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은 7년 전 2008년도에 제가 끄적거린 잡문이에요...
요즘 자동차 랜트업을 하시는 데니님의 자동차와 얽힌
일상들을 자주자주 엿보며 불현듯 생각나서 올려봅니다.
나만 힘들게 산다는 그런 생각들은 버리시고 선물처럼 주어진
오늘 하루에 감사하며 보람된 하루 하루를 만드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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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그대는 내 사랑...
11년 전 복잡한 서울에서 한적한 산골 안성으로 이사를 내려왔다.
그즈음 시작부터 잘못 되 시끄러운 내 결혼생활에 종지부를 찍고
삶에 대한 온갖 애증과 미련은 모두 서울에 훌훌 벗어버리고 시쳇말로
산 좋고 물 좋은 이곳으로 부모님을 따라 내려오게 되었다.
서울에서 꿈도 못 꿀 투명에 가까운 맑고 차가운 공기도 좋고...
비 온 뒤 물기 머금은 땅에서 올라오는 비릿한 흙냄새도 좋고...
겨울만 빼고 끊임없이 꼬리를 이어 피어나는 꽃들의 향연도 좋고...
밤하늘에 은하수까지 보이게 보석같이 총총한 별들도 좋고...
칠흑 같은 어둠 속을 날아다니는 작은 도깨비불 같은 반딧불도 좋고...
정말이지 도시생활만 하다 내려온 도시 토박이에게는 뭐든 좋았다...
교통편이 엄청 불편한 거만 빼고...
우리 집에서 버스 정류장까지 산길로 0.5킬로는 걸어 나가야 되고...
마을에서 가까운 시내 나가는 버스는 1시간에 한 대만 있었고...
그것도 시내에서 마을로 들어오는 버스는 저녁 9시면 끊겨 버린다...
9시 막차를 타려면 나는 서울에서 8시 버스를 타고 내려 와야 하는데
밤 8시면 뭔가 향응이 막 태동하려 할 때가 아닌가... 젠장...
설령 20분을 걸어 나가 마을버스를 탔다고 손쳐도...
버스가 시내에 나가는 30분가량 버스 안에는 미묘한 기류가 흐른다.
버스 안에 모든 주민들이 한통속으로 결탁해서 나를 동물원 원숭이처럼
눈짓~ 턱짓~ 손짓으로 그들만의 무언의 대화로 나만을 철저히 희롱한다...
동네 노인네들의 무언의 대화가 대략 이러지 않았을까 한다...
재 뭐니~ 너 재 아니~ 정말 특이하게 생겼네~ 한국사람 맞니~ ㅜㅜ
외부 출입이 불편한 연유로 되도록 외출도 안하고...
외출 할 일 있으면 엄마의 스케줄에 맞추어서 엄마의 차로 같이 다니면서
그냥저냥 한 일 년을 신선놀음으로 살긴 했지만 서른을 갓 넘긴 나이에
하세월도 하루 이틀이지 좀이 쑤셔 그게 지속 될 리가 없었다.
뒤늦게 운전면허를 따고... 도로 연수를 받고...
엄마차를 몰래 훔쳐 가지고 나다니기를 서너 번이나 했던가...
어느 날 엄마가 사가지고 온 6개월 된 한얀 티고 중고 자동차...
백수가 선택의 여지도 없었지만 티코를 타보니 작지만 버스 타는 것보다는
훨씬 좋았다...
동네 사람들의 집요하고 끈적거리는 시선에서 벗어난 게 홀가분했고...
시간과 거리에 구속 받지 않고 외출을 할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했다.
티코는 참 경제적인 차이다...
연비도 착하고, 톨비도 할인 되고, 주차 용의하고, 세차 하기도 쉽고...
나는 타면 탈수록 티코에 경제성에 만족을 했지만 다른 사람들 눈에는 절대
그렇게 보이지 않았나보다.
국민 경차 티코가 자기 차 앞에 가는 꼴을 결코 두 눈 뜨고 보지 않았다.
내가 죽을 똥 말똥 기를 쓰고 80킬로 넘게 달려도 모든 차들은 나를 앞질러 가야
직성이 풀리고 덤프트럭들은 심심풀이 땅콩으로 얼마나 뒤에서 바짝 붙어 밀어
붙이는지 모른다.
내가 정말 충격을 받은 일은 평택 교통계에 한 교통 경관 때문이었다.
