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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햇님방긋 이메일 : assari615-_-@hanmail.net 팬카페 : №햇님이가뜬다[햇님방긋]〃 ★에필로그 있습니다. 《고딩파파2 59》 태공이가 그토록 알바를 고집했던 이유. 새벽부터 나가 희리에게 얘기하지 못하고 막노동의 일을 했던 이유는 바로, 다름 아닌 희리와의 결혼식을 치루기 위해서였다. 희야가 태어난 지 일년 하고도 한달이 지난 지금. 희리는 태공과 혼인을 한 상태였지만, 예식을 치룬 상태는 아니었다. 여자들의 로망과 환상이 머무는 결혼. 결혼식도 없이 희야를 낳고, 함께 살아오면서 늘 희리에게 미안했다. 그래서 희리를 위해, 그리고 보다 행복한 생활을 위해 결혼식을 앞두고 있었고 두 사람 손가락에는 커플링과 꽃반지가 자리 잡고 있었다. 그의 프러포즈와 함께 결혼 준비는 일사천리로 진행 되었다. “그래도 이건 너무 이르잖아, 엄마한테 말도 없이 너 혼자 결정하는 게 어디 있어?” 태공이 모든 돈으로 잡아둔 예식장 때문에 결혼을 늦출 수도 없었다. 어머니는 태공이가 혼자 결정한 일이 못내 섭섭하면서도 너무도 갑작스러웠던 지라 당황함을 감추지 못했다. 어찌 되었든 힘들게 잡은 예식장을 취소할 수는 없었다. 거기에 따른 위약금을 물어야 했기 때문에, 결혼식까지 채 일주일도 남지 않은 가운데 서둘러 결혼준비를 해야만 했다. “사부인, 죄송해요. 저도 갑작스럽게 결정된 일이라.” “뭘요. 저는 태공이가 기특하기만 한데요.” 태공의 엄마가 희리 엄마에게 죄송함을 나타냈다. 너무도 갑작스레 진행된 일이라 미안함이 앞선 것이다. 결혼을 치루기에 앞서 양가 부모님의 뜻을 물어보고 상의할 시간을 가졌어야 했는데 태공이가 너무 성급했다. 그래도 별 탈 없이 양가 어른들이 이해해주고 허락이 쉽게 떨어져서 오늘은 결혼식에서 입을 턱시도와 웨딩드레스를 보러 왔다. 희야는 엄마가 웨딩드레스를 입으러 간 사이 숍을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갖은 사고를 치느라 바쁘다. 걷다 넘어지고 값비싼 웨딩드레스를 잡아당기고 난리를 치는 와중에 태공은 멋쩍게 자리에 앉아 웨딩드레스를 입고 나올 희리를 기다렸다. “희야, 엄마다. 엄마 봐봐.” 외할머니가 도망 다니는 희야를 끌어안고 양 커튼을 펼쳐지며 나타나는 희리를 가리켰다. 그 말에 태공의 시선도 그쪽으로 향했다. 와인 빛 커튼이 바다를 가르듯 양쪽으로 흩어지며 가운데에 새하얀 빛을 뽐내며 나타난 희리가 있었다. 양 볼에 수줍음을 담고 고개를 들지 못하는 희리는 고급스럽고 청초하고 마리 앙투아네트가 입었던 것처럼 화려한 드레스를 입고 있었다. 너무도 아름다운 웨딩드레스를 입은 희리까지 아름다워 보였다. 태공이 무의식적으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의 눈이 희리를 향해 고정 되었다. “어때?” 희리가 붉게 상기된 얼굴을 들어 올리며 태공에게 물었다. 화려한 웨딩드레스가 부담 되는 듯 그녀는 자신이 없었다. 무표정으로 향해 있는 태공의 눈빛에서 아무 것도 읽을 수가 없었다. 굳어 있던 그가 어느 때보다도 환하게 웃어 보인다. “예뻐.” “웨딩드레스가 예뻐서 그래.” 예쁘다는 말에 희리가 부끄러워한다. 그러나 태공은 진실 된 마음을 드러내며 희리를 더 부끄럽게 만들었다. “마누라가 더 예뻐.” 웨딩드레스보다 태공의 눈에는 희리가 더 예뻐 보인다. 