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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잉,
‘전은수 나 저녁 사줘.’
답장.
‘바로 옆 책상에 앉아서 문자 쳐 보내는 건 무슨 경우 바른 처사?’
지잉,
‘전은수한테 밥 사달라고 하는 거 다른 사람이 들으면 쪽팔리잖아.’
답장.
‘개새.’
지잉,
‘근데 우리 문자 공개되면 모가지 날아 갈 것 같아.’
그래.
말하는 꼬라지가 이 모양들이니 그럴지도 모르겠다.
왜냐하면 우린,
“갸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야! 너무 뛰지 말라고! 다친데도!”
“갸아아아아아아아 밥이다아아아아아아아.”
거칠디 거칠지만 어쨌든 교직에 몸담고 있는 교사들 아니겠어.
문제는 우리 학교가 뭔가 좀 거시기한 남고라는 데 있지.
애들이 학교에 하루 웬종일 갇혀있으니 맛이 슬슬 가기 시작하는데,
그 중 하나가 밥 종만 울리면 저 따위 ‘갸아아아아아’ 소리를 내며 복도를 미친 듯 질주하는 행동이라고나 할까.
‘먼저 정문으로 나갈테니까 오 분 있다 후문으로 나와.’
*
“기왕이면 멀리가자. 길거리에서 애들 만나는 것도 지겹다 못해 무섭다, 이젠.”
“알았으니까 뭐 먹고 싶은데. 메뉴나 골라.”
“몰라. 몰라. 몰라.”
정재민 이 개새야. 누나가 같은 단어 두 번 초과해서 반복하지 말랬지.
“아, 오늘은 또 뭔데. 또 뭔 심경의 변화가 있었길래 밥을 사라 마라야. 괴기나 쳐 먹고 기분 풀어.”
“소고기?”
“니 월급이나 내 월급이나 토씨 하나 안 틀리고 같다는 걸 기억해 내란 말이야.”
“막창쯤에 쇼브.”
“그래. 그래야 착하지.”
“나까지 묶어서 고딩 취급 하지 말라니까.”
“내가 굳이 묶지 않더라도 너의 언행이 널 결박해.”
벌써부터 연기와 19.5도 (맞나?) 참2슬 쁘레시 2 (!) 의 향기가 가득한 대포 막창집.
실내 인듯하면서도 실외 인듯하면서도 뭐 하여간에 에매모호 한데다
아수라장 분위기까지 아주 그냥 우리의 입맛을 돋궈 주는 곳.
“아줌마 여기 막창 육인분하고 쁘레시 투 두 병이요.”
“야. 니랑 나랑 둘이 왔는데 왜 이렇게 많이 시켜?”
“여긴 삼인분씩 밖에 안 팔아서 어쩔 수 없어. 오빠가 오늘 배가고파서. 하루종일 아무 것도 못 먹었잖아.”
“병신. 또 혼자 하루 웬종일 삽질 했고만. 그리고 학교 다시 들어가봐야 되는데 술은 왜 시켜? 미쳤냐?”
“응. 미쳤어. 나 집에 갈 거야, 이 거 먹고.”
“니 맘데로 하세요.”
“택시는 잡아줘야 돼.”
“의심도 많은 새끼.”
“이히. 전은수밖에 없어.”
하여튼 개새 술 사줄 때만 친구지, 술 사 줄 때만 친구야.
녀석과 나는 각각 국어와 영어를 전공하며 4년 내내 외래어와 외국어를 놓고 피터지게 싸웠더랬다.
그 미운정이 운명의 눈도 가려버렸는지, 같은 학교로 발령도 나 버리고.
물론 군복무 없는 내가 선배이긴 하지만. 어쨌든 같이 다니는 고등학교가 드세고 빡세기 그지없는 남고란 사실 포함.
녀석과 난 꽤나 웃기고 다이내믹하고 판타스틱하게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 셈이다.
가끔 이렇게 학교 담벼락을 무단이탈(?) 해 사제 밥도 좀 사 먹으면서.
