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보순찰 동행해보니… “실효성 의문” vs “다소 안심”
14일 오전 서울 송파구 문정동 주택가에서 송파경찰서 문정지구대 신진욱 순경(왼쪽)과 신용섭 경위(가운데)가 순찰을 하고 있다. 양회성 기자
“치밀하게 계획한 범죄까지 막을 수 있는지는 의문이네요.”
서울 관악구 주민 최선우 씨(25)는 17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최근 경찰이 흉악범죄를 예방하기 위해 ‘도보 순찰’을 확대한 걸 두고 이렇게 말했다. 그는 “(도보 순찰은) 경찰이 주택가 곳곳을 전부 살피는 게 아니라 빌라 몇 곳의 입구를 주시하는 정도”라며 “차에서 내려 수십 걸음 걷다가 다시 차를 타고 이동하던데 어느 정도 실효성이 있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지난달 17일 최윤종(30·수감 중)이 관악구 등산로에서 30대 여성을 살해하는 등 강력 범죄가 이어지자 경찰청은 전국 경찰서에 이른바 ‘도보 순찰’을 강화하란 지시를 내렸다. “직접 밖을 돌며 범죄를 예방하라”는 지침에 따라 일선 지구대 및 파출소 경찰들이 우범지역 등 서너 곳을 매일 걸으며 순찰하고 있다. 시민들 사이에선 “실효성에 의문이 든다”는 지적과 “조금은 안심이 된다”는 반응이 동시에 나왔다.
● “범죄 예방 기대” vs “실효성 의문”
14일 오전 서울 송파구 문정동 주택가에서 송파경찰서 문정지구대 신용섭 경위(가운데)가 주민과 대화하고 있다. 신진욱 순경(오른쪽)은 무전기를 잡은 채 주변을 주시하고 있다. 양회성 기자
동아일보 취재팀은 14일 서울 금천구 관악산 등산로와 송파구 문정동 주택가에서 진행된 도보 순찰에 동행했다.
이날 금천서 백산지구대 경찰관들은 5시간 동안 관악산 산기슭공원과 등산로 곳곳을 누비며 치안 상황을 점검했고, 시민들에게 ‘비상벨’ 사용법을 알려줬다. 위급 상황이 발생할 경우 등산로 곳곳에 설치된 비상벨을 누르면 경찰과 바로 통화할 수 있다.
등산로에서 만난 박정일 씨(57) 부부는 “살인사건 이후 많이 불안했는데, 그래도 경찰이 보이니 조금은 마음이 놓인다”고 했다. 문정동에서 만난 주민 방병덕 씨(65)도 “폐쇄회로(CC)TV가 없는 곳까지 순찰해주니 범죄 예방에 도움이 될 것 같다”며 “계속 순찰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반면 도보 순찰만으로 불특정 다수를 겨냥한 범죄를 막을 수 있겠냐는 반응도 나왔다. 현재 도보 순찰은 우범지역 거점에 순찰차를 주차한 뒤 차량 주변을 걸어서 순찰하는 식으로 이뤄진다. 순찰차에서 멀리 떨어지면 위급 상황 시 신속 출동이 어렵기 때문이다. 금천구 주민 송모 씨(43·여)는 “가뜩이나 부족한 경찰 인력을 낭비하는 조치란 생각도 든다”며 “CCTV나 첨단 장비를 대폭 늘리는 게 범죄 예방에 더 효율적일 것 같다”고 말했다.
● “112 출동 늦으면 어쩌나”
경찰 내부에선 도보 순찰을 두고 “꼭 필요한 조치”란 의견과 “인력 충원부터 해야 한다”는 의견이 맞선다. 특히 112 신고가 많은 지구대 경찰들의 불만이 크다고 한다.
112 출동 건수가 많은 서울 관악경찰서의 한 지구대 관계자는 “사건이 많은 지구대는 순찰차가 신고를 받고 초단위로 움직이는데, 도보 순찰을 하면 아무래도 112 출동이 늦어질 수밖에 없다”며 “늑장 출동으로 문제가 생기면 책임도 우리 몫”이라고 하소연했다.
실제로 서울경찰청이 국민의힘 전봉민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8월 1~23일 가장 위급한 단계로 즉시 출동해야 하는 ‘코드제로’ 112 신고는 3014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649건)의 1.8배로 급증했다. 두 번째로 위급한 단계인 ‘코드원’ 신고도 같은 기간 4만4710건에서 5만5165건으로 늘었다.
경찰청은 내근 인력을 줄이고 현장 인력을 늘리는 내용 등을 담은 조직 개편안을 이르면 18일 발표할 예정이다. 다만 늘어난 인력을 지구대나 파출소에 직접 배치하지 않고 시도경찰청이나 경찰서에 별도 조직을 만들어 배치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전 의원은 “일선 경찰 인력을 충분히 지원하면서도 급증한 치안 업무를 효율화할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원영 기자, 손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