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문의 경우는 결국 신칸센은 우수했으나 정치적 문제와 정책의 실패로 한국에 진출하지 못했다. 라는 해묵은 시각의 뉘앙스를 풍기고 있는 듯 합니다만. 결국 해묵은 시각에는 해묵은 이야기를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정치문제 때문에 처음부터 수주따위 기대하지 않고 적극적 협상에 나서지 않았다." 라고 한다면 모를까 사실 협상조건을 본다면 일본컨소시엄의 조건은 '이것들이 제정신인가?' 라는 수준입니다.
당시 경부고속철도의 요구성능조건은 300km/h급이었고, (1992년 당시로는 극단의 최신기술에 속했겠습니다만, 사실 자기부상열차까지 논하던 시점에서야 이 정도까지 내다보지 않고는 힘들었을 것입니다.) 이에 맞추어 TGV측에서는 300km/h급. ICE측에서는 280km/h급을 가지고 왔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0계(240km/h급)를 들고 나온 것도 웃기거니와, 후의 300계(270km/h급)의 경우도 정작 자국에서조차 상용화 실적이 없는 차량이었습니다. 기본적으로 차량스펙만 보아도 '반자이돌격대' 수준이라 논할 가치조차 없다는 것입니다.
정차역이 당초안보다 증가하면서 동력분산식의 가치와 기동가속도에 대해 논하는 시각이 있는데, KTX의 기동가속도가 1.6km/h/s 이고, 200계의 기동가속도가 1.5km/h/s, 300계의 기동가속도가 1.6km입니다. 기동성능 면에서도 당시 신칸센은 경쟁차량에 비해 완전하게 후달리고 있습니다.
그럼 가격이라도 쌌느냐 하면 금융조건과 표준화비용 등을 모두 계산한 경우 TGV < ICE < 신칸센 순으로 성능은 가장 달리는 주제에 가격은 가장 비싼 구조였고. 정책을 논하기 이전에 이런 상태에서 제정신이 아닌 이상 신칸센 대안을 택하는 구매자는 없다고 생각됩니다. 사실 이것이 TGV가 선정된 가장 중요한 요인이 됩니다. 조달을 위한 경쟁입찰에서는 일단 입찰 조건을 충족한 입찰자들을 대상으로 가격을 써내게 하여 가장 낮은 가격을 써낸 쪽을 선정하기 때문입니다. 고속철 차량선정의 경우 신칸센은 사업제안서 접수단계에서 이미 '자격미달'로 중도포기하여 최종라운드에는 입찰서조차 써내지 못했습니다.
여기까지는 해묵은 이야기이고, 해당 저널의 기사문에 대해 반박하고 싶은 것은... 당시 경부고속철도 사업에 실패한 일본이 느꼈던 것은 실제로는 '정책 방향의 전환 필요성'이 아니라 '기술의 후달림에 대한 절감' 이 아니었냐는 것입니다. 당시 신칸센은 자신들의 기준으로 '풀 규격'이라고 하는 거대한 차체와 동력분산식이 갖는 이점으로 단위차량당 높은 수송력을 보인 것 외에 차량성능에서는 어느 하나 프랑스나 독일의 차량을 이기지 못했던 것으로.
결국 그에 대한 위기의식에서 서둘러 개발한 것이 '엽기적 영업성능'을 갖는 500계가 아닌가 하는 것입니다. 500계 차량이 엽기적이라고 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275km/h 한계인 도카이도-산요선에서 300km/h를 단지 '기록하기' 위해 억지를 부린 차량이기 때문입니다. 찔끔찔끔 나오는 직선구간에서라도 300km/h를 잠깐씩 밟아주기 위해서 엄청난 가속도를 부여하게 되었고 그 결과 영업 300km/h 차량 주제에 균형속도 400km/h라는 비 경제적인 전기먹는 하마가 된 것입니다. 이후 등장한 700계가 개발 테마로 코스트다운을 잡게 된 것이나, 올해 N700의 등장으로 500계가 조기 퇴장하는 것은 이런 500계의 '억지 설계'와 전혀 무관하지 않다고 여겨집니다.
그들이 500계에 대해 항상 강조하는 '세계 최고속 열차'라는 수식어가 등장하게 된 배경은 500계가 경제성보다는 그 '타이틀'을 획득하기 위한 차량이라는 반증이기도 한 셈입니다. 즉 세계 최고속 열차를 제작하고 영업하고 있다는 실적을 기록함으로써 한국전에서 발려버린 기술의 한계를 만회하려 했다는 해석입니다.