“너 정신을 놨구나. 그 쇠 컵은 생수를 담아 먹으라고 있는 물 컵이고, 그 앞에 쪼만한 유리잔이 소주 담아먹는 컵이야.
그 사실을 잊었니? 잊어버렸니? 그런 거니?”
“그래가지고 어느 천 년에 다 마셔. 난 집에 갈 거니까 상관없지만 넌 학교 들어가야 되잖아. 지각 하면 안 되죠!”
“고양이 쥐 생각 하고 있네.”
말 하면서도 흠칫.
이 게 그러니까 이럴 때 쓰는 말이 맞나? 흠.
내, 내 전공은 영어라고! (외치긴 했지만 말하면서도 쪽팔린 건 어쩔 수 없음)
*
“와. 니 등치가 확실히 등치 값을 하긴 하는구나, 그 많던 게 다 들어간 걸 보면.”
“그럼, 임마. 오빠가 한 운동 했잖냐.”
“두 운동 했으면 큰일 날 뻔했겠다. 사람 여럿 잡았겠어.”
아닌 게 아니라 녀석의 신체조건은 꽤나 흥미로운데
키는 189 센티미터에 몸무게는 83킬로그램이란다. 어릴 때나 서른 넘은 지금이나
운동이라면 환장을 하고 달려들어 제법 근육이 발달 했는데,
근육만이라면 문제 될 게 없지만 그 키와 근 수와 (요즘은 '근‘이란 말 쓰면 벌금이라는데, 알 게 뭐야. 췟.)
넘쳐나는 기운과 녀석의 근육이 만나면. 오 쒯. 상상하기도 싫구나.
“벌써 여럿 잡았어.”
“아오, 니가 사람을 잡을 수 있을만한 그런 인간은 못 되니 걱정 붙들어 매세요.”
나름 요 녀석은 마음이 약했다. 꾸엑.
“그러니까. 그 게. 너 우리 반에 박혜성이라고 알지.”
“응. 지 오고 싶을 때만 학교 나오는 애 아니여. 오늘은 있던데, 너희 반 수업 들어가 보니까.”
“응. 그 게 그러니까. 오늘 새벽에 말이다. 내가 애용하는 슈퍼마켓에 담배 사러 갔는데
그 놈이 있는 거야. 교복까지 쳐 입고. 근데 책가방은 없고. 실내화도 없고.”
“학교에서 수업 들을 맘은 없었던게로군.”
“그렇지. 그래서 내가 학교에 질질질질 끌고 왔잖아.”
“잘 했어. 잘 했어. 그래야지. 우린 교사잖아.”
참 내가 내 입으로 말하고도 민망하지만 어쨌든 우린 1급 교사다. 쿠헬헬헬.
“근데 며칠 동안 안 보여서 내가 진짜 걱정했었거든. 뭔 일 난 건 아닌지. 사고 난 건 아닌지. 유치장 가있진 않은지.
이제 해 지나면 고삼 되는데, 대학 나와도 밥 벌어 먹기 힘든 세상
자꾸 학교 안 나오다가 고등학교 졸업장도 못 따면 어떡하나. 박혜성은 그럼 난중에 뭐 먹고 사나.”
“혼자 소설 쓰는 버릇 누나가 고치라고 했지.”
“그래서 그 동안 걱정했던 게 폭발 펑. 해 버려서. 애를. 내가 때렸거든.
내가 진짜 애들 안 때리는 거 알지. 나한테 맞다가 죽을지도 모르잖아. 나 생긴 걸 봐.
근데 아침에는 내가 진짜 너무너무 서럽고 (니가 왜 서럽냐고.) 화가나서.
새벽 댓바람부터 엎어놓고 팼는데. 너무 많이 때리지 말아야지, 하고 생각하는 순간. 몽둥이를 부러뜨렸어.
으아아아아아악. 난 정말 미친 것 같아. 사람이 어쩜 이렇게 잔인 할 수가 있지. 우에에에에에.”
“괘, 괜찮아. 요즘 몽둥이들이 시원치 않아서 종종 그렇게 잘 부러지곤 해.”
