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영아.....
아빠는 지금 쾰른에 와있다.
독일이란 낮선 땅의 심장부를 유유하게 흐르는
라인강....그 궤적의 마지막 물의 정거장이 바로 쾰른이지.
고대 로마가 이곳을 식민지의 중심지로서 삼았다고 해서 아직도
이곳은 Colognie라 불리기도 한단다.
그래서 그런지 아빠가 만나러가는 업체도
이곳에 위치해 있다. 세계적인 오디오 업체란다.
프랑크 푸르트에서 고속열차로 2시간을 달려
중앙역에 내리자 마자.....어마어마한 규모의 건축물이 내 눈앞에 펼쳐진다.
1248년에 착공해서 1880년에 완성한 이 건축물을 보면서
무한한 상상력에 빠져본다. 어찌보면 괴물같은 형상의 대성당.
적어도 그 내부에서 느끼는 장엄함과 신의 대리성과는 달리
그 오랜 세월동안 이 거대한 기억의 자리를 만들어 내느라
얼마나 많은 민초들이 고초를 겪었을까를 생각해 보았다.
고딕양식의 꽃.....쾰른 대성당은 그런 의미에서 하늘을 향해 두팔을 뻗는
인간의 의지를 강하게 보여준다.
종교와 권력이 함께 메어있는곳.......
신은 분명히 우리들이 이 세상에서 풀면 하늘에서도 풀린다고 하지 않았던가
하지만 이 거대한 권력의 꿈이 이루어낸
욕망 아래서 쾰른이 가졌던 과거의 시제들을 다시 생각해 본다.
아빠는 이곳에서 택시로 멀지 않은 세계적인 오디오 업체와의
미팅을 앞두고 있었다. 원체 규모가 큰 회사라서 긴장도 되고
오랜만에 프레젠테이션도 해야 해서 정장차림을 했다.
쾰른 대성당이 있는 광장은 많은 거리의 공연과
악사들의 연주....햇살이 수직의 형태로 쏟아지는, 아직은 초록빛을
간직한 여름의 시간을 뒤로하며, 다가오는 초가을의 시간성을 빛내고 있었다.
성당안의 인테리어는 유고의 역사와 시간이 응고된
결정체였다. 이건 마치 우리가 예전 입속에 털어놓곤 했던
한웅큼의 추억의 환약과는 성질이 다른 것이다.
신의 시선과 질서아래 모든것이 통제되고 성찰되던 시대의
징후들이 이 건물 곧곧에 오롯하세 베어있다.
아름다운 스테인드 글래스와
성당 한쪽을 장식하고 있는 고풍스런 파이프 오르간
신의 시선아래 모든것이 안정된 구도로 욕망을 충족하던 시절의
건물들이 요즘들어 더욱 눈에 들어오는 것은
무슨 이유일까?
비즈니스 미팅과 계약을 마치고
나오는 길에 책임 매니저와 한컷......키차이가 많이 나더구나
미팅후에 초가을 햇살과 미풍이 시원하게 쏟아지는
어느 시골전원풍의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 오후의 여정을 위해
힘을 내기 위한 멋진 식사를 했다.
지금 아빠의 모습이 보이는 곳은 바로
쾰른의 3대 박물관 중의 하나의 발라프 리하르츠 미술관이다.
발라프 리하르츠 미술관은 1824년 대성당 참사회원이었던 페르디난드 발라프가 쾰른시에
유증한 미술품을 토대로 세워진 곳이다.
이곳에서는 독일의 중세회화를 비롯하여 15세기에서 19세기에 이르는 많은
대표작들을 소장하고 있는 독일에서도 꽤 알아주는 미술관이란다.
아빠가 갔던 날은 특별전이 열리고 있던 날이었다.
제목은 "예수의 얼굴전'이었다. 이곳은 다양한 소묘와 스케치 작품들을
다른 외실에서 소장하고 있는 리하르츠 미술관이
중세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재현되었던 예수의 모습을
다양한 형식으로 새롭게 보여주는
아주 멋진 전시였다.
중세의 그림들이 이야기의 형식을 빌어 위치되어 있는 방의 모습이란다.
