
2019.08.15. 맹 행 일
첫댓글 입법, 사법, 행정, 재벌 ,언론...스스로 자정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 인 듯...
오직 깨어있는 시민들의 몫..
내 일이 아니다 그들 (많은 배운자들 가진것 많은 자들이)이 인간의 도리로 약자들을 보호할 것이라는
망상은 가지지 않아야한다...
설마 우리보다 많이 배우시고 우리보다 많이 가진 대감마님이...우리것을 빼을까봐...하는 어리석은 생각...노노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