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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의신문] 카드채와 신용불량자 문제의 근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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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의신문] 2003년 5월 26일
[시론]카드채와 신용불량자 문제의 근원
최근에 신용불량자가 3백만을 넘었고 경제활동인구 7명 가운데 1명꼴로
신용불량자 낙인을 받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동시에 과거 기업의
부실이 금융부실로 나타나고 급기야 금융경색으로 발전된 것처럼
개인채무자의 상환불능 사태가 카드사의 적자, 경영위기로 나타나고 있다.
만기가 도래한 카드사의 회사채, 자산유동화증권(ABS), 기업어음(CP) 등의
재발행이 어려워짐에 따라 유동성 위기가 올 초부터 지속되고 있다. 정부의
3·17, 4·3 대책은 은행, 제2금융권을 동원한 이른바 브릿지론으로 급한
불부터 꺼보려는 임기응변이었다.
‘빚 권하는 사회’ 안된다
문제에 대한 근원적 해결책이 나오지 않는 상태에서 아무리 유동성을
공급한다 해도 문제는 재발하게 되어 있다. 올해 만기 도래하는 약 41조의
카드사 증권이 정상적인 방법으로 시장에서 차환될 가능성은 희박한 듯하다.
정부에서는 지불불능에 따른 위기가 아니라 유동성위기라고 주장하지만
달걀을 낳지 못하는 닭은 더 이상 닭이 아니듯 수익을 낳지 못하는 채권은
상품성을 상실한다는 점에서 유동성위기이자 지불불능 문제이다.
신용불량자란 경제적인 관점에서 주홍글씨와 같다. 경제영역을 넘어 개인의
도덕성에 대한 낙인으로까지 되기 십상이니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도대체 원인은 어디에 있는가? 카드사용을 남발한 개인인가, 아니면
무책임하게 카드를 남발하고 신용대출을 용인한 카드사 책임인가? 아니면
문제의 소지를 인식하고도 미리 조치를 강구하지 않은 감독 당국의
책임인가? 이도 저도 아니라면 그야말로 ‘빚 권하는 사회’를 조장하는
금융시스템의 문제인가?
현안에 대한 직접적인 원인을 따지기 전에 떠오르는 질문은 왜 한국 경제에
금융위기는 2-3년이 멀다하고 빈발하는가? 97년 외환위기에 이은 금융위기,
2000년 대우사태에 이은 금융위기, 현재의 가계부실에 이은 금융위기는 벌써
97년 이후 세 번째이다. 항상적 금융위기가 한국경제의 단면으로 자리 잡게
된 원인이 도대체 무엇인가라는 질문이 자연스럽게 나온다. 이에 대한
대답은 현 금융위기를 넘어 조만간 또 발생할 수도 있는 또 다른 금융위기에
대한 근원적 원인을 밝혀줄 수 있기 때문에 중요하다.
그런데 필자는 그 답이라는 것이 의외로 간단하다고 본다. 즉 작년의 경우
정치적 요구에 휘둘리는 한국경제 구조 하에서 작년 민주당이 대선에 이기기
위해 기어코 경기를 활성화시켜 놓아야 하는 정치적 필요와 투자부진,
수출부진(하반기에 다소 회복되기는 했지만 상반기는 부진) 하에서 저금리
정책 때문에 넘치는 돈을 굴려 단기 이익을 내야하는 금융시장의 ‘시스템적
요구’가 서로 맞아떨어지면서 발견한 출구가 바로 가계대출,
신용카드대출이었게 아닌가? 대안연대회의가 수년간 주장해온 개발독재의
유산과 신자유주의 시장경제의 나쁜 측면이 결합한 결과, 즉 악조합의
결과이다.
부실채무가 많다고 바로 금융경색이 오는 것은 아니다. 부실채권이 바로
금융위기로 발전하는 이유는 카드사의 자금조달 방식이 자본시장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극도로 유동적인 자금을 조달하여 또한 초단기 이익을 내는
카드론 시장에서 정치적 이해가 작용하여 금융감독이 엉성하기 짝이 없고,
금융회사 자체에 자기 감시의 장치도 없는 그런 환경에서 대규모로 대출이
일어났으니 사고 안 나면 도리어 이상하지 않은가? 누구의 책임을 논하기
전에 이런 여건 하에서 급격한 미국식 금융시장육성을 시도한 것 자체가
무모하고 무책임하다고 해야 할 것이다.
카드론 방치는 정부 책임
필자의 주장은 대출을 하는 개인의 책임을 가볍게 보자는 것은 아니다. 과거
기업대출의 부실에 대해서 기업의 엄중한 책임을 물었듯이 개인이 대출에
대해 책임을 면할 수는 없다. 그러나 많은 경우 개인신용불량자가 양산된
경제적 배경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한 연구기관의 조사에 따르면 외환위기 이후 고용과 소득의 불안정성,
양극화로 인해 저소득층의 저축율이 98년부터 작년까지 줄곧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다. 중·고소득층의 저축율이 약간 떨어진 것에 비해 저소득층은
장기적으로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이 카드론에 의존해
생계를 꾸려가도록 방치한 책임은 정부에 있다. 이 계층의 경우는 구체적인
조사를 통해 이들을 구제할 복지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