희리가 엄마와 어머니의 눈치를 보며 수줍게 웃었다. 희리가 골라놓은 웨딩드레스를 갈아입을 때마다 태공의 말수는 점점 줄어들었다. 말이 필요 없을 정도로 태공에겐 그저 희리가 예뻐 보이기만 했다. 희리가 아이보리 빛이 감도는 어깨 파인 드레스를 선택해놓고 이번에는 희리가 턱시도를 차려 입을 태공의 모습에 한껏 부풀려 있었다. 말썽 부리는 희야를 무릎에 앉혀놓고 양가 엄마들 사이에 앉아 커튼 속의 태공의 모습을 상상해본다. 워낙 옷 빨이 잘 받고, 외모가 받쳐주는 지라 물 보듯 뻔할 것이라 생각했다. 잘 어울리겠지, 그리고 멋지겠지. 그 순간 와인 빛 커튼이 양 옆으로 펼쳐졌다. 말끔한 화이트 톤의 턱시도를 차려입은 태공이가 머리까지 쓸어넘긴 채, 곧 식장으로 들어가도 될 법한 반듯한 모습으로 나타났다. “우아빠!” 희리 무릎에 앉아 있던 희야가 짧고 가느다란 손가락을 뻗으며 아빠를 외친다. 잘 어울리고 멋질 거라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이토록 잘 어울릴 줄은 몰랐다. 백마 탄 왕자가 따로 있나. 강태공이 왕자인데. 희리가 태공에게 눈을 떼지 못하고 엄지를 치켜 올리며 그를 칭찬했다. “멋있어!” 태공이 멋쩍은 듯 웃었다. 화이트 톤의 턱시도와 블랙 톤의 턱시도 거기다가 세련된 핑크 톤까지 안 어울리는 게 없다. 숍의 매니저가 극찬할 정도로 태공은 안 어울리는 턱시도가 없었다. 그렇게 턱시도와 웨딩드레스를 고르고 맞추며 결혼식의 준비를 진행해갔다. 양가 친인척들과 지인들에게 보낼 청첩장까지 완성 되었다. *** 결혼식이 사흘 앞으로 다가온 날, 오랜만에 양쪽 집안이 모여서 간단한 식사를 같이 하는 자리가 만들어졌다. 주리는 재영이와 만나러 참석하지 못한 상태였고, 양쪽 집안 어른들과 태공이 희리, 그리고 희야가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그래도 저희가 미처 생각지 못했던 결혼식을 태공이 때문에 올리게 되네요.” 역시나 화제는 태공과 희리의 결혼식이었다. 희리네 아빠가 두 사람을 흡족하게 쳐다보면서 갑작스러운 결혼식에 대한 찬성 의견을 내비췄다. 태공의 막무가내 선택에 당황도 했지만, 사위가 아니었더라면 짐작도 못하고 지나칠 뻔한 문제였다. “그래도 워낙 갑작스러워서요. 되레 죄송했어요.” “아니요, 뭐가 죄송해요. 원래 결혼식에 예물도 준비해야 되는데 못 해드려서 저희가 더 죄송할 뿐이에요.” 태공의 엄마와 희리네 엄마가 서로 죄송하다고 말을 건넸다. 예물과 폐물은 생략한 채, 두 사람의 결혼에만 집중 되었다. 식사 내내 어른들의 혼담이 이어졌다. 사흘 앞 둔 결혼식. 양가 부모들은 그 날 다시 뵙기를 기약하며 식사는 일찍 끝났다. 희리가 희야를 보듬어 안고 있는 모습이 힘겨워 보였는지 태공이 희야를 건네 안았다. 희야를 안고 식당을 나온 태공을 조용히 따로 부르는 장인어른, 희리네 아빠였다. “태공 사위.” “네?” “그저 고맙네.” “…….” “철없고 못난 딸, 계속 잘 부탁해.” “별 말씀을요.” “그럼, 결혼식장에서 보도록 해. 정말 고마워.” 희리네 아빠가 태공의 어깨를 툭툭 치며 고맙다는 말을 몇 번이나 되풀이 했다. 하룻밤의 사고로 실수하여 된 임신으로 맺게 된 연이 여태껏 이어졌다. 거기엔 태공이 커다란 역할을 했다. 차갑고 무뚝뚝했던 그가 마음을 열고, 희리와 아기를 받아드리기까지 얼마나 오랜 시간이 있었던가. 철없는 희리를 사랑한다고 말을 했을 때를 아빠는 잊지 못한다. 