엿새 전에 5000m 동메달을 딴 선수가 이틀 전에는 1만m 동메달을 따더니 파리올림픽 폐막일인 11일(현지시간)에는 여자 마라톤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어떻게 사람이 이럴 수 있는지 싶은데 에티오피아 난민 출신 시판 하산(31, 네덜란드)이 기적과 같은 일로 파리올림픽의 피날레를 화려하게 장식했다.
폐회식이 진행된 스타드 드 프랑스에서 사상 최초로 진행된 여자 마라톤 메달 시상식에서 무슬림 답게 히잡을 쓰고 나와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으로부터 금메달을 받아 잇몸을 드러내며 활짝 웃었다.
하산은 결승선을 200m 남기고 막판 스퍼트를 다해 티그스트 아세파(에티오피아)보다 3초 먼저 결승선을 넘어 2시간22분55초의 올림픽 신기록으로 우승을 차지했다. 그녀는 "할 말이 없다. 이번 레이스의 모든 순간 난 5000m와 1만m를 뛴 것을 후회하고 있었다. 두 경기를 뛰지 않았더라면 오늘 대단히 기분 좋을 것이라고 되뇌었다"면서 "기분이 좋아지기 시작한 것은 20km쯤에서였다. 그 때 난 금메달을 원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번 대회 달린 거리만 62.195㎞로 역사상 누구도 도전하지 않은 일이다. 특히 1만m를 달린 지 36시간이 채 안돼 마라톤 풀코스 도전에 나서 완주했다. 2019년 도하 세계육상선수권에서 여자 1500m와 1만m를 모두 우승하며 대회 2관왕에 올랐다. 세계육상선수권 단일 대회에서 중거리 1500m와 장거리 10,000m를 석권한 건 하산이 처음이었다. 완전히 성격이 다른 중거리와 장거리에서 모두 세계 최정상급 기록을 만들며 '신인류'라고 불렸다. 하산은 3년 전 도쿄올림픽에서도 5000m와 1만m 금메달을 차지했으며 1500m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헬렌 오비리(케냐)가 아세파보다 12초 뒤져 동메달의 주인공이 됐다. 클라라 에반스(영국)가 2시간33분01초의 기록으로 46위, 로즈 하비(영국)가 2시간51분03초의 기록으로 78위, 칼리 호이거태커리(영국)는 완주하지 못했다.
오전 8시 레이스를 시작했는데 섭씨 24도로 수은주가 올라 여러 선수들이 얼음 팩을 이마에 대고 달리는 모습을 볼 수 있었고 오랜 시간 물병을 들고 달리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고 BBC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