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밭을 드나드는 길냥이가 있다. 20년도초 밭을 개간한 직후부터이니 역사도 꽤 되는셈이다. 처음에는 누런색의 고양이였는데 검정색의 새끼를 출산한 후로는 자식에게 구역을 넘겨주고 어미는 어디론가 떠나 버렸다.
밭에 쥐가 드나든다는 사실을 직감한 이후부터 사료를 구입해 고양이에게 먹이면서 밭을 지키도록 했었다. 그러다가 23년도 부터는 바로 옆에 신축건물 공사장이 시작되면서 인부들 식사를 제공하는 구내식당에서 밥을 얻어먹었던가 보다.
그런데 금년 중반부터 공사가 거의 완성단계에 이르면서 고양이에게는 위기가 왔다. 상주하는 인부들이 줄어들다보니 식당이 폐쇄된 것. 그리고 년말이 되면서 신축공사는 완공을 앞두고 있다. 먹이조달을 못하는 고양이에게 위기가 왔다. 먹거리가 없다보니 들쥐도 없다.
오늘 점심식사후 운동삼아 텃밭에 갔다가 고양이와 마주쳤다. 평소에는 나를 멀찍이서만 쳐다보던 고양이인데 오늘은 나에게 다가왔다. 배가 굶주린 때문이다. 그야말로 피골이 상접한 모습이다. 몇일을 굶었는지 눈이 쾡하고 곧 죽을듯한 모습이다. 하지만 내게는 고양이에게 줄 것이 없다. 급한대로 물이라도 줬으면 좋으련만 거기에는 생각이 미치지 못했다.
집에 와서도 고양이의 애처로운 모습이 떠나질 않는다. 아내에게 말하니 아내는 절대로 먹이를 주지말란다. 아내는 어려서부터 고양이에 대한 부정적인 선입견이 강하다고 하였다. 하지만 나는 어릴 때부터 집에 고양이가 있었기 때문에 미워할 이유가 없다. 그리고 잘만 이용하면 고양이는 해로운 생물들을 퇴치해주기도 한다.
인터넷을 검새해보니 가장 싼 사료가 20킬로 3만원. 3만원 없어도 사는데 아무 지장이 없다. 우선 주문을 하였다. 그런데 걱정이 든다. 만일 고양이가 오늘을 못넘긴다면 그 사료는 아무 소용도 없어진다. 가만이 생각해보니 집에 간식용 건빵이 있었다. 그래서 다시 밭으로 찾아가 고양이를 불러보지만 반응이 없다. 어디론가 먹이를 찾아 헤메는가 보다. 그릇에 먹을 만큼의 건빵을 물에 적셔 놓아주고 귀가하였다. 자기의 운명이 남았다면 먹을 것이다.
금년 5개월간 산불감시원으로 근무했던 구역에 매일 산고양이에게 사료를 공급하는 여성이 있다. 하루에 20킬로 한푸대와 물병들을 카트에 실고 60대 전후의 키도 작은 여성이 수고를 마다하지 않았다. 다른 분을 통해 알게된 사실은 대리운전을 해서 번 돈으로 고양이 사료를 구입한다고 하였다. 놀라운 동물사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