그저 희리를 아끼고 사랑해주는 태공에게 고마울 뿐이었다. *** 결혼식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분주해진 새신랑, 새신부는 희야 볼 새도 없이 왔다갔다 거렸다. 엄마와 아빠가 바쁜 바람에 희야는 주리와 재영의 손에 맡겨졌다. 결혼식 당일 날, 아침부터 신부 화장에 바쁜 언니를 지켜보며 주리는 희야를 무릎에 앉히고 그녀의 메이크업을 지켜보았다. “언니, 예쁘다.” 메이크업에 웨딩드레스까지 곱게 차려입은 희리를 보고 주리는 절로 칭찬했다. 신부가 된 언니의 모습이 무척이나 아름다워 보였다. 하늘에서 내려온 천사보다도 더. 준비를 마친 희리가 신부대기실로 옮겨졌다. 희야는 엄마, 아빠가 결혼을 올리는 특별한 날에 맞추어 예쁜 꼬까옷을 입은 채 주리의 뒤를 졸졸 따라다닌다. “언니 임신 했을 때, 아기 가지고 싶었는데. 이제 언니 결혼하니까 나도 결혼하고 싶어져.” “넌 나중에 해. 대학 졸업하고.” 희리가 노파심에 주리에게 말했다. 주리라면 내일이라도 당장 결혼하겠다고 나설지도 모르는 불같은 성격을 지녔기 때문이었다. 주리가 입을 삐죽였다. “그 전에 할 수도 있는 거지. 꼭 대학 졸업하고 결혼 적령기에 결혼하라는 법이 어디 있어. 결혼 하고 싶을 때 하는 거지.” 주리가 희리를 부러운 눈초리로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잠시 웨딩드레스를 입은 자신의 모습을 그려보며 웃음 짓는다. 몇 시간 후에 치러질 결혼식에 긴장감이 서서히 밀려든다. 손에 쥐어진 부케에 땀이 흠뻑 묻어난다. 입이 바싹 말라 목을 축이는 희리에게로 주리가 따끔하게 한 소리 던졌다. “언니 그러다가 식장 들어가서 싸겠어. 물 좀 그만 마셔!” “하지만 떨린단 말이야. 이 가스나야!” “희리씨?” 물가지고 주리와 실랑이를 벌이고 있을 때였다. 신부대기실의 문이 열리더니 반가운 얼굴이 나타났다. 태공은 보내지 말라고 했지만, 희리가 꿋꿋이도 그에게 청첩장을 보냈다. 그리고 그가 와주었다. 검은 와이셔츠에 은빛 도는 슈트를 말끔히 차려입은 모습으로 나타난 준혁에게서 눈을 떼지 못하고 희리가 반가움에 벌떡 일어서는 순간, 그 옆으로 처음 보는 여자가 조심스럽게 들어왔다. “축하해요.” 준혁이 축하 인사를 건네는 동안 희리의 시선은 그 옆의 여자에게로 향해 있었다. “고마워요, 근데… 이분은?” 준혁이 싱긋 웃으며 희리에게 귓속말을 건네기 위해 허리를 숙였다. “며칠 전에 선을 봤어요. 잘 해보려고요.” 희리가 준혁과 함께 온 여성분을 쳐다봤다. 참하게 생긴 어여쁜 아가씨는 뽀얀 피부에 소 같은 눈망울을 지녔다. 희리와 눈이 마주친 여자는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건네는 예의바름까지 보여주었다. 차분해 보이는 그 모습이 준혁과 꽤 잘 어울려 보였다. 준혁이 멋쩍게 웃으면서 말을 덧붙였다. “희리씨한테 제일 먼저 보여주는 거예요. 아직 저희 어머니랑 누나한테 소개도 안 시켰거든요.” 그 말에 희리가 풉 웃음을 터트렸다. 그리고 진심어린 마음으로 그의 새로운 연인을 축하해주었다. 잘 어울린다는 말과 함께. “잘 됐으면 좋겠어요. 결혼까지 가길 바랄게요, 꼭.” “섣부른 것 같지만… 그래보도록 노력할게요. 다시 한 번, 축하해요.” “축하드려요.” 준혁의 인사가 끝나고 연이어 그의 새로운 연인이 축하인사를 건넸다. 고맙다는 말 대신 웃음으로 대신했다. 준혁과 여자가 나가는 모습을 물끄러미 쳐다보는 희리의 얼굴에 웃음꽃이 핀다. 다행이다. 그에게 새로운 짝이 생겨서, 그리고 그가… 자신 만큼이나 행복했으면 좋겠다. 