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엽기 조선왕조 실록(116편)
기자들은 원래 술을 잘 마신다.
지금은 매체의 난립으로 인해 그 위상이 많이 꺽였지만.언론사 기자들을 한때 문사라 부르던 때가 있었다.
국민의 알권리를 지켜내기 위해 절대
권력과 늘 긴장관계를 유지하였던 이들.
그러나 이들의 생활을 보면,
거창한 그들의 임무와는 조금 거리가 있는 생활을 하였으니,
자유분방한 근무여건에 두주불사 의 엄청난 주량 등등 주류이면서도 주류 같지 않은 모습을 보여주었던 기자들 과연 그 기자정신은 어디에서 온 것일까.
이번회의 주제는 바로 이 기자정신의 뿌리라 할 수 있는 조선시대 간신
들에 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전체 차렷! 집의(종3품)님께 대하여
받들어 총!충성!바로.사헌부(조선시대 관리들을 감찰하던 감찰기관. 오늘날의 검찰과 감사원의 역할)의 출근 시간이었다.
오늘날의 검찰과 비슷한 일을 하였던 사헌부의 군기는 여타 다른 관청들의 군기와는 그 격이 달랐으니 상관이 출근하기 전에 하급 관리들은 먼저 나와 도열, 일일이 문안 인사를 올렸던 것이었다
상명하복의 체계가 지금의 검찰과 아주아주 비슷하다 할 수 있겠는데,
어이 이번에 야다시(밤에 차를 마시다)
사간원들은 차 마시는 시간에 때려잡을 관원들을 논의하는 것에 유례.
사간원들이 밤에 차를 마신다는 의미는 곧 누구를 때려잡겠단 소리이다.
나 한번 할까.
알겠사옵니다.
대사헌 대감. 분위기 쇄신 차원으로 다가
이번엔.병조 쪽으로 한명 족쳐보겠 사옵니다.
사헌부의 근무 분위기는
검찰청의 그것과 다름이 없었는데.
하는 일이란 게 사람 때려잡는 일인
지라 근무 기강이 엄청 빡센데다가 근무시간도 칼이었다.
자, 문제는 대간이란 직책은 관리들을 규찰하는 사헌부와 사간원을 합쳐서 부르는 말이라는 것이다.
야, 사헌부 저시키들 군바리 모임이냐? 경례만 붙이면 완전 하나회겠다.
낸들 아냐. 저것들 사람 때려잡는 재미로 사는 주제에 따질건 다 따져요.
그러게, 저렇게 빡세게 살면 뭔 재미로 사냐.대간의 또다른 한 축 이었던 사간원 관원들은 사헌부의 이런 빡센 분위기에 대해 이해를 못했으니,
그냥 대충 살라고 그래라.그놈 들이나 우리나 사람 때려잡는 걸로 사는데,
뭘 그렇게 빡빡하게 구냐 대충 살라고 그래.
사헌부가 군기가 바짝 선 모습으로 조정 관료들의 비행을 감찰하던 그 순간 사헌부는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
바로 술판이었다.어이 신입! 야야, 유니폼은 왜 입고 지랄이야.
너 이시키, 사간원 분위기 파악 아직 다 못했지.이시키 대사간원을 1, 3, 5, 7, 9로 알고 있네.
공무원 처럼 살고 싶어.그럴려면 당장 사헌부로 꺼져버려! 우리는 자유로운 영혼!이 시대의 보헤미안 이라니까!
어쭈 그래도 옷 안 벗네 하나,둘. 야야,신입 쫄겠다.
야야 각 풀어.여기가 무슨 사헌부냐 여기는 사간원이거든 그니까 편하게. 릴렉스 하게 있어.
저.저기 제가 할 일은 뭔가요.하는 일 그래, 일 해야지.어이 아전! 업무 볼 준비 좀 해줘!
예 알겠사옵니다!
잠시 후 아전은 푸짐한 술상을 차려 내오는데,
자 이제부터 일을 시작해 보자고, 신입도 왔으니까 FM대로 하는 거야.다들 알았지 어이 아란배(거위 알 모양의 술잔, 조선시대는 각 관청별로 상징화된 술잔을 가지고 있었는데,
예문관은 앵무배 승정원은 도마뱀의 일종인 갈호를 본 뜬 갈호배를 가지고 있었다.
이 술잔 들은 관청별 회식 때 잔을 돌려 술을 마실 때 주로 쓰였다)가져와라!
