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서울에 낙후된 장소를 찾아가보도록 하겠는데요. 제가 지금 서있는 곳은 바로 을지로인데요. 바로 서울 한복판이죠. 근데 이곳에 슬럼가를 방불케하는 장소들이 숨어 있다고 합니다. 그 모습 지금 바로 영상으로 생생히 보여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세운상가 좌우로 자리잡은 세운재정비촉진지구 내 3구역. 높은 고층 빌딩들의 스카이라인이 뚝 떨어지는 지점입니다. 대로변에서만 보더라도 이미 다른 을지로 지역들보다도 노후한 건물들이 눈에 띕니다.
▶구민기 기자
여기 보시면 아시겠는데요. 여기를 기점으로 이 대로변하고 골목 안쪽 분위기가 굉장히 많이 달라집니다. 대로변도 좋은 시설이라고 볼 수 없는데 골목 안쪽은 대로변하고 비교하면 굉장히 낙후된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럼 골목 안쪽으로 들어가보겠는데요. 여기 간판들, 이 골목에서 보면 오래된 간판들이 되게 어색하게 놓여 있는 것을 볼 수 있고 더 들어가 보면 지붕 위에 보실 수 있는데요. 사시는 분들한테 얘기를 들었는데 비오는 걸 막으려고 막아놨다고 하시더라고요. 다른 것으로 대기 보다는 임시방편으로 저렇게 막아놨다고 합니다. 그리고 더 들어가시다 보면 구석구석 건물들이 벽도 기울고 파져 있고 이런 걸 볼 수 있고요. 이 안쪽에서... 제가 아까 봤을 때 위험해 보였던 게 전선이 나와 있더라고요 실제 전기가 들어오는 상황이거든요. 이렇게 전선이 아무렇지도 않게 나와 있어 합선의 위험도 분명히 있다고 하고, 그리고 바로 옆에 빗물을 받는 파이프도 이렇게 바깥으로 나와서 방치되어 있습니다.
▷토지주/김두철
재개발 지역이기 때문에 여기다 슬레이트나 이런 것들을 올릴 수 없어요. 그래서 비가 새서 천막으로 그냥 비를 막고 있는 상태입니다. 이 안에도 보시면 전선도 말입니다. 여기가 곧 철거가 된다고 해가지고 그냥 나열되어 있어요.
▶구민기 기자
골목이 매우 좁습니다. 사람 서너명이 동시에 걷기에도 비좁아 보입니다. 작년 11월 한 건물에서 불이 났는데 소방차가 진입도 하지 못해 양 옆 건물에 불이 옮겨 붙는 사태까지 벌어졌습니다.
▷토지주/홍주화
뒷집에서 불나가지고 우리집으로 와가지고 전부 내려앉고 다 타서 지붕 내려앉고 기계들이 다 녹아내린 거죠. 부속 타고. 그러니까 뭐 이 사람들 심정도 있지만 내 심정도 뭐 어떻게 말할 길이 없는 거지 뭐. 그 상황에서는 그냥 여기 주저앉아서 피우지도 못하는 담배만 뻐끔거리고 있다가 나중에 나왔는데. 결론은 그래요. 이 사람들도 애처롭고 나도 애처롭고 다 똑같은 상황이에요. 그 상황에선.
▶구민기 기자
이곳은 한때 이곳은 우리나라 산업의 원동력이었습니다. 1968년 세운상가가 을지로 일대에 들어섰습니다. 그 주변으로 공구상인들과 공인들이 모이기 시작했습니다. 이곳에서 만든 부품과 기계로 우리나라 공장이 돌아갔습니다.
하지만 지금 이곳은 그때의 활기를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이곳 건물의 70%는 1970년대 전후에 지어졌습니다. 40년 이상된 건물이 대부분입니다. 다 허물어져 갑니다. 비어 있는 건물도 많습니다. 길거리를 걸으며 보았던 상가 10개 중 네다섯 개는 셔터 문이 내려져 있었는데 이 가게들이 모두 비어 있는 상황이라고 합니다. 대부분 화장실이 없는 건물들입니다. 소변은 수돗가에서 해결합니다. 대변을 해결하기 위해선 근처 지하철역을 가야 합니다.
▶구민기 기자
그럼 서울 한복판에 이렇게 낙후된 지역이 있는 이유가 뭘까요? 취재를 하면서 봤던 주민들은 개발을 하기를 원했습니다. 원인은 또다른 곳에 있었습니다.
서울시는 이 지역을 1979년에 정비구역으로 지정했습니다. 이 시기에도 이 골목이 노후화 됐다고 판단해 개발을 하려는 목적이었습니다. 이에 따라 오히려 건물들은 신축, 증축이 불가능해졌고 개보수도 서울시에서 허가받아야만 가능했습니다. 하지만 정비사업은 서울 시장이 바뀔 때마다 개발 밑그림이 바뀌면서 40년 가까이 제자리걸음입니다. 그 사이 개발을 기다리다 망해 부동산을 경매당하거나 자살하는 사람들까지 나왔습니다.
▷토지주/이병희
밤에 사람들이 없으니까 불안하지. 주민도 여기 없고 집들을 뜯으니까는 아주 불안한 건 말도 못하고 저녁에 내가 없으면 아예 문을 안 열어. 사람이 없어, 주민 없고. 실업자들, 노숙자들 왔다갔다 하면서... 말로 형용할 수도 없고 손해는 손해대로 나고 심정은 말할 수 없고, 내가 병이 생겨서 요새 자꾸 기침도 나오고 이렇고 뭘로 보상하려는지. 내가 이 기계를 제작하면서 47년 동안 하고 있는데 얼마에 보상하려는지 그걸 좀 묻고 싶어.
▶구민기 기자
박원순 시장 들어 더 황당한 일이 일어납니다. 박 시장은 새로운 개발 계획을 2014년 만들어 개발을 진행시킵니다. 그러다가 지난 1월 갑자기 30년 정도 역사를 가진 을지면옥 등 구역 내 노포들을 보존해야 한다며 이주를 앞두고 개발을 중지시켰습니다. 절차에 따라 인허가를 줄곧 내주다가 갑자기 자기들이 내준 인허가를 무효화시킵니다. 전문가들마저 노포가 건축적으로 보존가치가 없다고 말하는 데다 노포주인이 초기에 개발을 주도하다가 무슨 이유에서인지 개발 반대로 돌아선 터라 원주민들의 원성이 높습니다. 서울시 산하 SH공사가 개발 중인 바로 옆 세운4구역에선 60년 된 노포 등도 모두 밀어버렸습니다. 3구역식의 골목보존 계획도 세우지 않았습니다. 이율배반적이란 지적이 나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