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겨울에 탁구장에서 반팔로 뛰쳐나와 본적이 있는가?
내 보잘것 없는 떠돌이 인생에 역마살이라는 엿같은
불행을 진작부터 예감했기때문이기도 하지만,
명색이 방랑하는 낭만무사라면, 그정도의 사건쯤은 가슴에 베인 수없는 칼자국처럼 언제나 각오하고 있어야 하는것 아닌가?
또는
인생의 풀리지않는 숙제의 해답을 찾고 싶은가.
그렇다면 한 겨울에 폭풍같은 바람 한복판에 서있어 보는것도 나쁘지 않다.
왜냐구?
그 빌어먹을, 살을 에이는 찬 바람속에 몇시간동안 옷깃을
여미고 있으면, 의외로 고요함을 마주칠때가 오기 때문이다.
그 고요의 순간, 삶을 혹은 이 절망을 긍정해보라...
1장.
어느 서울 변두리 작은 지하 탁구장을 지나가다가 들렀는데, 마침 운좋게도 큰 눈의 미모의 여자관장님이 카운터를 지키고 있다.
오늘은 이 탁구장에서 한 겨울날밤 방랑자객의 얼은 몸을 녹여낼수 밖에.
더욱이 미모의 여주인이라면 망설임없이...
그 큰눈으로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어떻게 오셨냐고 묻길래,
지나가는 과객인데 탁주나 한잔 하러 들렀다고,
일부러 차갑게 내뱉는다.
떠돌이 무사들은 아름다운 여인일수록 거칠게 다뤄야한다.
자칫 그 아름다움에 베일 수도 있으니...
어느 주부회원을 불러 탁구 좀 쳐드리라고 붙여준다.
그래서 10분간 화를 치고 있는데, 레슨을하고 잠깐 쉬러 나온 젊은 코치가 내가 화를 치고 있는것을 가만히보더니, 그 미모의 관장님에게 귀속말을 하는 것이 어렴풋이 들린다.
``관장님, 저분 고수같아요.''
역시 달라...
단박에 알아보는군...
이번엔 보란듯이 내 특기인 푸시성쇼트를 현란하게 보여준다.
화려하게 생긴 그 여관장님이 다급한 목소리로 부른다.
`` 이철민씨, 이분하고 한게임 해보세요.'
드디어 칼을 뽑을때가 왔다.
짧은 커트서비스를 넣고, 상대방이 커트로 리시브하니 무지막지한 이판사판 중심이동, 즉 거의 옆으로 쓰러지면서 주저앉아서 한방 드라이브를 날렸더니, 상대방과 심판을 보던 주부회원이 경악을 금치못한다.
``와~ 드라이브가 대포같아!''
주부회원의 찬탄섞인 말투땜에 오바하게되서, 시합내내 주구장창 짧은 커트서비스와 한방뽀개기 드라이브만 날리게 된다.
알고보니 상대방 남자분은 잘치는 5부분이다.
2장.
간만에 무리해서 드라이브를 걸어제껴서 헉헉대며 좀 쉬고 있는데, 바로 옆에 앉아있던 `등산복차림'의 40대 중,후반 정도의 남자분이 내게 말을 건네신다.
``어디에서 운동하세요?''
``몇년 운동하셨어요?''
내 10여년 내공이 쌓인 파워드라이브가 궁궁하신게로군.
이럴땐 한껏 겸손하게 말씀드려야,
저 친구는 실력도 좋은데 매너도 좋군, 이라는 뒷담화를
뒷통수로 엿듣게된다는 것을 오랜 경험으로 알고 있다.
``저...잘 못쳐요...그냥 조금 레슨받고 그랬어요~''
``몇부치세요?''
자... 놀랄준비하시라.
`'지역 1부 치고있어요...^^ ''
근데, 어라? 내 대답을 받아주며 우아하게 웃을 뿐이다.
복장을 보니 등산복 차림에 초보분같은데, 아마 부수를 잘 모르시나보다.
``같이 운동 좀 하실래요?''
그분이 탁구장에 널부러진 아무 라켓이나 집어들며 말한다.
그래...이해하자.
난 1부이므로...
초보일수록 겸손하게 탁구를 대접해드려서,
초보분들이 입문시 진입장벽을 낮출수 있도록 해드릴 대승적 의무가 있는...
`` 드라이브, 한번 받아볼께요~''
설마, 내 드라이브를 받겠다고?
한번 살짝 걸어봤는데, 왠걸 제대로 받는다.
2,3분이 흐른후 본격적으로 자세 있는데로 낮추고, 하체힘와 허리힘을 이용한 일명 채찍드라이브(팔이 채찍이 되게하여, 스윙스피드가 대단히 빠른...)를
펑펑 날리는데, 다 받아낸다.
이런...그 구장 사람들이 호기심으로 모두 지켜보고있는데,
한번을 못 뚫는다.
하지만 떠돌이무사들은 결코 표정을 들키지 않는법이라고 짝귀가 말했던가.
``하하...쇼트가 좋으시네요. 드라이브 걸어보세요. 이번엔 제가 받아볼께요..''
등산복차림의 그 중년분이 드라이브를 거는데,
드라이브가 좀 이상하다.
마치 스매싱처럼 드라이브를 때리면서 거는데, 미스가 종종 난다.
`` 하하, 좀 손목을 얇게 쓰셔도 괜찮은데...아마추어잖아요...그러면 정확성이 높아지실텐데...''
드라이브 미스가 안타까워서 웃으며 조심스럽게 의견을 건넸다.
그분이 말없이 같이 웃는다. 예의 그 우아하게.
또 내차례...