저.저 기거든(사간원의 정5품 벼슬) 어른, 대낮부터 술판을 벌인다는 것이.
그딴거 없어. 우리가 할 일은 출근해서 술 마시는 거라니까.걱정 말라니까
사간원은 원래 술 마시라고 만든 곳이니까.
자자.원샷이다.중간에 꺽었다간 당장 사헌부로 쫓아낼 거야!
이리하여 사간원에 첫발을 들인 신참 최원택은 첫 날부터 술독에 빠져드는데.
이 모습을 지켜보던 사헌부 관리들은 못내 쓰린 속을 달래야 했다.
저시키들은 술 처마시는 게 일인 줄 알고 있어.
일이잖아. 억울하면 너도 사간원 가지 그래.저런 개념 탑재 안 된 놈들이랑 같이 일하라고.노땡큐다 자식아.두고 보자고,
저놈들 한번 제대로 사고 칠 날이 올거야.그때 확 엎어버려야지.사헌부 관리들의 절치부심을 아는지 모르는지 사간원의 자유로운 영혼들은 출근하자 마자 술타령을 벌이는 것으로 하루 일과를 채워 나가는데.
과연 사간원은 술판은 어디까지 이어질까 초특급 대하 울트라 음주사극 ‘기자들은 원래 술을 잘 마신다!’는 다음편으로 ~~
엽기 조선왕조 실록(117편)
기자들은 원래 술을 잘 마신다!
출근하자마자 술판을 벌이는 사간원을 두고, 사헌부 관리들은 쓰린 속을 달랠 수밖에 없었는데.
사간원과 사헌부 이 두 개의 감찰기관은 동료이면서도 앙숙지간으로 발전 할 수밖에 없었다.
나으리.이번 달 예산이 바닥이 났는 뎁쑈.
뭐야 별로 마시지도 않았는데,
벌써 예산이 바닥나.
그게.신입 관원 환영식 비용으로 좀 과다 지출한 게 있어서.
알았어. 내가 사헌부로 갈 테니까.
좀 기다려 봐.이 당시 사간원의 예산은 사헌부에서 타다 쓰는 형식이었다.
어이,사헌부 아저씨들.우리가 술값이 모자라서 그런데.이번 달 예산 좀 미리 집행해 주지.
아니,한 달 쓰라고 예산을 내려 보냈는데 보름도 안 돼서 예산을 다 탕진해 그게 말이 되는 소리야.
마시다 보면 2차도 가고 3차도 가는 거 아냐.
너네들 처럼 넥타이 부대도 아니고, 우린 또 술 빼면 시체잖아.우리 일이란 게 술 없으면 못하는 일인데, 술이 떨어졌으니 어쩌냐 사정 좀 봐주라.
귓구녕에 살이 많이 쪄서 말귀를 못 알아 듣는 가 본데.이번 달 예산은 저번 달 25일 날 전해줬거든 빨리 Get out 해줬으면 좋겠다.
검사스러운 새끼. 쪼잔하게 예산 몇 푼 가지고 드러워서 너네 돈 안 써!.
이리하여 사간원은 술값 마련 비상 대책회의’를 가지게 되는데,
어이 안되겠어.사헌부 이 검사스러운 놈들이 돈 못주겠다고 버티는데, 안되면 자력갱생 이다!
다들 술값 확보 대책을 내놔봐.
후원에 있는 배하고 대추를 따서 팝시다!오케이! 그런데 그게 몇 푼이나 한다고.그걸 시장에 팔면 얼마나 나오겠어.
다른 부서 에다가 떠넘겨야지.
흐흐.하는 김에 우리 방석들도 대여해 줍시다.
딴 부서 놈들 우리 방석 보고 침 질질 흘렸는데, 이참에 빌려주고 대여료나 좀 받읍시다.좋았어! 그럼 당장 술값 벌러 가자구.
이리하여 사간원 관리들은 후원에 있는 배나무에서 배를 따고, 대추나무를 싹 훑어 대추를 한 보따리 챙기게 되는데.
아이, 호조참의 아저씨.좋은 게 좋은거라고 우리 애들 술값 좀 보태줘요.
내가 덤으루다가 우리가 깔고 앉았던 표피(표범가죽) 방석을 보름간 빌려줄게.
아니 그래도 배4개에 대추20알이 100냥은 좀.
어허 왜 이러시나, 명색이 호조참의 되시는 분이.일국의 경제를 총괄하시는 분이 이토록 배포가 작아서
어디에 쓰나,
이거 참 문제일세.알겠네, 내 100냥 쳐 줌세.
