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12월호 기획 여성혐오에 관한 글 이후에 새해 처음 뵙네요!
많은 벗 님들과 2월 13일(토) 벗 총회 끝나고 서울 홍대 근처에서 막걸리 한 잔 기울이며 수다 떨고 싶네요!
아무리 바빠도 벗 총회와 연수는 꼭 가려고 노력하며, 출석률 100%를 지향하고 있습니다.
많이 오실 거죠?
여당 대표가 저출산 대책으로 조선족 여성의 이민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는 발언으로 여성주의자가 아니더라도 많은 분들이 혀를 끌끌 차며 여성을 출산 기계로 보는 단세포적인 발상을 비판하네요.
저도 이런 발언을 어떻게 일국의 여당 대표가 할 수 있나 하는 어이 없음과 함께 야당의 정치적 공세 지점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여당 대표의 실언에 대한 뒷담을 전교조 여성위원회 선생님들과 했습니다.
그러나 그 이면에 생각해 볼 만한 문제가 있어서 오랜만에 게시판에 글을 써봅니다.
박조건형 벗님이 항상 여성주의 논제와 학습을 이끌어 주어서 '아, 이제 우리 벗도 이런 분위기가 되었구나' 하면서 말이죠~
1. 우선 생각이 복잡합니다.
엄청 여성 비하, 반여성적, 민족 인종 차별적, 남성중심적 무식한 발언인데...
저는 다문화 가정이 많은 동네에서 초등교사를 15년 정도 하니 이런 생각이 단선적으로 무식한 생각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새누리로서는 누리과정 돈도 제대로 안 주면서 저출산 대책을 아무리 내봤자 백해무익 임을 자신들도 모르지 않을 겁니다.
FACT만으로만 이야기 하자면...
저는 서울에서도 다문화 가정 비율이 높은 구로구에 근무하고 있습니다.
중국 조선족 동포들은 다 안다는 대림역 8번 출구 근처 학교에도 근무했었고, 그곳에서 다문화가정 담당 업무를 맡기도 했습니다.
저 혼자 한해에 다문화 가정 어린이와 학부모 지원 예산으로 2,300만원 정도 쓴 적도 있습니다.
제가 근무한 학교에서 이주 결혼 여성의 가정이 한국 여성보다 자녀 수가 1~2명은 더 많았습니다.
중국 동포 뿐만 아니라 일본, 필리핀 등 동아시아 이주 여성 가정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래서 다문화, 다자녀의 복지 혜택이 많이 돌아가게 됩니다.
이러다 보니 남부교육청은 아예 대놓고 저출산 고령화 대책 연수에서 "다문화가정을 잘 관리하고 지원해야 한다. 우리 출산율은 1명 정도인데 이들은 애들을 많이 낳는다."라고 말할 정도였습니다.
사실로만 놓고 보면 여당 대표의 대책은 어쩌면 손쉬운 저출산 대책 가운데 하나일 수 있습니다.
2. 어떻게 하면 아이를 순풍순풍 낳을까요?
얼마 전 SBS 스페셜 '엄마의 전쟁 3부작' 시리즈를 모두 보았습니다.
그곳에 고출산의 단서가 있었는데 그 하나는 육아 문제를 해결해 주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맞벌이 부부들 중 적어도 한 명은 6시면 집으로 돌아와야 한다는 것이었죠.
마지막으로 출산과 육아로 경력단절되는 피해를 여성들이 보지 않도록 해줘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한마디로 애 낳아도 여자건 남자건 손해보는 삶이 아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물론 친한 여성주의자 친구는 외국 사례로 든 '네덜란드의 시간제 정규직'의 문제를 날카롭게 꼬집어 주었습니다.
우선 시간제 정규직이 여당이 하려고 하는 '정규직 시간제 일자리'를 적극 홍보해 준다는 것입니다.
또 저녁 6시 땡 치면 부부가 모두 돌아와서 육아에 전념, '보육 사회화'의 대안이 아니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래도 어쨌든 이 프로그램의 시청 후기를 나눈 여러 맞벌이 가정 엄마들의 반응은 "네덜란드로 이민가고 싶다'였습니다.
아이를 잘 낳을 수 있도록 하는 첫번째 열쇠는 "육아의 사회화와 부부 6시 칼퇴"입니다.
3. 문고리만 내 것인 집은 안 됩니다!
얼마 전 저녁 설거지를 하면서 들은 뉴스에서 어떤 지방의 출산율 높이기 성공 사례를 방송해 주었습니다.
http://news.joins.com/article/19434047
기장군 출산 1위 만든 건 ‘반값 전세값'(중앙일보 1월 19일)
주변 시세보다 50% 정도인 전세가로 인하여 아이를 1.78명씩 낳는다는 것입니다.
우리 나라 평균 1.06명에 비하면 상당히 높습니다.
게다가 육아 환경도 좋은 편이라고 이 뉴스는 덧붙여서 설명해 줍니다.
저는 이런 현상을 마을에서 경험하고 있습니다.
제가 현재 근무하는 학교는 서울시 장기전세 아파트 단지로서 주변 시세의 70% 정도의 전세가로 20년 동안 살게 해주는 동네입니다.
3자녀를 낳아서 장기전세에 들어올 수 있는 기회를 가졌으나 이사를 하고서도 또 넷째, 다섯째를 낳고 가장 많은 여섯째를 둔 학부모도 보았습니다.
(우리 동네에서는 아이 하나는 명함도 못 내밉니다.)