진심으로 그의 행복을 다시 한 번 빌어주며 희리가 자리에 앉았다. “누구야?” 주리가 곧바로 질문을 던져왔다. 준혁을 한 번도 보지 못했던 주리는 지레짐작으로 물었다. “저 남자, 언니랑 불륜 일으켰던 남자지?” 말을 해도, 꼭. 희리의 표정이 순간적으로 일그러졌다. “불륜은 누가 불륜이야! 그런 거 아니야. 태공이 때문에 힘들 때, 잘 해준 의사선생님이야.” “잘 생겼네. 같이 온 사람은 누구래?” “여자친구 분 같아. 잘 어울렸지?” “응, 잘 어울리더라. 나랑 재영이 만큼?” 주리가 싱긋 웃으며 대답했다. 희리가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며 다가올 결혼식에 마음을 가다듬었다. 신부대기실로 찾아오는 친구나 친인척 식구들을 맞이하고 나자 시간이 훌쩍 다가왔다. 주리마저 객석에 자리 잡기 위해 나가버린 지금 떨려 죽을 것 같다. 그때, 태공이가 잠시 들어와 얼굴을 비췄다. “시간 다 됐어.” “나도 알아, 떨려죽을 것 같다구.” “나도 떨려. 그럼 먼저 나가볼게.” 먼저 나서야 하는 신랑이기에 태공이 얼마 말도 못하고 뒤돌아섰다. 문을 열고 나서려던 그가 문손잡이를 잡고 갑자기 뒤돌아 물음을 던졌다. “근데, 내가 이 말 했었나.” “무슨 말?” “마누라, 지금 정말 예쁘다는 말.” “아, 안 했어!” 부끄럽게 대놓고 그러면… 부끄럽잖아! 희리의 양 볼이 금방 빨개졌다. 태공이가 미소를 띠며 희리를 향해 한 마디 던져놓고 대기실을 빠져나갔다. “예쁘다, 누구 마누라인지.” 누구 마누라긴… 지 마누라지. 희리가 그의 말에 콧방귀를 끼다가 웃음을 터트렸다. 기분이 너무도 좋다. 그의 간지러운 말 하나에도 행복감이 절로 묻어난다. 드디어 밖의 소란스러움이 가라앉았다. 그리고 사회자의 목소리가 멀리서 들려왔다. 잠깐의 주례사 소개와 함께 태공과 희리의 결혼식이 거행되었다. 주례 뒤에 모여 있던 7인조 실내악이 은은한 결혼행진곡을 연주하기 시작했다. 신랑 입장을 외침과 동시에 태공이 상기된 표정으로 한 걸음, 한 걸음 융단을 밟고 나아갔다. 그를 향해 박수갈채가 쏟아지기 시작했고 주례 앞에 다다른 태공이 깊숙이 머리를 숙이자 더욱 요란한 박수와 환호가 쏟아졌다. 사회자가 신부입장을 외쳤다. 그리고 아이보리 웨딩드레스를 입은 아름다운 희리가 아빠의 손을 붙잡고 나타났다. 희리의 몸에서는 꽃향기가 났고, 여러 꽃으로 장식되어 있는 부케가 희리의 손에 의해 가벼운 떨림을 보였다. 드러난 하얀 어깨가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그만큼 긴장하고 떨리는 순간이었다. “잘 부탁하네.” 희리네 아빠가 희리의 손을 태공이에게 건네주었다. 태공이 희리의 손을 붙잡고 돌아서며 단상 앞으로 올라섰다. 주례가 신랑에게 혼인서약을 받으려 했다. “어려울 때나, 즐거울 때나 힘들 일이 있어도 신부를 사랑하겠습니까?” “네.” 곁눈질로 고개 숙인 희리를 쳐다보며 태공이 무척 덤덤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태공의 목소리가 작다며 주리가 소리치며 가라앉았던 결혼식장을 잠시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이어 주례의 질문은 희리에게로 옮겨졌다. “신부는 어떤가요? 어려울 때나, 즐거울 때나 힘든 일이 있어도 신랑을 사랑할 수 있나요?” “네.” 희리는 주저 없이 보다 수줍게 대답했다. 많은 사람들 앞에서 두 사람의 혼인서약이 이루어졌다. 