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머위를 보면...
2023년 4월 22일 토요일
음력 癸卯年 삼월 초사흗날
오늘은 봄날 치고는 꽤나 쌀쌀하고 스산하다.
영상 5도, 또다시 아주 옅은 서리가 살짝 내렸다.
하순으로 접어든 4월인데 참으로 특이한 산골의
날씨, 지구 온난화 현상으로 그나마 예전보다는
이 시기가 많이 따스하긴 하다. 10여년 전 일기를
보니 4월의 눈이 내리고 영하의 기온이었는데...
어제 오후에 단지를 돌다가 머위밭에서 발걸음이
멈췄다. 우후죽순이라고 하더니 며칠 비가 내려서
그런지 머위 잎파리가 손바닥 보다도 더 크게 자라
두 눈을 휘둥거리게 했다. 순간 어머님 생각이 났다.
봄비가 내린
며칠사이에
머위가 부쩍 자랐다.
머위를 보면
울엄니 생각에
울컥하는 마음이다.
이 머위는
22년 전
울엄니께서
종근을 갖다 심으셨다.
해마다
머위가 자라면
서울 계신 울엄니께
잔뜩 잘라다 드렸었다.
울엄니는
머위는 대도, 잎도
다 좋다고 하셨고
몸에 좋다시며 잘 드셨다.
울엄니 하신 말씀,
"머우는 쌍긋해서 좋다.
잎파리는 물에 울겼다가
쌈 싸묵으모 참 맛있니라!"
이제는
머위가 자라도
울엄니께
갖다드릴 수가 없다.
하늘 나라에 계신
울엄니께 한 말씀 드린다.
"사랑하는 엄니!
좋다쿠는 머우 잡샀시모
오래오래 사셔야제,
우찌 그리 빨리 갔삤소?
좋아하시는 머우를 봉께
우찌 이리도 보고싶고
마음 아픈지 모리겠십니다."
기억컨데 이곳으로 삶터를 옮긴 이듬해,
그러니까 22년전 이맘때 단지 조성의 마무리가
덜 되어 빈땅이 많다시며 어머님께 머위 종근을
구해갖고 오셔서 앞뜨락에 머위를 심어주셨다.
그 다음해 꽤 번식된 머위를 장모님댁 주변으로
자리를 옮겨놓은 것이 지금의 머위밭이 되었다.
뿌리번식을 하는 머위는 긴 세월동안 엄청 많이
번식되고 번져서 지금은 한 밭 가득이다.
생전에 쌈채소를 정말 좋아하셔서 온갖 나물이며
잎채소는 쌈으로 즐겨 드셨다. 머위는 초봄 어린
잎은 무침 나물로 주로 먹고 다 자라면 머위대를
먹는 채소로 알고 있는데 어머님은 아주 커다랗게
자란 잎도 못버리게 하셨다. 커다랗고 조금 억센
잎을 살짝 데져 찬물에 하루이틀 울겨 쓴맛을 뺀
후 쌈으로 드셨다. 물에 울겼음에도 약간 쓴맛이
남아있는데 그 맛에 드신다고 하셨다. 어머님의
표현을 그대로 옮겨보면, "쌍긋한게 머우 잎파리
맛있니라! 양념간장 넣고 싸묵으모 참말로 좋다!"
라고 하시며 맛있게 드시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
그래서 돌아가시기 전까지 해마다 머위를 잎파리
붙은 그대로 머위대를 잘라 서울에 계신 어머님께
갖다드리곤 했다. 이젠 그럴 수 없어 너무 아쉽다.
그러고보니 어머님 가신지도 어언 6년이 되었다.
하늘나라에서도 당신이 종근을 갖다주어 심었고
큰아들이 길러 갖다드리던 이 머위를 생각하실까?
어머님께서 세상을 버리신 후로는 어머님 입맛을
쏘옥 빼다 닮은 막둥이 여동생에게 머위를 보낸다.
막내가 완전 어머님 입맛을 그대로 물려받은 것
같다. 올해도 완전히 다 자라면 보내주려고 한다.
비록 어머님은 안계시지만 당신의 흔적을 이렇게
남겨두고 가셨다. 큰아들에게 머위를 보며 어머님
당신을 추억하라고 그러셨던 것이 아닐까 싶다.
오늘과 내일은 영주의 막내 처제네 사과농원에서
일을 돕기로 하여 산골 식구 넷이 내려가기로 했다.
사과꽃이 만발해 꽃따기를 해야하는데 손이 많이
딸리는 모양이다. 그동안 사과 수확을 하는 가을에
사과를 따주러 가곤 했는데 올해는 봄날에 도움을
청해 다녀오기로 했다. 모처럼 가는데 딱히 갖다줄
것이 마땅찮다. 어제 저녁무렵 명이나물 조금 뜯고
단지를 돌며 민들레 어린싹을 조금 뜯었다. 아내가
어제 따온 표고버섯을 맛이라도 보라면서 봉지에
조금 담았다. 조금 더 있으면 두릅도 나오고 온갖
봄나물도 나올텐데 시기가 조금 일러 어쩔 수 없다.
아내도, 촌부도 둘 다 맏이라서 그런지 넉넉하지는
않지만 아우들 챙기려는 마음은 늘 한결같고 변함
없음이다. 비록 아주 작은 것 하나라도 갖다주어야
마음이 편하다. 별 특별한 것은 아니지만...
첫댓글 오늘은 먼 길을 떠나시기 위해서
아침일기를 일찍 쓰셨군요. 흔적이라는 것을 생각합니다.
어머니의 흔적은 안과 밖으로 남아 있나 봅니다. 형제간의 우정은
어머님이 남겨주신 아름다움이라는 생각을 해 봅니다. 우애가 멋지세요
그랬습니다.
부모님의 흔적은 곳곳에 있죠.
우리들 일상속에...
막내네 처제네 과수원이 넓어
오늘처럼 이따금씩 내려와
도와주곤 합니다.
머위쌈 맛있지요~
먹거리 앞에서 누군가생각이 나는건 사랑이지요
지금 저희집에서 자라는 머위는
세검정에서 옮겨온 것입니다.
쌍긋한게 아주 맛이 좋지요.
어머님의 사랑이 담겨있는 머위입니다.
감사합니다.^^
머위를 보면서
어머니 생각에
좋은 시 한편 탄생이네요.
▪︎▪︎
봄비 내린
며칠사이에
머위가 부쩍 자랐다.
머위를 보면
울엄니 생각에
울컥하는 마음이다.
▪︎▪︎
머위는 장아찌로
저장해서 먹어도
굿이지요.
詩라고 하기는 그렇지만
어머님 생각에 몇 자 적었습니다.
머위 잎파리는 쌈으로 먹고
대는 장아찌로 담가 먹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