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진청자배마라톤?
강진은 우리 집에서 굉장히 먼 곳이라서 경기 참가하기에 교통 여건이 만만치 않은 곳입니다. 게시판에는 셔틀이 있다고 나와서 한번 가보고 꼭 입상을 하고 싶은 곳입니다.
입상자에게 주는 상금도 있지만, 강진도자기를 입상자에게 부상으로 주기에 어떤 트로피 종류보다 특색 있고 집안 분위기도 좋을 것 같습니다.
참가접수 마감 며칠전에 셔틀은 신청자가 적어 취소한다는 문자메시지를 받았습니다. 생각 끝에 고속버스를 이용하기로 하고 경기 참가 취소는 하지 않았습니다.
어제 토요일 오후에 고속버스터미널에서 일반고속버스를 타고 강진에 도착하였습니다. 같은 버스를 최진수씨와 탔고, 강진소방서 근처에 대궐이라는 24시 찜질방에서 1박을 하였습니다.
이 밤에 서울에서 경기 참가를 위하여 온 사람이 없어서인지 대궐찜질방은 조용합니다. 조용한 가운데도 버스에서 졸지도 않고 왔는데 밤새 잠이 오지 않아 고생을 했습니다.
경기는 오전 9시 시작이라서 강진에 늦은 시간에 도착하였지만 고속버스를 4시간 이상 타고온 여행 피로는 잘 풀수 있었습니다.
늦은 시간에 대궐 찜질방을 나서서 가까이 경기장을 찾아 가는데, 벌써 해는 높이 솟아 오르고 오늘 날씨가 범상치 않을 것을 예고하는 듯 합니다.
경기장에 일찍 도착하여 아주 천천히 준비를 하지만 시간이 잘 안가네요.
탈의실 옆에서 젊은농부 전형수씨를 만나 인사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보기만 해도 반가운데 뭐라 더 표현할 말이 없네요.
물품을 맞기고 모든 준비를 마칠 무렵에는 기온이 상당히 높이 올라가고 있습니다.
9시가 되어 풀코스부터 출발을 합니다. 1Km를 가는데 모든 주자가 얼마나 천천히 가는지 굉장히 답답하기도 하고 머리가 복잡해집니다. 어제 최진수씨는 서울에서 10Km 경기 참가를 해서 조금은 피로가 누적되어 있을 것이라는 생각. 또 다른 몇몇의 주자는 기록이 조금 처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
독주를 하려면 굉장한 실력 차이가 있어야 하는데, 같이 달려야 하나, 아니면 그냥 앞으로 튀어 나갈 것인가?
또 하나는 다음주에 있을 경기와 관련하여 어찌 되었던 오늘 경기에서 기록보다도 훈련 삼아 좀 더 열심히 달려야 하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조금 더 달리다가 1.5Km 지점쯤에서 약간의 경사로가 있는데 여기서부터 보폭을 넓히며 앞으로 치고 나갔습니다. 경기 초반부터 동반주가 아닌 독주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시계가 있는 선도 차량을 바로 뒤에서 따라 달리는 것도 기분은 좋더라고요.
하지만 마음 한켠은 상당한 부담이 되고 있습니다. 이렇게 무리한 수를 두었다고 곧 2위그룹 주자들에게 따라 잡히고 추월을 당하여 입상도 못하는 것은 아닐까?
오버페이스를 하지 않기 위하여 속도를 내지 않고 달리려 하지만 속도가 늦춰지지 않는 것 같습니다.
바닷가 길을 따라 달리는데 길 표면에 소금 결정이 있는 것처럼 하얗게 보이네요. 가능한 하얀 결정체를 밟지 않아도 되는 부분으로 달립니다.
하프 반환점은 조금 더 연장되어 아마도 22Km를 넘긴 것 같습니다. 반환점을 돌아오며 보니 2위로 달리는 최진수씨와는 200 여m 거리가 있는 것 같습니다. 그 뒤에 3번째 주자가 100 여m 뒤를 달리고 있습니다. 이 정도의 거리라면 제가 조금만 속도가 떨어지면 따라 붙을 수 있는 거리라는 생각과 고민이 깊어집니다.
날씨는 얼마나 좋은지 그야 말로 뙤약볓이다 싶습니다. 급수대에 물을 마시려 시도한 여러번 가운데는 빈 컵도 있고, 물이 거의 없는 컵도 있었습니다. 하는 수 없이 물이 제대로 있는 급수대에서는 서서 두 컵, 세 컵의 물을 마시고 달리기도 합니다.
분명 초반 오버페이스가 되어 남은 구간 1/3을 달리는데는 속도도 많이 떨어지고 굉장히 고통스러워집니다.
몸이 고통스럽고 힘이 들수록 호흡 자세를 바로 잡고, 달리는 모든 자세를 바로 잡으려 하지만 힘이 들어 고개가 뒤로 젖혀지려 하고, 호흡도 제대로 안되고 가빠집니다.
그러면 더욱 지치게 되는데, 뒤에 주자가 얼마의 거리를 달리고 있는지 바라보고 싶어 자주 뒤를 돌아다봅니다.
마지막 3Km를 남기고 뒤를 돌아다보니 뒤에 주자가 그리 가까이 있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속도는 느리더라도 최대한 기본 자세를 유지하며 달리고자 애를 씁니다.
주변을 지나치며 만나는 분들이 엄지손가락을 들어 보이며 응원을 해 주십니다. 그래도 별 도움이 되지 않고 힘이 나지 않습니다.
드디어 운동장 입구가 보이고, 운동장 입구를 지나 달리며 시간을 보니 45분을 향하여 가고 있습니다. 45분 안에라도 골인을 하고 싶어 막판 안간힘을 다하여 달리며 시간을 보니 다행이 45분 안에는 골인한 것으로 보입니다.
멀리 강진까지 와서 기분 좋은 1위를 한 것입니다.
서브-3 60회 도전의 51회차를 무사히 마치며, 수 많은 응원과 격려를 아끼지 않으시는 동호인마라토너님들께 감사를 드립니다.
오늘 현대자동차마라톤동호회 유복근 님께서 풀코스 200회 완주의 기념 도자기를 받으셨습니다. 기온이 굉장히 높은 날씨에 200회 완주를 축하드립니다.
젊은농부 전형수씨가 기록이 조금 안좋다고 이야기를 하시네요. 정헌씨와도 만날 수 있었는데, 굉장히 정중하게 인사를 하셔서 몸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두 분 만나 반가웠습니다.
먹거리로 두부와 맛난 전어회를 조금 먹었습니다.
시상식을 마치고 귀가를 하며 강진시외버스터미널에서 오후 2시가 넘어
화장실에 가서 소변을 보는데, 소변 량이 얼마나 적은지요.
경기를 오전 9시에 시작 하였으니 5시간이 넘었는데도 소변이 생기지 않은 것입니다.
원인을 생각해 보니 오늘 같이 기온이 높은 날에 수분이 상당히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주로 급수대에서 물 공급을 원활하게 하지 못하여,2번의 빈 컵, 양이 적은 컵 등을 만나다 보니 땀 손실은 많고 수분은 굉장히 부족하였나 봅니다. 소변을 보며 코스가 좀 더 길었더라면? 하는 생각을 해 보니 아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