이렇게 다른 부서 관원들에게 반 강제적으로 배와 대추를 떠넘겨 술값을 번 사간원 관원들은 또다시 술판을 벌이게 되는데,
선배님들, 이건 좀 지나치신 거 아닙니까.사간원이 뭐하는 곳입니까 임금을 바른 길로 인도하기 위해 만든 곳이지 않습니까.
간신 다섯만 있으면 나라가 망하지 않는다란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지 않습니까!
부단히 임금께 간언을 올려 나라를 바로 세워야 하거늘, 허구헌날 술판만 벌이니 나라가 제대로 돌아가겠습니까
정말 실망입니다!
어쭈 최원택이.이시키 말하는 거 좀 봐.제법 사간원 같다 그치.
야~이시키 사수 누구냐?
가르칠려면 좀 제대로 가르치지,
복무 신조만 가르치면 어쩌냐.
복무수칙 이랑, 사간원 근무수칙도 같이 가르쳐야지! 그래도 애가 똘똘하네.
좋아좋아,하겠다는 자세는 좋아 보이는데,가서 엄마 밀크좀 더 먹고 와라.알았지.
계속 이러시깁니까! 제가 사간원에 들어온 지 벌써 열흘째인데.
지금까지 한 일이라곤 술 마시는 일 밖에 없습니다!
녹봉 (월급) 받는 게 다 부끄러울 지경입니다!
어쭈, 제법 쎄게 나오는데 좋아.
그럼 내일이 제좌(임금의 잘못을 간하기 위해 모이는 자리)하는 날이니까.
내일 한번 보자고.
내일도 우리가 맘에 안들면,
네 마음대로 하세요.
에구구,신입 때문에 술판 다 깨졌네.
안주가 아깝긴 하지만, 내일 마저 마시는 걸로 하고 이쯤 해서 파할까.
뭐 그러자구.그럼 내일들 보자고,
어이 오늘 숙직 누구야. 아침에 해장술 준비시켜 놓을 테니까 알아서 근무 잘 서라고.이리하여 사간원 관원들은 뿔뿔히 흩어지게 되었는데,
과연 사간원은 1년 365일 술만 마시는 것이 일이었을까.밖에서 바라보면 할 일 없이 술판만 벌이는 모양새인 사간원 관리들.
과연 그들의 진짜 업무는 무엇일까? 초특급 대하 울트라 음주 사극 ‘기자들은 원래 술을 잘 마신다!’는 다음회로 ~~
엽기 조선왕조 실록(118편)
기자들은 원래 술을 잘 마신다!
드디어 사간원 관원들이 제대로 일을 할 것 같은 분위기가 연출되던 이때, 신입관원 최원택은 보무도 당당히 사간원 으로 출근하게 되는데,
어이 원택이, 좀 늦었네 빨랑 와.
이번에 유밀과가 나와서 이걸루다가 한잔 빨고 있지.
어서 와~소주도 한 짝 가져왔겠다. 질펀하게 마셔보자고. 선배님들!
정말 실망입니다. 저는 그만 포기 할랍니다.안녕히 계십시오.
야야, 포기는 배추 셀 때 쓰는 말이고.일단 앉아 봐봐.그래그래, 갈 때 가더라도 잔은 한잔 받고 가야지.
신입관원 최원택이 억지로 자리에 앉아마자, 사간원 관원들은 술잔을 건네며 슬며시 운을 떼기 시작하는데,
이번에는 어떻게 전하 딴지를 걸지.
글쎄, 이번에 대비마마의 쾌차를 위해 빠박이 들을 데려다가 법회를 연다던데.어쭈, 빠박이들을 말야.
그럼 안 되지.
조선의 컨셉은 엄연히 숭유억불 인데 중대가리 놈들을 신성한 궁궐에
들일수는 없지.
그치.서.선배님들 지금 전하가 법회여는 걸 반대 하자는 겁니까.
왜 안 되는 거야.
아.안 되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효성이 지극하기로 유명한 게 우리 전하신데.
대비마마의 쾌차를 위한 불사라면.
어쭈, 꼬리 마는 거야 엄연히 법으로 불사는 금지되어 있는데.
모범을 보여야 할 군주가 모친의 위독을 핑계로 불사를 일으킨다는 건 나라의 기강 자체를 무너뜨리는 행위야.