“당구큐였단 말이야. 우어어어어어어어어어. 엉덩뼈 박살났으면 어떡해. 우어어어어어.”
*
벌컥 벌컥
“야, 임마! 너 진짜 미쳤냐? 정신을 진실로 놓았구나!”
내가 잠시 박혜성군의 오늘 상태가 어땠더라, 회상에 잠기느냐 잠시 정신을 놓은 (쿨럭) 사이
녀석은 지 앞에 얌전히 놓여있던 뜯기지도 않은 쁘레시 한 병을
순식간에 뚜껑을 열어버리더니 ‘벌컥벌컥’ 마셔버렸다.
그야 말로 ‘벌컥 벌컥.’
사람이 사람으로 태어나 소주 한 병을 원 샷 하는 게 가능하다는 걸 두 눈으로 확인한
내 인생에 다시 오지 않을 그런 순간이었다.
“야 이 미친 엑스야. 너 길 가다 우리 학교 학생이라도 보면 어떡하려고 이래.
빨리 일어나, 냉큼 일어나. 야. 셋 셀 동안 일어나. 죽어, 아주. 쓰러지면 안 돼. 내가 죽는 다고. 내가.”
“정말 엉덩뼈가 박살났으면 어쩌지? 흑. 아팠겠지? 기절하진 않았을까?”
“아오, 아까 봤을 땐 멀쩡했어. 그리고 엉덩뼈가 아니고 엉치겠지. 조용히 좀 해. 변탠줄알아, 사람들이.”
어이, 훠이, 정신 놓지마. 길바닥에 퍼지면 안 돼. 를 백 번 천 번 외쳐대며
간신히 길가 까지 나와 택시를 잡아 녀석을 실었다.
속으로 개새 정재민, 을 만 번 쯤 불러대며.
“아저씨. 여기 만 원 선불이요. 거스름 돈 필요 없구요. 그냥 얘 집 앞까지만 잘 실어다 주세요.
사거리 우회전 하면 나오는 아파트 단지요. 205동 앞에 경비실까지만 좀 인수인계 해 주세요.
제가 지금 다시 학교엘 들어가봐야 되거든요. 감사합니다, 아저씨 진짜 감사합니다, 복 받으실 거에요.”
이놈이 속상하긴 속상했는가보다.
맘 약한 녀석. 학생 때리다 큣대를 부러뜨렸단 생각에
평소엔 다섯 병을 마셔도 안취하더니 오늘은 19.5 도 짜리 두 병 만에 저렇게 가네.
(하긴 그리 무식하게 마셔댔으니 갈만도 하지.)
*
“얘들아, 저녁은 맛있게 먹었니?”
“네에! 선생님은요?”
“응. 선생님은 오늘 저녁 시간을 이용해 삶이 고달픈 친구에게 살포시 힘이 되어주고 왔단다.”
사실은 물주가 되어주고 왔단다.
뭐 어쨌든.
“선생님 근데요 선생님은 짐이 되면 됐지 별로 힘이 될 만한 인간상은 아니에요.”
“뭐시랏? 공부나 해!”
오늘도 이 따위 영양가 없는 대화를 위장한 농담으로 아이들의 식곤증과 우울증을 덜어주고 있는
훌륭한 교사 전은수였습니다, 이러고 백지연 아나운서 놀이 하기.
뭐 이러고 있는데.
쾅!
하는 소리가 났다.
아니 어떤 옆 반에 개념 없는 놈이 문을 저 따위로 열고 다니는 게얏?
해놓고 보니
옆 반에 개념 없는 놈이라곤 학교를 놀이터와 같이 여기는 박혜성이 고 녀석 정도와,
술 취하면 개념도 상식도 기억도 필름도 모오오오두 끊어버리는 정재민 그 정도?
잠깐.
정재민?
술 취한 정재민?
오 쒯, 이 새끼 이 거 집안에 쳐 박아 놓고 왔었어야 하는데.
다다다다다,
우리 교실 뒷문으로 달려가 그 놈 교실 앞문을 향해 뛰어가는 시간이
이리도 오래 걸렸던가.
