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 너머 골목에서는 엄마와 아이가 토닥토닥,
친구처럼 자잘못을 따지며 오 분 동안 꼼짝도 안 하고 있습니다.
아이는 엄마가 약속을 지키지 않은 것이 화가 나서
한 발 짝도 앞으로 가지 않겠다고 선언했으며,
엄마는 소리를 빽 지르는 대신,
꼼짝도 안 하는 아이에게 다가가 미안하다고,
약속을 못 지킨 것을 시인하고 사과했습니다.
아빠는 재촉하거나 짜증내는 대신
가만히 그들 이야기의 기승전결이 풀려가는 걸 지켜보며 기다렸습니다.
아이 버릇을 잘 못 들인다고 이야기 하는 분들도 계실지 모르지만,
저는 그 엄마 아빠가 참 예쁜 사람이란 생각이 들어
창문 너머로 한참 그들을 지켜봤습니다.
엄마가 사과를 하자,
그제서야 아이는 화를 풀고 엄마를 따라가기 시작했습니다.
건강한 커뮤니케이션을 보고 참 부러웠습니다.
인간심사 뜸 들이며 제 순서를 다 밟아가며
엉키고 풀리고 해야 하는 것을 다시 봤습니다.
기계도 문제가 생기면 차근차근 풀어야 제대로 다시 작동하는 것처럼요.
그 기승전결의 묘미를 모른 채 덮어놓고 달려와서,
스물이 지나고 서른이 지나서야
겨우 자신을 조금씩 알아가는 느낌이 드는 걸까요.
꼬이고 풀고 사과하고 용서하고 토라지고 사랑하고를 반복하는
희로애락을, 사람간의 소통을 어려서부터 익혀가는 아이.
신은 사람을 그렇게 지었는데, 바쁜 세대를 살아온 우리로서는,
대충 떼우면서 지나가는 경우가 많지 않았나,
그 아이가, 그 가정이 참 부러웠습니다.
첫댓글 좋은 게시물이네요. 스크랩 해갈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