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 촌놈이 모처럼 따스한 남쪽 지방에 다녀왔습니다. 경상남도 진주에 있는 모 대학교에서
일반인들을 상대로 여는 교양강좌에, 발효와 효소에 관해 이야기를 해 달라 연락이 와 먼 길을
다녀온 것이지요. 진주에 도착하니 시간이 남아서 시내에 있는 중앙시장을 둘러보는데 비교적
예스러운 모습을 간직하고 있어 정감이 들었습니다. 점심을 먹고 천천히 돌아보다 관상조를 파는
가게가 있어 발길을 멈추었지요. 작은 새들이 두세 마리씩 들어있는 새장을 보니 어린 시절로
돌아간 듯 싶었습니다.
하늘 맑고 푸른 날
낯선 시장을 걷다
급할 것 없어
설렁설렁 걸어보는
시장 통 풍경
독도 팔고
그릇도 팔고
국수도 말고
떡도 판다
꽃가게를 지나니
새 파는 곳이 있다
십자매며 문조, 잉꼬
구관조에 앵무새까지
데쟈뷰라 했던가?
언젠가의
어린 시절로
돌아간 느낌
학교를 마치고
집에 돌아와 보니
아무도 없었다
먹구름은 하늘을
잔뜩 가리우고
골목 안 우리 집은
너무 고요했었지
왠지 모르게 밀려오던
막막함...
그날 나는 많이 울적했다
그렇게 마음 적적한데
마루 건너 구석진 곳에서
들려오던 십자매 소리
가까이 다가가니
작은 새장에서 오가며
사이좋게 노닐던
십자매 한 쌍
저 작은 새장에
둘이 아닌 하나라면
저럴게 잘 놀까?
그런 생각을 했었지
아무도 없는 집에서
십자매 소리와 함께
회색빛 하늘
붉게 물들 때까지
나는 혼자였다
그날 나는 외로움이라는
것을 처음 알았지
누구도 침입할 수 없는
나만의 외로움의 방이
조용히 문을 열고
나를 맞아주었다
텅 빈 곳,
고요의 힘 그득한
그 침잠의 방에
십자매 울던 날
가만가만 첫발을 내딛었다
- 영월 송이골에서 산중낙서
* 블로그 "송이골 편지"에서(blog.daum.net/intonature/7861285) 글, 사진: 보리피리
첫댓글 나 어릴쩍 잉꼬와 십자매 키웠던 생각이 납니다
모처럼 먼 나드리 하셨네요
어릴적 소쿠리에 실 매아서 모이 넣고 참새 잡았던 생각이.....
보리피리님 글 넘 좋아요..(왜케 바쁜지.. 편안히 앉아 짧은 글 읽을 시간조차....ㅠ)
15년전 진주 남강댐 공사현장에서 근무했던적이....
동네가 참 아담했었는데....잘 보고 갑니다...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