전은수, 운동부족이로구나. 켁켁.
벌컥_
문을 열어 재끼니 보여 지는 진풍경.
“우어어어어어어. 박혜성아. 그러니까 있잖아. 내가 니가 미워서 그런 게 절대 아니고.
그리고 진짜 따끔하게 정신 차릴 정도만 때려주려고 했는데 진짜 내가 그걸 부러뜨려야지 마음먹은 게 아니고.
나는 니가 며칠째 연락도 안되고 아무리 찾아도 없고. 우어어어어어. 그래서. 쿨쩍.
니가 어디 아파갖고 병원에라도 실려갔거나. 뭐 잘못해서 유치장에라도 들어갔거나. 킁.
아니 그리고 요즘은. 대학을 나와도 먹고살기 힘든 세상인데. 자꾸만 무단결석 하다가.
고등학교 졸업장도 못 따면. 우어어어어어어어어. 아니 그러니까 있잖아. 내가 니가 미워서 그런 게. 그러니까.
절대 아니라니까. 선생님 맘 알지. 우어어어어어. 모르니? 그런거야?
쿨쩍. 나느은. 니가아. 엉덩뼈 부러졌을까봐. 쿨쩍. 오늘 하루종일. 밥도오 모오온 먹고오오오오오.......”
아까 나한테 했던 똑같은 말을 똑같이 눈물 콧물 질질 흘리고 무한 훌쩍대며 반복 재생 하시더니
하루 종일 밥도 못 먹었다는 생 구라를 치고 (막창을 4인분이나 쳐 먹었잖아, 이놈아!)
결국 교실 한 복판에 픽 쓰러져 버렸다.
내가 그렇게 퍼지지 말아달라고 애걸복걸 애원을 했건만.
신도 무심하시지. (그 땐 정말 신이 무심했다고 느꼈다. 물론 나도 제정신이 아니였겠지, 뭐.)
이 등치를 누가 끌어 내냐고. 난 못 한다고. 배 째라고.
*
몰랐었는데, 박혜성도 키가 한 184는 돼 보인다. 절뚝대면서 교실 앞 까지 와서는 힘겹게
(무게도 무게고 키도 키이지만 술 쳐잡숫고 뻗어 축 늘어진 그 몸을 들기란 성한 몸을 가지고도 쉽진 않지.)
지 담임을 둘러매고 휘적휘적 보건실 침대에 내려놓았다. (칼퇴근 보건선생님 이미 자리에 안 계심.)
“술 취해선 계속 니 엉치뼈 지 땜에 박살 난 거 아니냐고 징징대더라.
얘가 껍데기는 산만해도 마음이 많이 여려. 그니깐 니가 좀 잘 해. 학교생활 열심히 하고.”
박혜성이는 뒷통수만 긁적이며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네에, 대답한다.
이놈이 이런 캐릭터가 아닐텐데?
“야자 다 끝날 때 까지 못 일어나시면 어떡해요?”
“어떡하긴. 집까지 실어 나르는 거지 뭐. 난 죽었다. 제길. 킁. 킁킁. 방금 들은 두 글자는 니 머릿속에서 삭제 시켜.”
“있다가 열한시에 다시 올게요.”
“오, 니가 웬일이냐. 야자 안 토까고 끝까지 계속 있으려고?”
“네, 뭐.......”
대충 말끝을 흐리며 교실로 도망치는 꼬락서니 하곤.
과가 정재민이 과냐, 너도?
“얘는 맨날 열쇠를 왜 맨날 다른 데다가 집어 넣냐고. 한 군데로 통일 좀 하면 안 되냐고, 정재민아.”
밤 열한시 삼십 분.
혜성이와 간신히 정재민군 아파트 현관 문 앞 까지 도달했으나
하루는 앞주머니 하루는 제일 큰 곳 하루는 허리 춤 맨날 열쇠 달아놓는 곳이 바뀌는 정재민씨 덕분에
잔뜩 엿을 먹으며 열쇠 찾기 놀이에 10분을 투자 한 결과 문을 열 수 있었다.
