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여섯 번째 졸업 잔치를 축하합니다.
기쁜 날입니다. 그날이 드디어 왔어요. 우리 11명의 어린이들이 졸업을 합니다. 무엇보다도 먼저 우리 16기 졸업생이 되는 우리 맑은샘 어린이들과 졸업하는 학부모님들에게 축하를 보냅니다.
졸업 축하합니다.
20년차인 맑은샘학교 졸업생이 지난해까지 66명이었는데 오늘 그 수를 크게 늘이네요. 20년째 작은 교육공동체학교에서는 정말 뜻깊은 역사랍니다. 재학생 수보다 졸업생 수가 많은 세월이 바로 맑은샘의 역사이고 한국 대안교육의 역사이죠. 1월부터 줄곧 교사들이 글모음 연수를 하며 어린이들이 쓴 글을 읽고 또 읽고 있는데요. 우리 어린이들과 6학년 졸업생들이 쓴 글을 읽으며 정말 미안하고 고맙기만 했어요. 우리 학교가 참 행복한 교육공동체학교라지만 아 이렇게 힘든 때를 겪어냈구나, 사춘기 감정의 기복을 이렇게 넘어섰구나, 이 마음을 더 알아줬어야 하는데, 우리 학부모님들 정말 애쓰셨구나, 싶어서 가슴이 울렁거리고 그랬습니다. 교사라는 일이 그렇다지만 이 자리를 빌려 다시 고백합니다.
정말 많이 미안하고 고맙습니다. 또 너그러이 용서를 구합니다.
우리 16기 졸업생들은 가장 많은 수가 졸업하는 첫 학년입니다. 맑은샘학교 역사에서 한 학년 12명 정원이 가득 찬 적이 두 번인데, 3년 전에 졸업한 13기과 오늘 16기 학년입니다. 그런데 형님들이 졸업할 때는 아홉 명으로 졸업했으니, 우리 학교 역사에서 11명이 졸업하는 것은 아주 특별한 처음이죠. 사실 우리가 가는 길은 아무도 경험하지 못한 대안교육의 길이기에 뜻깊고 특별함이 아주 일상이기도 해요. 물론 가장 많은 수가 졸업하니 가장 많은 학부모님들도 졸업을 하게 됩니다. 무척 기쁘고 반갑고 축하하지만 헤어짐이 있으니 마음이 많이 그렇답니다.
저는 해가 갈수록 우리 어린이들이 졸업할 때마다 가는 세월을 잡고 싶은 마음과 좋고 기뻐서 춤추고 싶은 마음의 뒤섞임이 커 감을 느낍니다. 노화와 호르몬 탓도 있겠지만 16기 졸업생을 맞는 감격과 감동, 차곡차곡 쌓여가는 미안함과 고마움 때문이기도 합니다.
함께 해서 행복했고 영광이었습니다.
졸업할 때마다 우리 졸업생들에게 <졸업은 창업>이라는 이오덕 선생님 말씀을 꺼내고, 어느 곳에서든 언제나 건강이 가장 중요하고, 과거가 생각나지 않도록 현재 행복하게 살기를 바란다는 말을 해왔어요. 그리고 어쩌다 한 번 하늘을 올려다보고 산과 바다를 바라볼 때 맑은샘이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아 꺼내면 좋겠다고요. 우리 16기 졸업생 여러분! 선생님 마음이 그래요. 선생님은 지금도 날마다 생선회를 먹고, 라면과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걸었던 5학년 때 자람여행이 떠올라요. 앞으로 맑은샘학교에서 지낸 6년의 삶은 아주 먼 과거가 되어가겠지만 6년 동안 배운 자연과 감성, 버릇은 자기도 모르게 남아있음을 느낄 때가 있을 거예요. 그때 생각나면 언제든 전화해도 되고 학교에 놀러 와도 좋아요. 학교가 그때까지 있을까 싶죠 하하. 문 닫을까봐 학교 재정을 특히 더 걱정하는 우리 16기 여러분들이라. 걱정하지 마세요. 여러분의 부모님들이 선택하고 보낸 행복한 학교는 철학이 살아있는 한 만날 수 있을 겁니다. 맑은샘학교의 철학은 학교 건물에 있지는 않아요. 여러분이 바로 학교 철학이고, 맑은샘 사람들이 학교 철학이죠.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키워가는 교육 속에서 함께 자란 우리들이 맑은샘학교 철학이자 역사, 앞날입니다. 한 가지만 더 말씀드리면, 우리 16기 졸업생들은 당연히 알고 있지만 맑은샘학교를 가꾸어 오신 여러분의 부모님들에게 정말 고마워했으면 좋겠습니다. 세상에 이런 부모님들은 드물어요.
우리 16기 학부모님들 졸업 축하드립니다.
아 정말 그날이 왔네요. 가장 많은 분들이 맑은샘학교를 졸업하니 학교가 한동안 휑할 듯 싶어요. 물론 우리 맑은샘교육공동체는 그럴 틈이 없고 바람 잘 날이 없으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 겁니다 하하. 그제 학교 1층 마루에 새 에어컨이 오고 어제는 노트북 두 개가 왔어요. 가시는 날까지 학교 시설 돌보시고, 큰돈을 들여 살림을 장만해주시고 가시는 그 큰마음을 어찌 헤아릴 수 있을까요. 졸업하기 전에 하나라도 더 학교에 더 해주고 더 일을 맡아 하시던 그 열정과 정성 덕분에 지금의 맑은샘이 있음을 잘 알고 있습니다. 교육공동체살이 과정에서 애쓰시며 받았을 마음의 부대낌을 생각하면 참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요. 정말 많이 미안하고 고맙습니다.
한 분 한 분 떠올릴 때마다 떠오르는 장면과 추억이 있어서 자꾸 눈시울을 붉힙니다. 그래도 아이 기준으로 12년을 함께 살고 있는 한비네, 9년 민주네, 6년 세화네, 세 집이 재학생 부모이시니 다행입니다. 저도 졸업생 부모 처지로 이번에 완전하게 졸업하는 여덟 집 마음이 어떠실지 가늠하기는 하지만 지금 졸업하는 이 순간의 마음은 헤아리기 어렵네요. 태훈네, 현준네, 한울네, 윤슬네 그리고 하윤네, 그리고 영아네, 정우네, 선율네, 6년, 8년, 9년 동안 맑은샘교육공동체를 가꾸어 오신 그 사랑과 헌신 잘 알고 있습니다. 무슨 말이 더 필요하겠습니까. 정말 함께 해서 영광이었습니다. 더 하고 싶은 말이 많은데 눈물이 자꾸 나서 멈춰야겠네요. 이제 졸업생부모회에서 뵐 게요.
졸업잔치를 채비하며 졸업하는 6학년과 재학생 동생들이 정말 애를 많이 썼습니다. 편지를 정말 많이 썼어요. 아이들과 함께 졸업 잔치 채비하며 글모음과 교육밑그림까지 챙겨가는 우리 선생님들 정말 애쓰셨습니다. 2부 음식 채비와 졸업하는 식구들 떠나보낼 마음 추스른 재학생 식구들 정말 고맙습니다. 멀리서 응원해주신 졸업생 부모님들 모두 고맙습니다.
다 함께 맑은샘교육공동체의 새로운 역사를 써내려가는 열여섯 번째 졸업 잔치를 축하합시다.
고맙습니다.
2024년 2월 17일
경기도교육청 등록대안교육기관 맑은샘학교
교장 전정일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