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자도 패자도 없다
▼ 가족 프로그램을 지도하면서 느끼는 문제점은 무엇입니까.
“우리나라 여성들은 결혼해서 아이가 생기면 그때부터 남편을 멀리 밀어내고 그 자리에 아이를 놓습니다. 이때부터 문제가 생깁니다. 아이에게도 문제가 생깁니다. 남편을 제자리에 놓으면 아이도 건강해집니다. 남편이 아내의 에너지를 못 받으면 나가서도 초라해지고, 에너지를 받으면 자신감이 생깁니다. 또 남편이 자신의 사회적 성공을 위해 가족을 희생물로 생각하면 여기서도 온갖 문제가 나옵니다.”
▼ 감정의 주인 되기 프로그램에서 ‘모든 감정은 좋은 것’이라고 했는데 분노나 화도 그런 겁니까.
“몸과 마음의 주인이 나인데 그 주체를 자각해야 한다는 겁니다. 분노도 참을 때 독이 되지, 분노를 제대로 자각하고 표현하면 축복이 됩니다. 화내는 것은 비인격적이고 참는 것이 수양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화가 나면 상대편에게 ‘내가 이래서 화가 납니다’라고 솔직하게 이야기해야 상대편이 반성하거나 연민을 느낍니다. 자기가 왜 화를 내는지 자각도 못하고 그대로 벌컥 내던지면 상대편도 맞받아치지요.”
▼ 마지막 프로그램인 ‘나와의 만남’에서는 자신의 장점과 약점을 인정하면서 자신을 최고의 존재로 깨닫게 합니다. 자기를 긍정하는 것은 좋지만 사회생활에서 패배한 ‘약자의 처세술’이 될 수 있지 않을까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누가 승자고 누가 패배자인지, 누가 강자고 누가 약자인지도 생각의 틀에서 나오는 겁니다. 약자 속에도 강한 것이 있고 강자 속에도 약한 것이 있습니다. 잘못된 생각으로 자존감이 추락한 사람일수록 인간관계 갈등이 심각합니다. 이 프로그램은 ‘모든 가치는 자신이 결정하므로 스스로 책임지는 삶을 살라’는 겁니다.”
모든 프로그램이 끝난 후 1박2일 동안 체험담을 발표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부모님을 새롭게 이해하게 됐다며 감격하는 사람도 있었고 남편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게 됐다며 좋아하는 아내도 있었다. 그러나 아버지에 대한 좋지 않은 감정이 정리되지 않아 아직까지 혼란스럽다고 고백하는 사람도 있었다. 권 교무 등 프로그램 진행자와 참가자들은 그런 발언에 대해 어떤 사족도 달지 않고 그대로 받아들이고 서로 이별의 악수와 포옹을 나눴다.
▶▷ 마가스님 - 죽음의 문턱에서 깨달은 단순명료한 자비명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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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가스님.
마가스님은 1985년 도선사에서 현성 스님을 은사로 계(戒)를 받고 1990년 중앙승가대 복지학과를 졸업했다. 마곡사 포교국장 재임시 처음으로 템플스테이 프로그램을 실시했으며 현재 충남 천안 만일사 주지로 있다. 중앙대 겸임교수로 ‘내 마음 바로보기’ 강의를 하고 있는 인기 강사이기도 하다. 사찰, 대학, 기업, 교도소 등지에서도 ‘자비명상’ 프로그램을 지도하고 있다.
마가스님이 운영하는 인터넷 카페 ‘기쁨공동체’에 들어가면 각종 자비명상 프로그램을 볼 수 있다. 쉽고 재미있는 프로그램이지만 그 속에 묘한 감동이 있다. 지난해 4월 동국대 CEO 과정에서 행한 마음 다스리기 과정을 보면, 양손의 엄지 검지로 네모 모양의 사진기 틀을 만들어 찍게 한다. 처음에는 좁게 네모 모양을 만들었다가 점점 네모 모양을 크게 해서 나중에는 네모 모양 자체를 없애도록 한다. 무심결에 장난스럽게 따라하던 이들도 이것이 바로 자신의 마음 크기를 상징하는 것임을 깨닫는다.
마가스님이 중앙대에서 하는 강의는 인기가 좋아 수강생이 집중적으로 몰린다. 지난해 12월11일 오전 11시 중앙대 강의실은 종강에 참석하는 학생들로 가득 찼다. 도시공학과 4학년 강영모군은 “이 강의를 통해 부모님께 편지를 썼다. 이제까지 편지를 쓴 적이 한 번도 없는데 부모님 답장을 받게 되니까 더 친밀감을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 강의는 어떻게 진행합니까.
“자기 마음속의 응어리를 어떻게 풀 것인가 하는 문제부터 시작합니다. 이를 위해 먼저 긍정명상부터 합니다. 문제가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부정적인 기억이나 생각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초등학생 시절에 달리기라도 1등 했으면 그런 기억부터 먼저 찾게 합니다. 스스로 자신을 미워하면 남과 세상이 모두 미워지거든요. 추운 겨울에는 꽃이 피고 싶어도 주위 공기가 차가워 필 수 없어요. 봄이 돼야 자연스럽게 꽃이 피지요. 이 프로그램은 그런 따뜻한 분위기, 자기를 귀하게 여기고 존중하는 분위기를 만들어주는 것입니다.”
▼ 템플스테이 프로그램을 처음 시작한 게 스님이셨다고 들었습니다.
“절 생활을 체험해 깨달음이 생기도록 하는 것이지요. 발우공양 할 때 쌀 한 톨을 학생들에게 갖다주면서 대화를 하게 합니다. 볍씨가 논에 떨어져 여기에 올 때까지 어떤 과정을 거치는지 적게 합니다. 보통 88세를 미수(米壽)라고 하는데 쌀 ‘미(米)’자를 쓰는 이유를 제 나름대로 해석하면 쌀이 밥상에 오르기까지 공기와 물과 농부의 손길 등 88번의 은혜를 입었다고 보는 거지요. 그러고 나서 발우공양하면 학생들의 태도가 달라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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