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 기상이변에 곡물가격 폭등
올 들어 옥수수, 밀, 콩 등 곡물들의 국제 거래가는 천정부지로 뛰어오르고 있다......
계절과 장소를 가리지 않고 세계를 덮치는 기상이변에 ‘식량쇼크’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여름 150년 만의 가뭄에 시달린 러시아 서남부 보로네시 시에서 한 농부가 말라죽은 상탕무를 뽑아든 채 황망하게 서있다. 보로네시=로이터 연합뉴스
국제 곡물가 폭등의 주요 원인은 기상이변이다. 가뭄과 폭우, 혹한과 혹서가 미국, 호주, 남미, 러시아, 중국 등 세계의 곡창지대를 덮치고 있다. 옥수수와 밀의 세계적 주산지인 미국 중서부 대평원은 긴 가뭄으로 고통받고 있다. 밀과 사탕수수 재배지가 몰려있는 호주 동부지역에는 3주 동안 비가 내리는 대홍수로 밀 생산량의 50%, 사탕수수 생산량의 20%가 감소할 것으로 예측됐다. 그런가 하면 콩과 옥수수의 주산지인 남미 지역은 극심한 가뭄이 문제되고 있다. 세계 3위의 콩 수출국인 아르헨티나의 부에노스아이레스 곡물거래소는 “비가 적게 내린 데 따른 물 부족으로 올해 콩과 옥수수 생산이 각각 15%, 10%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브라질 역시 마찬가지. 콩과 옥수수 생산이 각각 20%, 6% 감소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한국의 주요 곡물 수입처인 중국의 상황도 좋지 않다. 허베이(河北) 성과 산둥(山東) 성 등 중북부 곡창지대가 최장 300년 만의 최악의 가뭄을 겪으며 이 일대 물줄기가 싹 말랐다.
식량 수급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자국의 식량 수출 문을 닫는 나라들도 나오고 있다. 작년 여름 150년 만의 가뭄과 사상 최악의 산불로 곡물 생산량이 40% 가까이 줄어든 러시아는 최근 “밀 수출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식량안보 전문가들은 “안정적 기후와 풍부한 물, 싼 에너지를 기반으로 한 국제 식량시장 시스템이 무너지고 있다”며 러시아의 수출 제한 조치를 ‘식량 무기화’의 신호탄으로 해석하는 분위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