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 노인

[이태호]

라엘아, 

자네 글을 읽으면서 눈물이 나는구나. 

늙음의 고통과 병듬의 고통을 함께 겪으며,

결국 요양원과 요양병원으로 가셔야 하는 부모님.

그런 상황 속에 있어야 하는 딸의 무기력과 자책.

나도 오늘 막내동생과 함께 요양병원에 있는

형님 면회를 다녀 왔다. 

형님은 혼자서 외롭고 힘들게 살다가 뇌경색으로 쓰러졌다. 

지금은 어느 정도 회복되어 움직일 수는 있지만,

말은 아직도 어둔하다.

그리고 치매가 와서 정신이 왔다 갔다 하고 있다. 

형님의 삶을 옆에서 보면서,

어떻게 사람이 저렇게 살 수 있는가 라면서 윤리적 잣대로 평가를 했었다. 

그런데 이번에 알고보니, 대부분이 정신질환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자네가 이번 일을 겪으면서 부모님을 미워하는 마음이 줄어들었다면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드는구나. 

나나 너나 조금 있으면 늙음과 병듬이 현실이 되겠지만, 

우선은 그러한 상황에 처해져 있는 부모형제에게  

미안함과 고마움을 전하자. 

그리고 지금 내가 그분들께 무언가 도움이 될만한 일을

할 수 없는 입장이라면 진심으로 기도를 하자. 

"그분들의 삶에 도움이 되는 내가 되게 해주십사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