가벼운 접촉사고였고 내가 피해자였지만 난 가해자가 지역주민이라는
이유로 완전이 독박을 쓰고 경찰서에서 경찰의 강압에 허위 자백서를
쓰게 되었다.
경찰관이 부르는 대로 쓰지 못하겠다고 강하게 거부하자 그 경찰관은
말끝마다 “ 티코 아줌마... 티코 아줌마...”라고 목청을 높이면서 경찰서
안에서 나를 모든 사람들의 웃음거리로 만들었다.
난 분함과 서러움으로 눈물... 콧물... 다 흘리면서...
그 경찰관이 부르는 대로 조작된 조서를 받아 적고 맨 마지막 싸인을 마친 뒤
일어나서 그 경찰관의 얼굴로 정확히 조서를 집어 던지고 한마디 던지고 나왔다...
개...새...끼...
그 해인가 그 다음해 여름인가...
난 힘겹게 직장에 취직을 하면서 딱 3개월 수습 기간이 지나고...
내가 이 직장을 버틸 수 있다는 확신이 미약하게 섰을 때 나는 티코를 팔고 새 차를
할부로 구입했다.
쥐뿔도 없는 것이 800인가를 선금으로 주고 잔금 1200을 36개월 할부로 덜컥 사버렸다.
이전 자동차 매그너스는 온전히 내 결정으로 내 힘으로 산 차이다.
3년... 36개월의 세월은 결코 짧은 세월은 아니었다.
더군나 다달이 부채가 있는 사람이 느끼는 길이는 더 길게 느껴졌다.
30만원 가량의 할부금이 지금 현재는 많은 돈도 아니겠지만 그 당시
나이 서른 넘은 여자가 다시 직장을 구해서 받는 월급으로는 편편한
돈은 아니었다.
부끄럽게도 난 서울에서도 길게 직장 생활을 해본 적이 별로 없다.
일이 힘들어서도 그만두기도 하고 제일 힘든 건 인간관계에서 나를
굽히고 들어가는 방법을 잘 몰라서 난관에 부딪치면 그만두는 것이
최선의 해결방법이었다. 최선의 회피였겠지...
하지만 이번에는 36개월을 갚아야 할 빚이 있어서 .상황이 달랐다.
처음에는 할부금 때문에 밥벌이가 치사해도 그만두지도 못하고 일을 했지만
일이란 걸 길게 하다 보니 나를 굽히는 법이나 나를 버리는 법을 스스로 알게 되었다.
더 우스운 일은...
나름 허리가 휘던 자동차 할부금이 끝날 때쯤 나는 내가 하는 계통의 일에서
제법 일을 한다는 전문가가 되어 주위에 평판이 좋아졌다...
자동차의 설움에서 시작된 나의 설움과 오기로 지금의 내가 되었으니
우리 삶의 무게라는 것이 태산 같은 것 같지만 그 버섯 목을 뒤집어 보면
실상은 터럭만도 못한 존재의 가벼움인 것은 남들은 모르는 당사자만이 아는
삶의 아이러니이다...
이렇게 앉아서 기억을 반추해보니 매그너스는 내 삶의 반석이었다.
평생 아무것도 못하고 부모 그늘에서 살 것 같았던 부족한 나에게
오기와 인내와 자존심을...
그리고 앞으로 남은 내 삶을 천천히 공전시킬 커다란 저력을 주었다.
올 2월말 빙판에 차가 미끄러지는 사고로 부득불 차를 바꾸게 되었다.
아직 사용하는 법도 제대로 모르는 각종 첨단 장비가 즐비한 자동차를
가지게 되었지만 그다지 정이 안 간다.
첫 차를 샀을 때처럼 그렇게 애틋하고 흥분되는 설레는 마음은 하나 없이
그냥 내가 타는 차라는 무미건조한 생각만 든다...
5년을 매그너스를 타고도 매그너스는 참 예뻤는데...
요즘도 길에서 옆에 지나가는 매그너스를 보게 되면 집요한 시선으로 달리는
차를 쫓으며 혼잣말을 한다... “ 매그너스는 참 예뻐.... “
내가 살면서 몇 번 더 차를 바꾸게 되어서 지금보다 더 좋은 차를
사게 되어도... 내 평생에 최고의 자동차는 아마도 매그너스 일거다.
하얗게 쌓인 눈길을 밟고 지나간 첫 발자국 같은 깊은 발자국 같은
기억으로 그렇게 평생 말이다...