상단에 올라선 태공과 희리가 맞절을 하고 각각의 왼손에 반지를 끼웠다. 태공이 프러포즈하면서 끼웠던 꽃반지, 그리고 희리가 여자친구로써 그에게 선물한 꽃반지가 두 사람의 손에 끼워졌다. 다이아 박힌 값비싼 반지보다도 더 아름답고 예뻐 보였다. “마누라.” “응?” 태공이 속삭이듯 희리를 부른 후에 맞잡은 손을 슬며시 잡아당겼다. 희리의 몸이 앞으로 기울어지는가 싶더니 그대로 태공의 품에 안기었다. 그리고 갑자기 사진사의 손놀림이 바빠졌다. 찰칵 소리와 후레쉬가 뻥뻥 터졌다. 사진사가 놓치기엔 아쉬울 정도로 예쁜 장면이었다. 새하얀 웨딩드레스를 입은 깃털같이 부드럽고 아름다운 신부와 눈같이 순수해 보이는 어린 신랑이 키스를 하고 있었다. 키스 후에 두 사람 다 멋쩍어 하는 표정이 역력했지만 그 가운데서도 넘칠 듯한 웃음을 띠고 있었다. *** 결혼식장 안에서 환한 웃음을 보이던 희리가 결국 끝나고 양가 부모님과 함께 밖으로 나와서는 엄마 앞에서 울먹거리고 있었다. “저번에도 말했듯이 혼인신고는 너희 둘의 약속이지만, 결혼식은 모두와의 약속이야. 다른 사람들에게 잘 살겠다 증명하는 거니까 배로 행복하게 잘 살아야 해, 지금보다 더.” “응.” 대답하는 희리의 눈가가 촉촉해졌다. 옆에 서있던 태공이 희리의 손을 맞잡으며 장인, 장모님께 염려 말라는 투로 듬직하게 답했다. “제가 행복하게 해줄 테니, 염려놓으세요.” “태공 사위가 듬직하게 말해주니 마음이 놓여. 우리 희리, 앞으로도 잘 부탁하네.” 옆에 있던 아빠가 태공에게 말을 건넸다. 엄마, 아빠가 격려의 말을 하고 사라지고 난 뒤에 희리는 눈물을 줄줄 흘리며 신부 화장이 다 지워지도록 울고 있었다. 당황한 태공이 희리의 눈가를 닦아주면서 걱정스레 그녀를 쳐다본다. “왜 울고 그래.” “난 안 울 줄 알았는데, 눈물이 나네.” 손등으로 눈물을 훔치자 화장이 그대로 번져 묻어났다. “울지마.” “응, 안 울어.” “행복하게 해줄게.” “지금도 행복해.” 희리가 씩 웃으며 태공을 쳐다봤다. 혼인신고를 치루고, 결혼식까지 올린 두 사람이 진정 부부가 되었다. 희야 아빠라고 부르는 게 이제는 더욱 자연스러워질 테고, 마누라라 부르는 것이 당연한 일이 돈 것이다. 눈물을 멈추기 위해 잠시 훌쩍거리는 희리를 껴안으며 태공이 고백했다. “사랑해.” “…….” 얼마 만에 듣는 사랑해 소리인가. 신혼여행을 간다는 목적으로 갔던 그 곳에서 들려주었던 그 말을 일 년이 지난 후에 또 듣게 되었다. 느낌이 다르다. 그때야 재영이가 주리에게 하는 것을 보고 졸라 얻어낸 사랑해 소리였다. 그리고 지금은 태공이가 진심으로 하는 말이었기에 설렘이 심장 중심부에서부터 전해져온다. “앞으로도.” “…….” “죽을 때까지, 마누라만 사랑할게.” 태공의 고백에 희리의 눈시울이 촉촉해지다 못해 붉어졌다. 그때였다. “옴마, 우아빠!” 주리의 손에 붙들려 있던 희야가 결혼식을 마친 엄마, 아빠에게로 뛰어왔다. 넘어질 것 같은 불안 불안한 자세로 달려온 희야가 태공의 다리에 안기며 두 사람을 번갈아 올려다본다. 큰 눈을 깜빡이며 엄마와 아빠를 번갈아 바라보는 희야의 눈이 꼭 두 사람이 결혼한 것을 알고 있기라도 하듯이 해맑은 눈빛으로 축하하고 있었다. 태공이 희야를 안아들었다. 그러자 희야가 박수를 치며 곰 세 마리 노래를 어설프게 따라 불렀다. “아파 굼, 음마 굼, 내기 굼!” 희야가 부르는 곰 세 마리 노래처럼 세 식구가 되었다. 아빠 곰, 태공이. 엄마 곰, 희리. 아기 곰, 희야까지 모두 세 가족을 이뤘다. 