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말일 사고 차량을 수습하다가
뒤에서 달려오는 차가 미처 사고를 보지 못하여
추돌이 일어나면서 아까운 경찰관 한분이
고속도로상에서 돌아갔습니다.
오늘 충청남도 경찰청 장葬으로
공주경찰서에서 영결식이 있었습니다.
고인도 이제 막 오십의 꽃다운 나이지만
미망인과 어린 자녀 셋을 두고 떠나는 길이기에
많은 분들이 고인의 죽음을 애도하고
남은 가족들을 위로하였습니다.
나는 지난해 아까운 인물을 떠나 보낸 자리에서
또 다시 한분의 경찰관을 보내 드려야 하기에
만감이 교차하는 가운데 충남경찰청 경승들과 함께
종교의식을 거행하며 고인의 극락왕생을 발원하고
아미타 부처님의 품에 안겨 영원한 행복을 누리시라
마음으로 간절히 축원하였습니다.
생자는 필멸이요 회자는 정리라 하지만
우리는 만날 때 헤어짐을 생각하지 않고
태어날 때 죽음을 미리 예단하지 않기에
이같은 갑작스런 이별과 헤어짐은
간담과 폐부를 갈라놓는 듯한 고통과 같아
감히 담대한 사람이 아니고는 감당하기 어려운
비통함과 아픔이 있습니다.
그러고 보면 우리는 늘상 죽음이라는 동반자와
같이 길을 걷고 같이 잠을 자며 같이 살아가는 것인데
죽음은 부정하고 나머지만을 인식하고 살고 싶어하는
전도몽상 속에 살아가는 살림살이를 하고 있습니다.
한자로 생사 고락이라는 말이 있듯이
생과 사는 둘이 아닌 하나요
고와 락 또한 둘이 아닌 하나여서
흔히들 손의 바닥과 등과 같은 관계며
동전의 앞과 뒷면과도 같다 하면서도
어느 한면만 보려고 하는 습기 때문에
나머지 나의 반쪽의 소중함과 존재감을
잃어 버리고 사는가 봅니다.
반야심경에 원리전도몽상 구경열반이라 하시니
생명의 실상에 대한 전도몽상을 멀리 여의고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정견을 갖게 되면
그것이 곧 열반이라 하시는 가르침을
입으로는 늘상 외고 읽으면서도
마음으로는 진실되게 믿어서 흔들리지 않을만큼의
진정한 깨달음에는 이르지 못하고 살아갑니다.
그런 무지와 무명을 일깨우고자
자기 희생을 통한 무상의 가르침을 베풀고 가신
고인의 앞길에 아미타부처님의 자비광명이
늘상 함께 하시기를 불전에 기원 올리고
유가족들에게도 심심한 위로와 조의를 표합니다.
공주 상왕산 원효사 심우실에서
나무석가모니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