“자. 이제 요 녀석을 저 쪽 부엌 옆에 방 침대에 좀 눕혀주련. 뒷정리는 내가 알아서 할게. 오늘 수고했어.
도와줘서 고마워. 너 없었으면 쟤 여기까지 데리고 오기도 전에 내가 먼저 탈수했을 거야. 조심해서 가.”
“네.”
땀이 나서 더워졌는지, 교복 마이를 벗어 손에 들고 녀석이 현관문쪽을 향했다.
“혜성아.”
“네?”
“너. 대학나와도 먹고 살기 힘든 세상에 무단결석 하다가 고등학교 졸업 못 하면
나중에 너 뭐 먹고 살까, 벌써부터 울면서 걱정해 주는 사람 있냐? 흔친 않지?”
“.......네.”
“정재민 이 녀석이 그 흔치 못한 캐릭터야. 얘 보기보다 눈물 많어. 울리지 말고 잘 하자?”
녀석은 씨익, 웃으며 내일 봬요. 하고 나갔다.
*
아침에 조회 끝나고 교무실에 내려와 보니
내 옆 책상 쓰면서도 가끔 별 어이 없는 문자도 보내주시는 정재민 씨 옆에 박혜성이가 서 있었다.
늘 어지럽게 흐트러진 책상을 사이에 두고서.
“야. 이 거. 니가 알아서 잘 챙겨서 바르고.”
연고를 상자 채로 휙 던져 주더니,
책상서랍에서 뭘 또 뒤적여대더니 뭘 또 꺼내 든다. (아오. 정리 좀 하고 살아라, 정재민.)
그러곤 훌러덩, 박군 교복셔츠를 들쳐 올려 휙휙 둘러보면서 어디엔가 꼭꼭 파스를 눌러 붙인다.
“아악, 아파요!”
“그러니까 븅신아 피할 거면 잘 피했어야지 왜 허리를 갖다 대. 바보냐?”
둘은 한참 티격 대더니 수업 예비종이 치고 나서야 정신을 차렸다.
“아, 빨리 교실에나 올라 가. 너 미워. 싫어. 빨리 가.”
“흐. 선생님 그럼 있다가 폰 꼭 확인하세요.”
“알았으니까 얼른 가세요. 수업 종 칩니다. 그리고 너, 담배 줄여라?”
마지막 말은 쥐도 새도 듣지 말란 듯 지 딴에는 나름 속삭였으나
청각능력 15데시벨 이상 되는 사람들이면 다 들을 수 있는 육성.
녀석이 교무실 문을 열고 나가고 딱 1분 뒤, 정재민의 폰으론 동영상이 하나 전송 됐고.
“으, 으아악 이게 뭐야아아아!”
그 동영상 안에는 어제 정재민의 취중진쇼 (취한 중의 진실한 쇼) 가 담겨 있었다.
요즘은 전화기에 달린 카메라도 기능이 좋아 그런지 참 화질도 영롱하기 그지없구나.
“헉. 허거거걱. 이 거 그럼 인터넷에 벌써 돈 거야? 나 오늘 밤 아홉시 뉴스에 나오는 거야? 악, 안 돼!”
“걱정 마셔. 그 건 그냥 기념 샷으로 보내준 거고. 니네 반 애들이 어제 2학년 교실 다 돌면서 부탁 또 부탁 한 결과
아직 교감선생님도 모르시니까. 반애들 복은 있나보다, 정재민. 좋겠네.”
또 그 새 또 싱글 벙글.
그러엄, 내가 우리 애들 교육 좀 진작에 잘 시켜놨지. 하며 혼자 신났다.
지가 이 맛에 선생 한 대나 뭐래나.
# Epilogue
“박혜성, 오늘은 교무실 왜 불려왔게?”
“모르죠. 왜요, 또 큣대 부러뜨리시려고요?”
“멍충아. 니 모의고사 등급 올랐다고.”
“진짜요? 공부 안했는데.”
“응 알고 있어. 이제 8등급 진입하셨거든. 공부를 안 해도 임마, 학교 수업 꼬박 꼬박 들으니까 성적이 오르잖아.