곰 세 마리 노래를 처음부터 부르지는 못하고 까르르 웃으며 얼렁뚱땅 자신이 아는 부분만 부르는 희야의 볼 한쪽마다 희리와 태공이 맞대고 뽀뽀했다. 엄마와 아빠의 양쪽 볼 뽀뽀에 희야가 웃음을 터트리며 좋아한다. “희야는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 희리가 대뜸 희야에게 물었다. 박수치며 노래 부르던 희야가 노래를 멈추고 엄마와 아빠를 번갈아 쳐다본다. 그리고는 태공의 목덜미를 끌어안고 얼굴을 비빈다. 아빠가 좋다는 의미였다. “아빠가 더 좋아?” 희리의 목소리에 힘이 들어간다. “웅!” 희야가 까르르 웃으며 아빠의 목덜미를 놓지 않는다. 희야가 까르르 웃으며 몸부림을 친다. 희리의 간지럼을 견디지 못해 터트리는 희야의 웃음소리가 끊이질 않는다. 딸과 아내의 장난을 보며 태공은 미소 짓는다. 그리고 태공이 희야를 보듬어 안고 희리에게로 한 발 다가가 고개 숙여 그녀의 볼에 뽀뽀를 남겼다. 순간적으로 얼은 희리의 볼에 쪽 소리가 퍼진다. 뽀뽀와 함께 그가 평생을 약속했다. “마누라, 앞으로 희야랑 행복하게 살자. 평생, 죽을 때까지.” 《고딩파파2 번외》 결혼식을 마치고 나온 재영은 침울해 있는 주리의 표정이 신경 쓰였다. 언니가 결혼한 즐거운 날인데 주리의 표정은 전혀 그렇지 않은 듯 보였기 때문이다. 좀처럼 변하지 않는 주리의 기분에 재영이 조심스럽게 묻는다. “왜?” “응?” “왜 그렇게 꿍해. 뭐 기분 안 좋은 거 있어?” 주리가 고개를 흔들었다. 그리고 예상치도 못한 대답을 꺼내 재영을 당황시켰다. “언니 웨딩드레스 입으니까 예뻐서.” 신부대기실에서부터 지켜본 웨딩드레스를 입은 언니가 너무 예뻐서 질투가 날 지경이었다. 빨리 결혼하고 싶을 정도로 부러움이 가득했다. “너도 입고 싶어?” “그걸 말이라고 해? 웨딩드레스는 여자의 로망이야.” “입어보면 되지.” “어?” “입어보러 가자.” “어디로?” “저기로.” 재영이 웨딩 홀 1층에 자리 잡은 웨딩드레스 숍을 가리켰다. 주리의 손을 붙잡고는 당당히 안으로 들어간 그가 고개 숙이며 먼저 양해를 구했다. “앞으로 제 신부가 될 여자인데요. 웨딩드레스 한 번 입혀 봐도 되요?” 홀 매니저의 허락이 떨어지고 재영은 주리에게 어울릴 법한 웨딩드레스를 골랐다. 짧은 미니 드레스를 고른 주리가 신이 나서 갈아입으러 탈의실로 들어갔다. 몇 분이 흐른 후, 커튼을 젖히고 나타난 주리는 무릎 위까지 오는 길이의 미니 웨딩드레스를 입고 있었다. “예뻐?” 주리가 상단위에서 한바퀴 돌았다. 허리춤에 매달린 리본이 귀여움을 더하는 웨딩드레스는 주리에게 잘 어울렸다. 깜찍하기도 했고, 예뻤다. 재영이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어, 눈부시게 예뻐.” 히히, 주리가 웃으며 거울을 쳐다봤다. 웨딩드레스를 입었으니 이번에는 재영이가 턱시도를 입을 차례. 단상에서 내려온 주리가 홀 매니저에게 조심스럽게 재영을 가리키며 부탁했다. “앞으로 제 신랑이 될 남잔데요, 턱시도 한 번 입어 봐도 되요?” 허락이 떨어지자마자 주리가 재영에게 어울릴 법한 턱시도를 골랐다. 블랙 톤의 턱시도를 갈아입고 상단에 선 재영이 곁으로 주리가 올라왔다. 웨딩드레스와 턱시도를 입은 자신의 모습에 웃음을 터트린다. 이대로 결혼식장에 들어가고 싶은 마음이 든다. “아, 재밌어. 나도 우리 언니처럼 빨리 결혼하고 싶다.” 주리가 속내를 내비추자 재영이가 어려울 것 없다는 듯 대답했다. “이 자리에서 임시로 결혼 하자.” “응? 그게 무슨 소리야.” 재영의 말이 무슨 의미인지 모르겠다. 