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 없는 작가 뱅크시가 11일(현지시간) 아침 사람들 눈에 띈 런던 경찰청의 센트리(초소) 박스의 유리벽에 물고기들이 헤엄치는 모습의 그림을 자신의 작품으로 확인했다고 BBC가 전했다. 그가 하루에 한 점씩 런던 시내에 자신의 작품을 남겼는데, 이날은 일주일째로 세인트 폴 성당과 올드 베일레브 근처 루드게이트 힐에 있는 경찰 초소 박스가 작품을 남긴 곳이었다.
염소 한 마리, 두 마리 코끼리, 세 마리 원숭이, 하울링하는 늑대, 펠리컨들, 고양이 한 마리에 이어 이번에도 동물 주제 시리즈였다.
사람들이 가림막이 쳐져 초소 안에 들어가 사진을 찍지 못하게 할 때까지 종일 모여들어 사진을 찍어댔다고 방송은 전했다.
이번 주 내내 등장한 그림들과 차이점이 있다면 투명 스프레이 페인트로 그려 상세하게 묘사된 점이었다.
런던경찰청은 경찰 박스에 대한 "범죄적 손상"이 있음을 인지하고 있으며 이것을 소유한 런던시 코퍼레이션과 연락을 취하고 있다고 밝혔다. 코퍼레이션 일꾼들이 바리케이트를 치면서 구경꾼들에게 근처 도로에 서 있지 말라고 요청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대변인은 "이 예술작품을 보존하는 옵션들을 갖고 작업 중"이라고 밝혔다.
이 초소 박스는 1990년대 경찰관들이 아일랜드공화국군(IRA)의 공격을 막기 위해 교통 상황을 모니터링하기 위해 많이 세워졌다.
닷새째인 지난 9일 월섬스토우 주민들이 깨어 일어나니 물고기 가게 위에서 두 마리 펠리컨이 먹이를 구하는 것 같은 그림을 발견했다. 다음날에는 초기와 마찬가지로 검정색 실루엣으로 고양이 한 마리가 크릭클우드의 텅 빈 광고판에 스트레치하는 모습의 그림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이 작품을 포함해 세 작품이 제거되거나 지워졌다. 고양이 그림은 광고업자가 안전을 이유로 등장한 지 몇 시간 만에 사라졌다. 이 작품을 보려고 찾아온 이들은 광고판을 제거하는 작업을 하는 세 남성에게 야유를 보냈다.
이틀째 나타났던 코끼리 그림은 지난 9일 격자 무늬 그림으로 대체됐다. 늑대가 하울링하는 그림이 그려진 위성접시 안테나는 몇 시간 뒤 마스크를 쓴 남성들이 훔쳐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