중세의 그림들은 한편의 단일한 그림으로 끝맺는 것이 거의 없지
그것들은 마치 한편의 이야기를 듣듯이 4개 혹은 그 이상의 목판에
테마를 그려냈다고 해.
루벤스의 그림은 언제 보아도 거장의 면모가 느껴진다.
힘과 붉은 색조의 기운이 함께 이미 교만을 통해
낮은 곳으로 추락하고 있는 우리들을 보게 해준다.
다음은 중세 쾰른 미술을 대표하는 거장 스테판 로흐너의 작품을 소개해본다
이 작품의 이름은 '장미 넝쿨 아래의 성모'이다. 성모가 옥좌를 마다하고
초록및 가득한 풀밭에 앉아있는 모습을 그렸지.
비평가들은 이것이 성모 마리아의 겸손한 미덕을 그린
작품이라고 흔히 소개하곤 한다. 아기 예수의 손에 놓여진 사과는 선악과를
상기시키고 예수를 통해 이 세상이 구원될 것임을 선포하는 그림이다.
중세의 힘이 몰락하고
인간 중심의 새로운 시선들이 신의 시선을 교체하던 르네상스 시대
역으로 스페판 로흐너의 그림들은 인기를 끌었고 많은 동종의 작품들을
양산해 내게 되었지.
물론 뭐니뭐니 해도 항상 인상주의의 그림을 보는 일은 행복한 일이다.
에드와르 마네의 '알프레드 시슬리 부부'란 작품이란다.
아빠는 개인적으로 이 작품을 참 좋아하는데 이곳에서
보게 되어서 기뻤단다. 왜냐면 이 그림은 사진을 공부한 사람이라면
초기에 배우게 되는 포커스 아웃과 같은 흐릿한 배경을 만들어 낸 그림이기
때문이기도 하고 이를 통해 전면에 배치된 모델들의 이미지가
더욱 명확해져가기 때문이기도 하다.
위의 작품은 에드와르 뭉크의 '다리위의 네 소녀'이다.
항상 그의 그림속에서 느껴지는 짙은 분리와 상실의 감성들이
여전히 강하게 드러나있다. 그들에게
다리 아래로 흐르는 라인강은 짙은 상처의 강이자
자신의 외로움을 담아내는 그릇처럼 보인다......
내일은 리하르츠 미술관과 하나였다가
독립한 쾰른 최고, 아니 독일 최고의 현대 미술관인
루드비히 미술관의 소장품과 그 풍경에 대해서 이야기 해 볼께
2 주가 넘는 긴 시간동안 함께 하지 못해서 미안하구나
사랑하는 내 딸이 아빠의 미안한 사과를
받아주기를 기원하면서....
첫댓글 덕분에 즐거운 감상이었습니다. 쾰른 대성당.. 언젠가는 그 곳에서 2차 대전으로 붕괴되고 파괴된 도시 전역과 쾰른시가지.. & 그 후 예전의 모습으로 복구되고 재건 된 도시 모습과 사람들을 담은 사진전이 열렸더랬는데.. 황폐한 도시 가운데 이 성당만이 파괴되지 않고 우뚝 솟아 있던 흑백사진이 기억에 남더군요.
다빈치 코드 영향때문인지 '장미' 덩쿨 성모의 그림에서 배경 격자틀 무늬를 막달라 마리아 M 코드로 보게 되네요.. ^^ 올려주신 마네 & 뭉크의 그림들이 특히 인상적입니다. 잘 봤어요~*// 일정 마치고 돌아오셨는지.. 가을로 들어선 9월 행복하시구요~* (참, 늘 여행길에서 님 사진 멋지게 찍어주는 분들도-* )
좋은 게시물이네요. 스크랩 해갈게요~^^
역시 뭉크가 좋아요~
하늘을 날고 싶었던 이카루스의 욕망일까, 신에게 다가서고 싶은 열정이었을까, 곧게 천상을 향해 뻗은 고딕양식의 교회를 보면 궁금해집니다.
잘봤습니다~^^
킐른대성당..정말 멋있죠..전 제대로 카메라에 담지도 못했는데 잘 찍어놨네요^^ 제가 갔을때도 공사중이라 아쉬웠는데 ...건겅한 맘이 저절로 생기는 곳이었어요.
좋은 게시물이네요. 스크랩 해갈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