맞벌이 하면서 자기 실현도 할 수 있는 여성이 칼퇴를 해서 6시에 집에 온다고 해도
번 돈의 상당수를 대출금과 이자 갚는데 써버리면 애는 하나만 낳고,
"애 한테는 동생이 있어야 한다"는 주변의 수많은 잔소리와 공격에도 까닥하지 않는 강철 여성이 되는 것입니다.
4. 저도 아이를 하나만 낳았습니다.
어떻게 애를 외롭게 혼자 키우냐는 숱한 시어머니 이웃과 동료교사들의 비난에도 전혀 끄떡하지 않았습니다. 연말정산에서 집 대출 이자만 500만원 소득공제가 되고 일주일에 1~2번 애아빠가 저녁을 차려주는데...
어떻게 아이를 또 낳을 수 있단 말입니까?
더구나 영어 학원비 한 달에 20만원 주요과목 다 사교육시키려면 족히 50만원 이상 깨지는 이 나라에서...
(보통의 초등 고학년과 중학생의 사교육비 규모이지 저희 가정의 경우는 아니니 오해 마시길...)
저는 그래도 먹고 자고 사랑하고 일할 집이라도 있으니 행복한 거죠.
아예 젊은이들은 이런 집을 마련할 직장도, 집도, 결혼도, 연애도 포기하는 삶을 살고 있습니다.
미래 유망산업 가운데 하나는 '1인 가구'를 대상으로 한 각종 서비스와 상품들입니다.
1.06명의 숫자도 어쩌면 몇 년 지나지 않아 무너질 지도 모릅니다.
5. 대한민국 멸망에 대안이 있습니까?
제가 11~12월호에도 인용했듯이 이대로 가다가는 2,300년에 대한민국은 '저출산 고령화 사회'를 극복하지 못하고 1,06명의 출산율보다 더 낮아져서 이 지구상에서 멸망하고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다는 것이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한 성평등 강사의 분석입니다.
무섭습니다, 사실...
내 딸 아이의 후손들이 고통스러워 하는 모습들이 상상되어서...
우리에게 진보건 보수건 대한민국 멸망에 적확한 대안이 있습니까?
하긴 이런 말을 하니 어떤 학부모는 이렇게 말하더군요.
"헬조선은 지구상에서 사라져도 괜찮아요."
벗이 지향하는 '교육의 생태적 전환'을 단지 농사교육, 농업교육, 텃밭교육, 생태교육이라는 협소한 내용을 넘어 생태, 인권, 평화, 민주주의, 노동 그리고 성평등과 여성주의 가치를 '교육'을 통해 실현해가는 무지개빛 철학과 담론이어야 함을 호소드리면서...
이런 담론과 실천을 위해서 오는 2월 13일(토) 서울 2호선 전철역 홍대 입구에서 뵙길 간절히 바랍니다!
첫댓글 육아에 대한 복지 정책따위가 전무한데, 바보가 아닌 이상 어떤 여성들이 사서 고생이 분명한 길을 걸어가려고 하겠습니까. 살기가 더 각박해 질수록 아이를 안가지려 할 것이고, 결혼을 선택하지 않는 여성들도 많아질 것 입니다. 페미니즘에 무지한 사회일수록 저출산 문제는 더 심각해 질거라고 봅니다. 그래서 자꾸 여성주의를 공부하자고 제안하는 것 입니다. 남녀가 함께 잘 살기 위해 필요한 공부가 페미니즘 입니다^^
글쵸~ 암울한 얘기지만 제 주변의 샘들은 결혼, 출산 파업 당해봐야 이 사회는 정신 차릴 거라고들 해요!
이 글의 대부분이 대답해주는 것 같습니다. http://m.womennews.co.kr/news_detail.asp?num=90741
다만, 대한민국이 망하는 게 왜 문제인지 잘 모르겠고, 성평등/인종/국가주의/민족주의를 한꺼번에 이야기하는 건 서로 모순되고 이야기 정리도 안되니 좀 나누어 고민해야겠지요.
저도 대한민국 하나 망하는 건 큰 문제 아니지만, 대한민국의 괜찮은 사람들도 1%의 권력자들 때문에 함께 침몰한다는 건 좀 억울해요! 우리가 무능해서 운동이 이거밖에 안 돼서 그런다고 위로하지만 씁쓸하죠... 저는 소위 부르조아적인 여성주의 관점에서 글을 쓴 셈이에요...
하지만 교육불가능 사회, 완전 성차별 사회를 비판만 하고 있으면 같이 무능하고 무력해지는지라 그런 관점에서 써봤어요!
사회가 망하는 것과 나라가 망하는 건 다르잖아요 ㅎㅎ 위에 썼듯 민족주의와 국가주의, 성평등과 인종을 나누어 고민해야할 것 같아요.
국가주의가 곳곳에 뿌리박고 있어서 극복하기 쉽지 않다는 생각을 요즘들어서 합니다. 천황제국가주의의 지배를 물리치고서 만든 대한민국 역시 개발독재국가주의라는 족쇄를 벗어버리지 못한 까닭에 나타나는 말도 안되는 일을 지켜보고 있으니까요. 학교라는 국가기구의 말단 조직에 속한 교사로서 국가를 부정함으로써만 인간으로서 존엄을 지켜야 하는 상황을 자주 겪는다는 생각이 듭니다. 내가 속한 전교조라는 자주적 단체도 국가에 뭔가를 요구하다보니 국가주의를 일정 부분 인정해주는 때가 많다는 생각도 하구요. 백성들이 주인인 나라와 관료가 지배하는 국가는 분명 다른 것인데, 교사를 말단 관료로 인식하는 때가 많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