임시로 결혼하자는 뜻은 뭐지. 주리가 고개를 갸웃거릴 동안 재영이 옷매무새를 다듬고 거울 앞에 섰다. 미소 띤 얼굴로 거울을 쳐다보며 주례사가 읊었던 혼인서약을 내뱉는다. “남주리양은 천재영군을 신랑으로 맞이하며 끝까지 사랑할 것을 맹세합니까?” 뜻을 알아차리고, 주리가 답했다. “네, 당연하죠.” 그리고 이어 재영이가 했던 것처럼 주리가 주례사의 말을 읊는다. “그럼, 천재영군은 앞으로도 변함없이 남주리양을 사랑할 것을 맹세합니까?” “네, 언제나 변함없이.” “…….” 거울을 향해 있던 재영의 몸이 주리에게로 틀어졌다. “너만 바라보고, 너만 사랑할게.” 눈을 마주치며 재영이가 답했다. 그리고 재빠르게 주리도 답변을 던진다. “나도. 나도 너만 보고, 너만 사랑할게.” 두 사람이 눈을 마주치고 싱긋 웃는다. 웨딩드레스가 너무도 잘 어울리는 주리를 아래위로 훑던 재영이가 멀지 않은 미래를 내다보며 약속한다. “정말 예쁜 웨딩드레스 너한테 입혀줄게, 주리야.” “재영아….” 재영의 말 한 마디, 한 마디에 감동 젖은 주리가 뜨거워진 눈시울로 그를 쳐다봤다. 반지 없는 프러포즈. 그에 답변이라도 하듯 주리가 덥석 그의 목덜미를 끌어안았다. 목덜미를 감싼 채, 잠시 떨어져 재영의 얼굴을 바라보던 주리가 지그시 눈을 감고, 재영의 입술에 부드럽게 키스했다. 처음 닿은 건 주리였을지 모르나 점점 깊이 파고드는 사람은 재영이었다. 부드럽고 달콤하게, 웨딩드레스를 입은 미래의 신부와 턱시도를 입은 미래의 신랑이 사랑을 서약하며 눈시울을 붉힌다. “주리야, 사랑해.” “천재영. 나는… 그 열 배, 백 배, 천 배로 더 사랑해.” 《고딩파파2 번외2》 “너 정말 쟤가 좋냐?” 희야의 돌잔치 이후로 하루가 멀다 하고 영원이네 마트에는 아리가 와 있었다. 오늘도 카운터에서 캐셔를 돕고 있는 아리의 모습을 못마땅하게 쳐다보며 성찬은 딴죽을 걸었다. “네. 예쁘고 착해요.” 영원은 아리를 그렇게 정의 내렸다. 예쁘고 착한 사람. 그 말에 성찬의 눈썹이 뒤틀렸다. “벌써 만나봤어?” “네, 엊그제도 봤는걸요.” 영원과 아리는 희야의 돌잔치에서 전화번호까지 교환했다. 그리고는 문자와 전화를 주고받았던 모양이었다. 같은 나이에 통하는 것도 많은 것 같아 보였다. 그게 성찬의 마음을 불편하게끔 만들었다. “사귀냐?” “아뇨, 아직 그런 사이는 아니에요.” “고백은 했고?” “아직 하지는 않았는데, 제가 좋아하는 줄은 알고 있는 거 같아요.” “씨발.” “……?” 대뜸 욕을 내뱉는 성찬이 때문에 영원이 놀랐다. 잘못한 건 없었다. 그런데 왜…? 어리둥절해 하고 있는 영원을 쳐다보며 성찬이 성난 목소리로 투덜거렸다. “너, 나랑 분명 1년 안에 잊기로 했잖아.” “네, 그랬어요.” “그런데 이렇게 일찍 잊기냐?” “형?” 일찍 잊어줬으면 하는 바람에서 건넨 애인 생기는 부적이었다. 그것을 성찬은 장난감이라 여겼다. 그런데 영원에게 즉시 효과가 나타날 줄이야 알았던가. 1년 넘게 자신을 못 잊어주길 바란 건 아니었지만, 막상 영원이가 좋아하는 여자 아이가 생겼다니까 마음이 불편한 것이 짜증만 난다. “씨발, 짜증나.” 순진무구한 얼굴로 자신을 향해 있는 영원을 보며 성찬이 욕을 내뱉고 뒤돌아섰다. 자신이 왜 이런지 모르겠다. 그런데 자꾸만 아리와 영원이 가까워지는 모습을 볼 때마다 짜증이 솟구친다. 저 둘을 갈라놓고 싶은 마음까지 생겼다. 영원이 자신을 잊고, 좋아하는 여자 아이가 생겼다는 건 축하해줄 일인데 그게 뜻대로 되지 않는다. 성찬이 마트의 주류 코너에서 맥주를 집어 들었다. 