(균형속도란 차체가 무한정 튼튼하다고 가정하고 풀 노치로 당겨 무한한 시간이 흘렀을 때 도달할 수 있는 최고속도. 열차주행저항과 기동력이 일치되는 시점으로서, 모터의 한계를 나타낸다고 보면 되겠습니다.)
여튼 한 마디로 요약한다면, 마치 애시당초 공부를 게을리한 학생이 "내가 시험에서 떨어진 이유는 다 교육정책 때문이었다." 라고 억지를 부리는 듯하다. 이런 느낌입니다.
첫댓글 여담이지만 500계 열차의 경우 원래 300km/h가 아닌 320km/h 영업운전을 목적으로 개발된 차량이라 출력이 어마어마하게 높아졌죠.
철도팬 가끔 사서 보긴했지만 이 정도 수준의 글을 넣어놓은거보면... 철도팬 잡지의 수준이 의심이 가기 시작하네요.
직지심경이 관련되있다는 말은 그럼 헛소문이였던가요?그냥 루머일뿐이였나....
그건 프랑스 쪽에서 어떻게든 정치적인 환심을 사보려고 한 거고, 정말 비등비등한 상황이라면 도움이 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실제 영향은 거의 없었을 거라 생각합니다. 무엇보다도 본문에서 언급되듯 요구사항인 300kph를 충족하는 차량은 TGV뿐이었습니다. 당시 영업속도 실적이 250kph인 ICE와 240kph인 신칸센은 이것을 극복하는 데만도 엄청난 추가조건이 필요하게 되죠.
본문에서도 언급하였고, 전문2 게시판에 적은 대만당영제 객차의 수입에 관한 이야기에서도 나타난 것처럼... 경쟁입찰 형태의 국가조달을 결정하는 것은 결국 "얼마나 낮은 가격을 써냈는가?" 입니다. 직지심경 등의 이슈는 중간 RFP(제안서) 접수/협상 단계에서 프랑스 측이 유리한 여론/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활용하는 전략이 될 수는 있지만 (요구성능조건 변경, 입찰예가 상승 등) 일단 자격을 득한 회사들이 가격을 써내는 최종결정 단계에 들어간 후에는 온전히 '가격'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에 직지심경이 영향을 준다는 것은 어렵습니다.
그 당시 신칸센은 문제가 많았고, 가격도 비싼데다가 기술이전 0이라는 조건이었죠. 게다가 기존선 호환 불가, 고상홈 사용 등 한국 철도와는 호환이 안되는 문제도 많았습니다. 딱 하나 의견이라고 나왔던 게 신칸센은 산악지형을 많이 운행하고, TGV는 평야지대를 이용해 우리나라에 안맞는다는 거였는데, 만약 신칸센을 샀다면 고상홈, 기존선 호환 불가 등의 이유로 현재 고속철도를 제대로 운행하지 못했을지도 모릅니다.
가격이 비싸고 기술이전 안되고 속도도 가장 낮고 뭐 여러가지 문제점이 있었겠지만 기존선 혼환불가나 고상홈 사용이 문제가 되지는 않았을껄로 보여집니다... 중국같은경우 E2로 기존선 다니고 있구요 정차역에 신칸센전용 고상홈 설치하는게 그렇게 어려운일도 아닙니다
예전같이 신칸센만 좋다는 식으로 억지를 부리려는건 아니구요... 그냥 신칸센이 갖고 있는 장점까지 폄하되는게 안타까워서요...
기존선 호환이 불가능했던건 근본적으로 신칸센의 2x3 좌석배열인 차량 규격이었다고 합니다. KTX나 TGV, ICE는 일본기준으로 판단한다면 미니신칸센 규격에 해당합니다. 차량규격이라는게 근본적으로 시설규격에도 영향을 미치는 특성상 무시할수 없는 부분입니다. 그리고 정차역에 전용 고상홈 개수하는것은 예상외로 엄청난 비용이 필요합니다. 여담이지만 중국 철도차량의 규격도 우리와 거의 동일할것 같은데 E2계는 어떻게 들여왔는지 궁금합니다.
중국의 경우 주요 대형역에서는 고상홈을 사용하며, 따라서 객차는 고상홈과 저상홈을 겸용하여 사용할 수 있게끔 설계되어 있습니다. (고상홈에서는 고상홈 발판을 내려 승하차함) 차량한계는 조금 더 큰 것 같더군요.
초기엔 무려 200계를 들고온거였습니까 -_-;;;;; 당장 최고속도만 60km/h 차이나는데 누가 살 지 -_-;;
요즘은 영국에 사업수주하는 걸 보아하니 기술이전도 어느정도는 하더군요. 한국에서의 실패원인을 조금은 만회한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