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레는 깨끗했다’쓰신 그 형님이 요양병원 계시는거셔요?
치매가 왔어도 똑같은 일상 안에 있으면 티도 덜 나고 진행속도도 느린 것 같은데.. 몸 어디가 고장이 나서 병원에 입원하는 순간 섬망증상이랑 치매랑 뒤섞이면서 병증이 확연해지는 것 같아요.. 치매 없는 노인(‘노인’이란 표현을 계속 써도 될는지^^;;)들도 병원 입원하면 섬망증상이 곧잘 나타난다고 하더라구요..
저희 아부지도 뒤늦게 검사해보니 뇌경색이 ‘지나갔다’고 하더라구요 막혔던 곳이 기억을 담당하는 부분이라 기억력에만 이상이 생기고 몸적으로는 거의 드러나질 않아 더 모르고 지냈던 것 같아요..
치매중이면서도 몇년동안 하루에 4~7시간씩 바닷가 드라이브 다니셨다고 하네요;; 차사고 내서 남의 귀한 목숨 안 끊어먹은 게 천만다행이다 싶으면서도 아찔하면서도 본인에게 있어선 어쩌면 ‘행복한 기간’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싶어요.. 보름쯤 전에 아부지 요양병원 갔었는데 침대에 손 묶인채 멍하니 누워 계시더라구요 9월에 갔을 땐 안 그랬거든요..
매일 바다 보러 운전해서 휘휘 다니던 때와 지금...이 너무 다르네요.. 그때도 치매였고 지금도 치매인데 말이죠..
치매 걸린 사람들이 안전하게, 어느 정도는 더럽게, 그러나 자유롭게 살 수 있는 인디언 보호구역 같은 구역/마을이 있으면 어떨까 상상해봤어요.. 깨끗한 몸/옷/이불 유지하고, 똥오줌기저귀 못 만지고, 침대에서 떨어지지 않아 뼈 부러질 일 없는 묶인삶보다는... 저는.. 저라면.. 더럽고 똥오줌 만지고 먹고 내맘대로 돌아댕기다 뼈 부러져서 자연스레 죽음을 앞당기는 그런 삶을 선택할 것 같아요..
근데 이건 사람마다 달라서ㅎㅎ 울아부지는 어케 생각하고 계실지는 전혀 모르겠네요...
엄마는 치매초기인 건지 노화/충격(큰아들)으로 인한 기억력 감퇴인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래도 소통은 어느 정도 되는 편이어서.. 요양원서 잘 지내구 계셔요 요양원생활이 시골집생활보다 여러모로 훨씬 더 낫거든요..
아부지 매일 밖에 드라이브 놀러나가면 엄마 혼자 집에서 시간 죽이려 종일 누워자서 욕창까지 살짝 생겼더라구요.. 저랑 지낼 때 종종 이런 얘길 하셨어요 자다 깨서 낮인지 밤인지 모르는 엄마한테 제가 ‘엄마 지금 낮 2시다’ 하면 ‘아이고 아직도 그거밖에 안 됐나 지금이 새벽 2시면 얼마나 좋겠노’.. 노인에게 ‘시간’이란 게 얼마나 무거운 건지.. 마음이 짠했어요... 젊은이들은 상상조차 못할 테지요 노인의 시간은 ‘죽여야 할 그 무엇’이란 걸..
내가 눈이 멀어 사람을 볼 수 없게 되고, 귀가 멀어 사람과 이야기를 나눌 수 없게 되고, 다리가 고장이 나서 사람을 만나러 갈 수 없게 되면.... 내 육신은 그 자체로 감옥이 되는거겠구나 싶어요.... 그 감옥 안에서 시간이 죽고 내가 죽기를 바라며 살....고 싶진 않네요ㅎㅎ^^ 뭐 어찌 되겠죠~ 그때 일은 그때 가서 닥치면 처리하는 걸로~!