드라이브를 있는힘껏 계속 걸어제꼈는데, 속으로는 쇼트는 나보다 낫다는걸 어쩔수 없이 인정하게되었다.
약간은 이상하다. 내가 쇼트로는 어디가서 밀려본적이 없는데...
그렇게 한 20분, 마침내 다리 힘이 풀리려는 찰라,
큰 눈망울의 여관장님이 나를 불러 세운다.
이럴때는 부디 그 청초한 눈빛으로 나를 위로해주었으면.
``저기요... 땀 많이 흘리시는것 같은데, 여기 수건으로 땀 좀 닦고 좀 쉬세요...''
휴...마음씨도 곱다.
수건을 건네받으며 마음씨도 이쁜 관장님에게 묻는다.
``저분, 누구예요?''
`` ... ... ''
`` 한 지역 1,2부정도 되시죠?''
``현역 국가대표 감독님이예요...''
``네?''
이런...
그자리에서 한겨울인데, 반팔인상태로 지하탁구장을 뛰쳐나와, 근처 마트로 돌진했다.
그리고 제일 비싼 음료수를 사서 탁구장로 돌아왔다.
``감독님, 잘배웠습니다. 이거 드십시요...''
90도로 인사드리며 음료수를 건네드렸다.
한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예의 그 우아한 웃음을
지어보이시며
``탁구 잘치시네요... 어디 한번 다시 드라이브를 받아 볼까요?''
마치 예전 군대시절의 이등병처럼 벌떡 일어나 경직된 목소리로
``네! 알겠습니다!''
후다닥.
빛의 속도로 탁구대 옆으로 달려가
두손을 모으고 한껏 순수한 표정을 지으며 대기한다.
정말 `공손한' 자세로 드라이브를 걸어본적이 있는가?
레슨 받을때 배우려는 자세로 드라이브를 거는것과는 또 다르다.
어떨것 같은가?
정답은 스윙스피드가 안나온다는 것이다.
평소 알고 있던 드라이브각보다 훨씬 더 받쳐야한다.
그리고 맞는 순간에 엄지를 쓰라고 하신다.
세이크는 임펙트시 팔뚝에 순간적으로 힘을 주라고하신다.
``잠시만요... 그렇게 거는것도 좋은데, 좀더 각을 열어서 걸어보세요...또 손목을 무리하게 쓰려하지 말고, 좀더 공을 받쳐서 두껍게 걸어보세요 ...승민이도 다 그렇게 걸어요.''
`음...승민이라 함은, 나의 우상 금메달리스트인 유승민을 말하시는거겠지...'
그때,
느꼈다.
진심으로...
탁구는 겸손하게 쳐야한다는걸...
첫댓글 ㅋㅋㅋ역시 재밌네요^^
ㅎㅎㅎ... 잘읽었습니다... 겸손하게 치고싶네요...^^
재밌게 잘봤습니다^^
정말 실화인가요?ㅋ
감독님이 누구실까 참 궁금해지네요 ㅎㅎ 재미있는 글 잘 읽었습니다!
헐~~~ 대박~~~ 그래서 떠돌아야 하는군요^^
재밌게 읽었습니다~^^
국가대표 감독님에게 드라이브 조언을 하셨다니 ㅎㅎ..
욕시 이바닥 겸손해야됩니다 ㅎ..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역시 겸손은 필수 같습니다.
아 공손한 드라이브라 재밌습니다
훔.. 반바지 주머니에는 항시 비상금을 넣어 두어야 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대박 디음편 완전 기대됩니다.
너무웃기네요ㅎㅎㅎ 잘읽었습니다
뭔가 반전을 기대했는데 국대감독일 줄이야 대박ㅋ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16.02.04 2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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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16.02.05 10:44
ㅎㅎ
결론은 뻔데기앞에서 주름을 잡으신게로군요~~~~^^
어쨌거나..
그런 초고수님과의 예기않은 대면...
많이 부럽습니다..^^
저는 그 분이 이철승님이라 생각됩니다... 정답은???
언제나 손에 땀을 쥐게 하는 필력..!! 대단하십니다 ㅎㅎ 정말 글솜씨 좋으신것같습니다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이것도 완전 인연이네요~ 그곳 종종 가실듯~ㅎㅎ
필력도 대단하시고..국가대표감독과 랠리하는 영광을..부럽습니다!
이 실화를 바탕으로
한 편의 영화를 만들고 싶은,,
그런 저돌적인 충동을 느끼게 만드는
매력을 넘어, 마력을 느끼는 필력에 빠져듭니다.
ㅎㅎㅎ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감독님이 누군지도 궁금하지만 그 미모의 여관장님이 계신 탁구장도 궁금해지네요. ^^
오늘도 어느 작은 탁구장에서 벌어진 스펙타클한 이야기에 감탄하며 재미나게 읽었습니다.
종종 탁구장 썰 많이 풀어주시길....
ㅎㅎ~
넘 재밌습니다~^^*★
대반전에 ...
교훈을 전혀
부담안느끼게 전하시네요
ㅋㅋ 너무 재미있게 글을 쓰시네요 ㅎㅎ
흥미진진하게 잘읽었습니다 ^^
이전에 쓰신글도 읽어봐야겠군요
반전이 기가 막힙니다 잘봤습니다^^
키득키득 웃어대니 집사람이 미쳤어? 그럽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
국대감독이라니...ㅎㅎ 재밌어요..필력이 대단하시네요..ㅎㅎㅎㅎ
감독님보다 미모의 여관장님께 눈길이 더 가네요 ㅋ
잘봤습니다~^^ 엄지척*_*
ㅎㅎ
재밌는 이야기들ᆢ
늘
즐겁게 읽어보고 있습니다 ᆞ
Thank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