계산도 없이 맥주를 따서 벌컥벌컥 들이키는 성찬에게로 영원이 다가왔다. “뭐.” “…….” 성찬의 퉁명스러운 태도에 영원은 그저 아무 말 없이 그를 쳐다봤다. “아씨, 계산 하면 되잖아. 마시고 계산 할 거니까 걱정 하지마.” 괜히 목소리를 높이며 성찬이 손에 들린 맥주를 가지고 소리쳤다. 가만히 있던 영원의 입 꼬리가 씩 말려 올라간다. “형은 계산 안 하셔도 되요.” “뭐?” “늘 그래왔잖아요.” “…….” “근데, 형. 그거 질투에요?” “뭐?” 성찬이 눈을 크게 뜨며 영원을 바라보았다. 질투라니 믿을 수 없다. 권영원에게 누굴 질투한단 말인가. 카운터에서 일을 도와주는 곱상한 여자애한테? 성찬은 믿을 수 없다는 듯이 고개를 흔들었다. 그런데 자신이 하고 있는 행동이 꼭… 주리가 재영을 만났을 때처럼 느꼈던 것과 별다르게 없던 것처럼 느껴진다. 그건 확실히 질투였는데, 그럼 이것도? “형, 저 아리랑은 그냥 친구하기로 했어요.” “좋아한다며.” “아리는 재영이 형이 아직도 좋대요.” “여자친구 있는 놈이 뭐가 그리 좋다고?” “그러게요. 그래서 아리랑은 친구로 남기로 했어요.” “…….” 마음이 안심이 된다. 성나 있던 성찬의 표정이 차분해졌다. “첫 눈에 반할 수 있는 사람은 딱 한 명인 것 같아요.” 영원이가 하는 말에 성찬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녀석이 한 발, 한 발 앞으로 다가오더니 곧 성찬의 코앞에 멈춰 선다. 그리고는 자신보다 한 뼘 큰 그를 향해 까치발을 들어 올려 성찬의 볼에 쪽 소리를 남겼다. 성찬의 손에 들려 있던 맥주가 거품을 내며 바닥에 떨어졌다. 놀란 토끼 눈이 된 성찬이 영원을 쳐다봤다. 자신이 무슨 짓을 저지른 것인지 잊고 있는 듯 영원은 바보처럼 웃는다. 남자에게 건네는 뽀뽀는 처음이라 멋쩍다. 뽀뽀로 인해 성찬의 두 볼이 붉게 물들어가고 있는 틈을 타 영원이가 뒷머리를 긁적이며 성찬에게 또 한 번의 고백을 던진다. 이번에는… 제대로 받아드려질 것만 같다. 두 남자 사이에 오묘한 기운이 감돌았다. “제가 첫 눈에 반한 사람은, 형뿐인 것 같아요.” (★)예쁜이 명단은 에필로그에 한꺼번에 올릴게요. 에필있으니까 나 버리지말긔...
아 해피엔딩너무조아요>_<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완결축하해욤!!!!! ㅋㅋㅋㅋㅋㅋ
아아앙아아악ㅜㅜ드디어 대단원의 막을 내리셨군요!!!! 정말정말 재밌게 잘봣어요♡사랑해욤ㅜㅜㅎ
ㅋㅋㅋㅋㅋㅋㅋㅋ다해피엔딩이에요
다 잘되서 너무 다행이에요,,ㅋ
와 완결났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놔 성찬이랑영원이어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 정말 성찬영원 커플이 탄생되는거긔....? ㅋㅋㅋ 완결까지 잘 읽었어요ㅎㅎ
꺄악....!!!! 그러케 둘을 연결하다니!!!!!!!
성찬이반전..........진짜반전...어쩜좋아결국이렇게끝났구나.....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완전폭소엔딩이에여 희공커플도잘됬구주리재영커플두잘됬구!@ 재밌게봤여요~~~작가님수고하셨어요!!
추카드려여~
고딩파파 책으로 읽었어요!!!!! 집에 책이 있어요 ㅋㅋ 심심할때 읽으면 술술 읽혀서 좋아요 ㅋㅋ 재밌구요 ㅋㅋ
앞으로도 쭉쭉쭉 써주세요~ ㅋㅋㅋㅋㅋ 작가님 화이팅이에용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