“ 매그너스는 정말 참 예쁘다.... “
첫댓글 어제 북한 산 산행은 힘들었지만 진흥왕 순수비에서 옛 선조들의 기개를 느끼고
내려올때 아찔한 순간도 있어서 헬기가 뜰뻔도 했고 재미 있는 산행이었습니다
맑고 고운날 되세요
너무 난 코스는 다니지 마세요... 무릎에 무리갑니다... 내 관절은 소중하니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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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뻐할 동기 부여를 팍팍 해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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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 그림... 퍼온 그림... 퍼온 그림....
그대가 m군이였구나^^ 구라님에 대해 많이 알게 된것 같아요. 내 첫차 아벨라는 살아 있을까??
매그너스 이글.. 뒷 궁댕이가 볼보 뒷태와 닮았었죠... 암튼 내 첫 사랑이 불현듯 그립네요.
언니 안녕하세요~
제 첫차~~역시 하얀 티코였어요
언니처럼 뒷차들이 수없이 제 앞으로 가고질러 갔고 트럭이라도 앞서가면 휘~청~ 거리는 티코였죠
울 딸냄과 많은 추억을 만들어주고
투잡용으로 돈도 좀 벌게 해 주고 ㅋㅋ(2003-4년도 당시 티코로 투잡 대리운전(픽업차) 뛰었거덩요~)
미션이 나가서 더이상 타면 목숨 내놓고 타라는 정비사님 말에 하늘나라로 보내고
가진돈 50여만원으로 세금 쬐꼼 내고...깡그리몽땅 할부 60개월 클릭을 새식구로 맞아들이고...
기름값이 무서워 대리도 못 뛰었던 적이 있었네요
지금은 주차장에 모셔만 두고 있어요 ㅎㅎㅎㅎ
하얀 티코~ 말 잘듣고 예뻤는데.....~~^^
해살님도 티코 동기였네... 타본 사람만 알쥐...티코 고속도로에서 큰 차 지나가면 휘청~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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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방에 차 이야기 올리고 혼날줄 알었는데... 나 자동차 글 하나 더 있는데 또 올리면 혼나겠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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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격이 털털하신가봐요... 전 600에 사온 티코를 4년 타고도 깨끗히 타구 다시 400에 팔었는데...
@구라공주 헉 ! 저는 65만원에 사서 5년 타고 15만원 받고 폐차장으로 보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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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뒤집힌 적은 없어요.. 두바퀴 반 돌고 선 적은 있지만... 항상 운전 조심하세욤... ^^
대학교때 알바비로구입한 차~~ ㅋ 중국으로 팔려갔지만~~ 스틱이었지만 잘나갔엇는데 빨간 깍두기차 ㅋㅇㅋㅋ
우리 로열... 언제 얼굴 한번 뵈주셔... 탠디베어 369가 마지막있지..
@구라공주 언니 전못움직네요 저희매장 스클벙개때 오세용^^원포인트 레슨 해드릴게용^^
한번 기회가 되면 놀러갈께... 홍대나 이대 놀러 갈 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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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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핑크 티코가 나왔나요 핑크티코에 헬로 키티 방석 핸들커버 하고 다니셨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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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 낚이구 마얀 보기보다 단세포야..
나도 지금 타는 차가 신랑 같어... 힘 좋고 단단하거든...
구라님 글솜씨도 대단하시네요
감명깊게 끝까지 잘읽고 갑니다
다음 2편 기대할게요
우린 언제 조우하죠... 신세진게 많어서 맛난 커피 뵐 때마다 쏘아야 하는데... ^^b
@구라공주 인연이 되면 또 보고 하겠죠 신세진건 없는데 자꾸 그러시면 부끄러워지네요 ^.^
정말 글솜씨가 좋으세요. 이 글을 읽으며 조금 다운됬던 맘에 용기가 생기네요. 좋은글 자주 부탁드려도 될까요?
제 잡문이 리우님 마음에 용기를 드렸다니 제가 더 감사합니다. 한동안 주기적으로 글을 썼는데 돈 벌이가 바뻐서
안했더니 감이 팍 떨어져서 요즘은 댓글 한줄 남기는 것도 너무 어렵습니다... ㅜㅡ
기회가 된다면 또 올려 볼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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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야를 꼭 이겨야 하나요... 친군데...ㅜㅡ
제 목표는 누굴 이긴다 보다는 OB안내고 그냥 따박따박 치면서 폐 끼치지 않고 같이 어울이는거에요...구력이야 시간이 지나면 생기겠죠... ㅡ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