수고했어. 땡땡이 금단현상이 심할텐데. 너도 때려야 말을 듣는게냐. 뭐 어쨌든. 앞으로도 계속 수고!”
8등급 성적표 들고 헤벌쭉, 해서 올라가는 제자 놈 뒷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정재민은 오늘도 삽질성 발언을 한다.
“진짜 때려야 말을 듣는건가. 그 건 별로 와닿고 싶지가 않은데.......”
“진심이 통한 거야, 이 바보야.”
“히힛, 그렇겠지, 그렇겠지?”
금세 또 신이 난 정재민씨.
“아. 이 맛에 애들 가르친다!”
지잉,
‘그러니까 나한테 밥 좀 사, 전은수.’
그래. 사준다, 사 줘.
이 맛에 애들 가르친다, 요즘 듣기도 보기도 힘든 그 말.
보여주기도 들려주기도 했으니까.
“그 대신 돼지고기로 먹어.”
“짠순이 짠순이 짠순이!”
“같은 말 두 번 초과로 반복하지 말래도?”
“잔소리쟁이. 나 고딩 아니라고오.”
“시끄러, 빨리 수업이나 들어갓!”
.
..
...
대한민국 모든 학생들과 선생님들의 하루가 보람찬 하루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아자, 파이팅!
요즘 한국에선 선생님과 학생 학부형 사이에 갈등의 골이 깊어지는것만 같아서 웬지 속상한 마음에
이런 글을 쓰게 됐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한국에서 학교를 다니는 동안 굉장히 좋은 선생님도 여러분 계셨고
그중에는 지금 9년 가까이 연락을 하고, 찾아뵙고, 밥얻어먹고... 그런분도 계시거든요.
뭐 제가 한국에서 안살은지가 6년이 되어가니, 지금 연락하고 찾아뵙는 선생님들도
다들 오래된 인연이죠.....
주로 저는 젊은 선생님들이 많이 가르쳐주셨었는데, 이젠 거의 같이 늙어간다..는 느낌도 들정도예요 히히.
같이 하는 일년이 힘들었던 선생님들도 계셨지만
대체적으로 한국에서의 선생님, 에 대한 제 기억은 아주 긍정적인 편입니다.
그래서 요즘 이런 저런 학교에서 안좋은 일들이 기사화 되는거 읽으면.. 마음이 그렇더라구요.
한국엔 참 좋은 학생들도 많이있고, (미국은 학생들이 마약하고, 총질-_-하고 이런거 흔해요 ㅠ)
참 좋으신 선생님들도 많이 계시는데.... (한국사람들, 정이 많잖아요 ^^)
학교라는곳이, 즐겁게 배우고, 보람있게 가르치는.. 그런 해삐한 곳이 되길 정말 정말 바랍니다. ^^
첫댓글 좋습니다 귀여워요 으하핫 저런 선생님 많으면 진짜 좋을겁니다
그러게요.. 에휴 ㅠ 학교가 따숩은~ 곳이 되면 좋겠어요 ^^
요즘 학교는 즐겁기 보단 너무 꽉막힌것 같이 답답해서...정말 이글 처럼 좋은학교가 되었으면 좋겠네요
그러게말이에요.. 전 한국에서 학교 안다녀본지 오래되서 지금은 어떤지 잘 모르겠지만, 좋은학교가 되면 참 좋겠어요. 그쵸?
아,좋은글이네요! 그렇죠. 학교 매일 빠지고, 그러는 애들 사실 머리가 비어 보이지만 누군가가 이렇게 꽉 잡아 준다면 ! 애들이 바로 설 수도 있을테니까요 ! 그 럼 건필하세요
감사합니다. >0<
우와! 컴 서툰 아줌마... 이제야 찾은 듯해요. 하하하!
친정아버지도, 남편도 교사인 저는... 두 아이들 선생님들과 만나는 동안 또 말못할 사연들이 있었답니다.
그래도 저 역시 아직은 좋은 선생님들 쪽이 많으시다고 믿고 있답니다.
잘 읽고 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