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주취자 관련 출동, 하루 수십건
집안까지 못 데려다줘… 처벌 과해”
뉴시스
한파 속에서 술에 취한 60대 남성이 집 앞에서 저체온증으로 사망한 사건과 관련해 당시 112 신고를 받고 출동했다가 이 남성을 집 안으로 들여보내지 않았던 경찰관들에게 벌금형이 선고됐다. 경찰 내부에선 “현실에 맞지 않는 판결”이라는 반발이 나왔다.
14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북부지법은 서울 강북경찰서 미아지구대 소속 경사와 경장 2명에게 지난해 11월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각각 벌금 500만 원과 400만 원의 약식명령을 내렸다. 판결 이후 이들은 경징계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2022년 11월 말 ‘주취자가 거리에 쓰려져 있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만취한 상태였던 60대 남성 A 씨를 오전 1시 반경 서울 강북구 수유동에 있는 A 씨 자택 앞으로 데리고 갔다. 당시 경찰은 A 씨가 집 안에 들어가는 것을 확인하지 않은 채 철수했다고 한다. 당시 영하 8도까지 기온이 떨어져 한파 경보가 발효된 가운데 A 씨는 문 앞에서 잠이 들었고 6시간 넘게 방치됐다가 숨진 채 발견됐다. 유가족은 출동했던 경찰관에 대해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불원서를 냈지만 검찰은 지난해 9월 이들을 약식 기소했다.
경찰 내부에선 “매일 주취 신고가 끊이지 않는 상황에서 모두 집까지 데려다주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서울의 한 지구대에서 근무하는 경찰은 “주취자 관련 출동은 많을 땐 하루 수십 건에 달하는데 이들을 모두 집까지 데려다주려면 다른 업무를 할 수 없을 것”이라며 “도의적 책임을 질 순 있지만 법적으로 처벌하는 건 과하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김웅 의원실에 따르면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최근 5년간 주취자 관련 112 신고 건수는 465만5144건으로 매년 평균 93만 건에 달한다.
윤희근 경찰청장 취임 이후 경찰이 추진한 주취자 보호조치 개선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일선 경찰의 주취자 대응이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해 경찰청은 주취자를 보호하기 위해 임시 보호시설을 설치할 수 있는 근거 등을 담은 ‘주취자보호법’ 제정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관련 법안들은 여전히 소관 상임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