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2주간 전세계 테니스인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24년 윔블던테니스 대회는 남자는 스페인의 알카라스가
여자는 체코의 바르보라 크레이치코바의 우승으로 막을 내렸다.
남자 우승은 내가 바라던 대로 이뤄지고 여자는 이탈리아의 쟈스민 파올리니의 우승을 많이 염원했건만
지난 프랑스오픈 때와 마찬가지로 준우승에 머무르고 말았다.
단신임에도 늘 당당하게 코트를 누비고 주눅들지 않던 그녀는 결승전에서 첫세트를 6대2로 져서 에구 체격의 한계는
어쩔수 없나보다 하고 체념했는데 이런 2세트에선 2대6으로 판세를 확 뒤집어 놓는 것 아닌가?
어라 이것보게? 잘하면 이번엔 일 한번 낼 모양이네 기대 만빵이었는데 아뿔사 3대3 일촉즉발 상황에서 막판에
더블 폴트를 저지르는 대실수를 하더니 결국은 3세트는 6대4로 근소하게 우승을 놓치고 말았다.
이전 프랑스오픈때 결승전 끝나고 우승한 시비옹테크와 코트를 걸어나오며 그녀가 위로하는 표정이 더 걱정스러워
보였고 정작 파올리니는 아무일 아니라는 듯 당당하게 응대하더니만 이번에 호각세의 게임이라 그랬나 늘 명랑쾌활하던
그녀의 풀죽은 표정이 안쓰럽기만 했다.
그 와중에도 왕년의 미국 성격파 남자배우 리처드 위드마크를 닮은 그녀의 코치는 이기던 지던 별 표정도 없고 싸인이나
어필도 하질 않아 아니 저이는 저 자리에 왜 나와 앉아있나 의아스러울 정도였다.
모처럼 파올리니가 메이저대회를 두번이나 연달아 출전하는 바람에 전세계에 어지간히 얼굴을 알린 셈인데 담번에도
그리 침착함으로 일관하시려나? 그만의 컨셉인가?
암튼 오는 가을 유에스오픈에서도 파올리니의 활약을 기대해 본다.
이번에 새삼 느낀거지만 남자 테니스 탑 랭커중 러시아의 다닐 메드베데프만큼 너무 조용하고 차분하고 나름 일관성있는
선수도 드문 것 같다. 실력도 꾸준하고 어지간하면 열도 별로 안받고 게다가 코치는 그 큰 눈을 꿈뻑거리기만 하고
메드메데프의 어린 부인도 열심히 나와서 지켜는 보더만 조용하고 차분하기는 한 수 위다.
유에스오픈 1승 이후 메이저대회 단골 준우승자가 되려나 좀 안타까와 보인다. 코치가 좀 열정을 보여야 하나?
암튼 그도 이번 유에스오픈때엔 발군의 실력을 보여주길 바랄 뿐이다.
그나 저나 알카라즈와 메드베데프 준결승 경기에서 제일 인상깊었던 장면은 게임에서 나온게 아니었다.
알카라즈가 첫세트를 타이브레이크 끝에 내주고 좀 불안한 시작이었는데 이내 세 세트를 말끔하게 이기고 나서 예의
그 포효하는 장면에 이어 나란히 앉아 있던 그의 부모님이 그만 정이 넘치는 포옹장면을 보여주는 것 아닌가? 포옹전에
알카라즈의 아부지는 미소띈 뽀뽀도 잊지 않으시고!!! 그의 엄마만 미인인줄 알았더니 아부지도 대략 훈남이시네....
그 장면을 잡아낸 카메라맨의 번뜩이는 재치가 놀라울 뿐이고 그 장면을 본 많은 사람들의 부러움을 샀을 듯 하다.
사실 다른 선수들의 부모님들은 대체로 아버지만 근엄하게 나와 앉아있거나 어쩌다 어머니가 나오더라도 뚝 떨어져
앉아있는 걸 보아왔는데 이번 알카라즈의 부모님의 글로벌한 포옹 장면은 알카라즈 가문의 영광으로 남을 듯 하다.
결국 조코비치와 알카라즈의 대결로 결승전이 열렸는데 많은 이들이 이번에 조코비치는 그동안 대결해 온 상대 선수들의
레벨이 비교적 낮고 호주의 드미노 선수는 아예 기권승을 헌납하질 않나 준결숭 상대인 로렌초 무세티는 누가 이탈리아노
아니랄까봐 곱상한 얼굴에 게임 스타일마저 여리여리하니 알카라즈처럼 불타는 투지나 열정이 보이질 않아서 조코비치는
복도 많지 이번엔 정말 25번째 메이저대회 우승을 챙기려나 싶었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세월앞엔 장사없다고 오른쪽 무릎에 압박붕대를 두르고 나온 조코비치는 1세트부터
밀린다 싶더니 결국 펄펄 날아다닌 알카라즈에게 3대 0으로 셧아웃당하고 말았다.
네트플레이로 승점을 올리고 싶은 조코비치를 약올리듯 알카라즈가 정확하게 베이스라인 끄트머리로 날리는 샷을
조코비치가 황망하게 고개 돌려 그저 바라만 보고 있질 않나 그 놈의 볼은 허구 헌날 네트에 걸려 넘어가 보질 못하니
어찌 보면 작년 윔블던 결승전 때와는 달라도 너무 다른 경기 내용이라 좀 싱거운 면도 없질 않았다.
워낙 출중한 알카라즈의 기량으로 이뤄낸 승리라 조코비치도 깨끗하게 자신의 패배를 인정하고 또 그의 부인도
담담하니 미소띤 표정으로 앉아있는 것이 좋게 보였다.
앞으로도 계속 알카라즈의 발전하는 기량에 본인의 절제된 생활,코치와의 완벽한 조화,부모님을 비롯 가족들이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일관하고 게다가 부상만 없다면 당분간 그의 시대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늘 밝은 표정의 그를 보고 있으면
긍정에너지의 황태자가 따로 없는 듯 하다.
영건들중 도미니크 팀은 유에스오픈 우승 이후 아주 맥을 못추더니 최근엔 은퇴 얘기도 들리고 야닉 시너도 호주 오픈
우승이후 주춤하고 있는 걸 보면 알카라즈는 그 방면의 많은 레전드및 전문가들이 엄지척 하게 하는 빛나는 그 무엇이 있다.
요즘 2024 파리 올림픽의 테니스 경기 준결승까지 안착한 조코비치와 알카라즈가 결승전에 맞붙어 설욕전이 될지
아니면 연승 행진을 이룰지 궁금한데 어느 쪽이 이긴대도 테니스계의 새로운 금자탑이 되는건 확실하다 하겠다.
먼나라 프랑스의 테니스에 대한 애정과 열기가 동방의 코리아 예까지 느껴지고 어여 결승전이 열리길 고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