하튼 엄마는 요양원서 하루 세끼 밥 나오고 간식도 두 번이나 주고 일주일에 한번 목욕도 시켜주고 한두달에 한번 머리도 잘라주고 그렇게나 듣고 싶었던 사람소리도 들을 수 있고 겨울에는 따뜻하고 여름에는 시원하고 해서 너무 잘 지낸다고 말씀하셔요 우리도 엄마에 대해선 마음 푹 놓고 지내요 독실한 천주교인인 엄마가 수녀님들이 운영하시는 요양원에 계신 것도 너무 좋구요...
엄마 요양원 면회가서 기분 엄청 좋았다가 20분 거리에 있는 아부지 요양병원 면회가서 기분 훅 다운돼서 나오곤 하지요^^;;
교수님.. 저는 엄마아부지한테 정 없어요.. 저는 제 자신, 제 삶이 제일 우선이고 제일 중요해서 부모든 누구든 다른 사람 위해 희생봉사 같은거 못해요.. 최소한의 내 도리는 해야 되겠다 싶어 하는 거지요 의무감만 있는 거지요...
제가 가장 바라는 건 아무하고도 연락 안 닿는 외국으로 날라서 이꼴저꼴 안 보고 이소식저소식 안 듣고 속 안 끓이고 편한 마음으로 살다 혼자 죽는 거예요.. 부모도 형제도 다 족쇄예요.. 부모타임 지나면 또 형제타임 오겠죠... 형제 힘들다 하면 그거 또 못본척 못하겠죠.... 지긋지긋합니다...
누구랑 같이 생활하는 걸 극도로 싫어하고 힘들어하는 성향인데.. 온집이 곰팡이로 뒤덮여있어 숨쉴때마다 곰팡내 나고 싱크대문만 열어도 바퀴벌레가 그릇 옆에 떡하니 붙어있고 내 잠자리는 화장실 옆인데 엄마는 2시간에 한번씩 화장실을 가고 나는 자그마한 소리에도 잠을 깨서 다시 잠들려면 1시간 이상씩 걸려 엄마 덕에 매일 잠을 제대로 못 자고.. 낮에 자고 밤에 깨는 엄마는 매일 밤마다 본인 나름의 소일꺼리(안 해도 되는 그릇정리 물건정리 등등)를 해서 그 소리 때문에 더 못 자고.. 엄마는 그릇 씻는 수세미로 싱크대 하수구도 닦고 빗물받이 쓰레기통도 닦고.. 그래서 엄마가 설거지하고 나면 그 그릇들을 내손으로 다시 한번 더 설거지를 해야 하는데 엄마는 끊임없이 설거지를 하고.. 나는 미칠꺼 같은데 ‘제발 설거지 좀 하지마라’는 말은 절대 하면 안 돼서 속에 꾹꾹 쌓여만 가고.. 살아있는 사람한테 아무것도 하지 말고 가만히 있으라는 말은 죽으라는 거나 다름없는 말이어서... 욕실 어디 구석에 몇 년동안 쳐박혀 시커멓게 썩고 있던 수세미를 찾아내서 그걸로 세면대며 변기며 오만데를 다 닦아서 시커멓게 더럽게 만들어 놓고...
엄마는 잘못한 게 하나도 없는데 그 당시에 저는 엄마가 너무나도 미웠고 그집이 지옥이었답니다.. 같이 산 게 미움이고 지옥이었지요.. 그래서 엄마 요양원 들어가고 저는 원래 살던 제집 돌아오면서 그 미움이 싹 사라졌지요..
제가 돈벌이가 있어서 주머니가 넉넉했으면 시골집 근처에 모텔방 잡아놓고 왔다갔다 하면서 엄마 돌보는 걸 했을 텐데 그랬으면 훨 나았을 텐데.. 하필~~ 사표내고 백수된 바람에 짤없이 같이 지내게 된 거지요ㅎㅎ 교훈이라면 교훈이랄까 ‘엄마랑은 절대 같이 살면 안 된다’는ㅋㅋㅋ 살림하는 두사람이 한공간에 같이 사는 건 진짜 힘든 일인거 같습니다ㅎㅎ
교수님의 형님에 대한 마음에 비해 엄마아부지에 대한 제 마음이 너무 건조해서 쪼매 죄송스럽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