아니.그게, 그래도 법이란 게 융통성이 있는 것이고. 법에도 인정이 있는 것인데,더구나 전하의 어머니가 관계된 일이지 않습니까.
한번 예외를 두면, 법의 엄정함이 다 무너져.한번 예외를 인정하면 두 번, 세 번…궁극적으로는 법 자체가 사라지게 되지.
그래도 지금은 비상상황이지 않습니까.대비 마마께서 몸져누우 셨는데.자칫 잘못했다간 전하의 진노를 살수 있는 일입니다.
지랄을 랜덤으로 떨어라.이시키 좀 똘똘한 놈인지 알았는데 완전 샌님이잖아.야이 자식아. 사간원이 뭐 하는 곳이냐 이 시대의 절대 권력인 왕이랑 맞짱 뜨는 자리 아니냐.
이거 말하면 왕이 삐지니까 하지 말고,저거 하면 왕이 화 낼테니까 하지 말고.그러면 우리의 존재 이유가 뭐냐.
절대 권력은 절대 부패하게 되어있어. 우리는 권력이 부패하지 않도록 간언하는 게 직업이고 말야.
이게 바로 기자정신 아니겠어.
사헌부야 조정 대신들만 잘 관리하고, 그네들이 뇌물 받아 쳐먹으면 그거 잡아다가 때려잡으면 되지만, 우린 아니거든.
조정 관료들이 부패하면 거기만 도려내면 되지만, 우리는 나라의 주인과 맞짱을 뜨는 거야.
무슨 소린지 알아.
우리가 한발 물러나면 그건 나라가 한발 후퇴하게 되는 거라고, 알아들었어.
선배님.좋아.오늘 주제는 전하가 일으키겠다는 불사를 막는 걸로 하자고.사안이 사안인지라, 몇 명 파직 될 각오하고 간언해야 할 거야.
이 참에 몇년 여행간 셈 치지뭐.
아니면 안식년 받았다고 하던가.
그럼 상소문을 쓰러 가자고.
아니, 마시던 술은 마저 마셔야지.
이리하여 사간원 관리들은 먹던 술을 마저 마시고, 임금이 대비의 쾌차를 비는 불사를 일으키는 것이 부당하다는 내용의 상소문을 올리게 되었다.
딱 보면 알겠지만, 이 당시 사간원은 오늘날 언론사의 기자와 같은 역할을 했었다.
사헌부가 검찰로서 조정 대신들을 관리감찰 한다면, 사간원은 절대왕조 국가의 절대 권력인 임금을 감시 하는 역할이었던 것이다.
절대왕조 국가에서 모든 권력의 핵심인 임금에게 ‘입바른 소리’를 해야 했던 사간원.
그나마 조선이란 나라가 시스템 하나는 제대로 갖춰 놓았던 것이, 사간원 관리들이 제대로 임금과 맞짱을 뜨기 위해선 최소한의 안전장치가 있어야 한다는 판단.아래서 사간원 관리들을 파직시킬 때에는 파직 기간도 근무연수에 추가시켰고.왕이 삐져서 인사상 불이익을 주는 것을 원천적으로 막기위해 사간원 관리들의 지방 좌천은 법으로 금지시켜 놓았던 것이다.
사간원 관리들의 자유 분방한 근무태도와 술판도 다 이런 이유에서 였다.
야야, 임금이랑 맞짱 뜨는 애들인데.괜히 공무원 분위기 연출해서 상명하복
으로 눌렀다가는 애들이 기죽어서 제대로 일 못할지도 몰라.
심한 거 아니면 눈감아 주자고.이랬던 것이었다.공무원 사회의 경직된 분위기가 사간원에 전파되면 외압에 휩싸여 제대로 임금을 감시하지 못할 것이란 염려.그것이 바로 사간원을 술판으로 만든 이유였던 것이다.
나라에 가뭄이 들어 전국에 금주령이 떨어져도 사간원만은 예외로 했던 조선.오늘날 권력감시의 첨단에 서 있는 기자들도 술을 좋아하는 이유가 바로 이런 연유에 기인한 것이 아닐까.
예나 지금이나 절대권력 앞에 당당히 맞섰던 사간원과 기자들 권력 앞에서 당당한 이유는 술과 어디에도 부끄럽지 않은 그들의 자유분방한 사고방식 때문이 아닐까.
500년의 시차를 두었음에도 불구하고, 닮은꼴을 보이는 사간원과 기자들의 모습이 많은 걸 생각게 하는 지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