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구석구석에서 짙은 영기가 느껴지는군..악령의 기운이 아니고..이건 아주 사악한 기운...응?'
박신부는 의아했다
자신은 분명히 엑소시즘을 할려고 이 집에 왔는데 악한 기운이 여러곳에서 뿜어져 나오는 것을 느끼고 있었기 때문이다.
'악령은 하나가 아닌가?근데 이건 영이라 기보단....사람의 기운같군'
2층 복도 끝 방을 다가갈수록 영기는 더 짙어졌다
너무나 사악한 기운때문에 박신부는 몸서리가 절로 쳐졌다.
'뭔진 몰라도 정말 지독하군...'
긴 사제복을 끌면서 점점 현암의 방이 있는곳에 발걸음을 옮겼다.
몇개의 방을 열어보다가 거의 끝쪽에 있는 방에 섰는데
방문이 참 특이했다.
칼이 엇갈려 있는 모양을 수놓은 커튼이 가려져 있었다
그 방문에서 묘한 영기가 느껴졌다.
'이건...낯익은 기운인데..아!혹시!'
박신부는 방문을 확 열어 제꼈다.
"아니....!!!!"
그곳에는 현암이 쓰러져있었다
박신부가 현암의 머리는 살짝 들어올렸다.
"으음..."
현암은 살짝 눈을 떴다.박신부가 자기를 내려다 보고있었다
"현암.이게 어떻게 된것인가!"
현암은 대답대신 주위를 둘러보더니 방쪽으로 가서 금발의 머리카락하나를 주웠다
'이..이건!'
현암은 머리가 복잡해졌다.
캐리가 아까 이방에 들어와서 펼쳤던 은신술은 그때 현암과 싸우던 놈의 술수중 하나였고 의아하게 생각하고 있을 무렵 뒤에서 둔탁한 충격이 머리로 전해져 와 잠시 정신을 잃고 쓰러져있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캐리는 항상 현암의 방 뒤쪽으로 나갔었고 앞문으로는 나가지 않았었다
근데 지금 그 앞문에는 캐리의 머리카락이 떨어져있었것이다.
한참 생각을 하고 있는 도중에 박신부가 무거운 말투로 현암을 불렀다
"현암군..지금 이집에서 강력한 영기가 느껴지네.자네가 무슨일을 당했는지는 모르겠네만.이 사악한 기운을 알면 승희와 이 집에 일어났던 모든일을 알수 있을듯싶네."
그러고 보니 아래쪽으로부터 섬뜻한 기운이 한쪽으로 몰려가고 있는 느낌을 받았고 박신부는 만약의 사태를 대비하여 오로라막을 형성해갔다.
"신부님.저를 도와주실수 있으시겠습니까?
"허허..이 심각한 상황에 그런 유머러스한 말을 하다니..당연하지 않나.죄없는 여러사람이 악한기운에 의해 피해를 받고 있는데"
박신부는 예의 인자한 미소를 현암에게 보여주고는 사제복을 위로 살짝 올렸다.
"자~어서 가세.오늘에야 이 모든일이 종결될수 있을듯하네"
현암은 박신부 말에 동감했다.현암이 이 집에서 사는 동안 일어났던모든일의 진상을 오늘에야 풀수있을것같다는 예감이 들었다.
'오늘 내가 죽는한이 있더라도 현아와 승희는 지켜내겠다...'
현암은 주먹을 꼭 쥐고 영기가 몰려드는 아래층으로 갔다.
영기는 아래로 내려갈수록 더더욱 짙어졌다.
지하2층 마지막 계단을 내려가고 있을때였다.갑자기 검은 장막이 펼쳐지면서 지하전체를 온통 까맣게 만들었다.
"현암!조심하게" 박신부가 다급한듯 소리쳤다.
현암은 태극패를 꼭 쥐고 공력을 돌리면서 점점 깊숙한 곳으로 들어갔다.
들어갈수록 영기가 짙어져 현암과 박신부는 몸서리를 쳐야만 했다.
"지독하군요..이 정도의 힘이라면.."
박신부도 기운을 느낀듯 몸을 움츠렸다.
하지만 지하가 너무 컴컴해 두사람다 갈피를 못잡고 허우적거리고 있었다
태극패는 기운을 아껴야 했기때문에 함부로 빛을 내비출수도 없었다.
박신부가 기도를 하면서 조용히 오로라막을 펼쳐냈다.
그때 지하 복도 끝 쪽에서 음산한 목소리가 들렸다.
'어서오시게..하하..'
밖으로 전파되어 나는 목소리가 아니라 이건 전음술이였다.
현암과 박신부는 만만의 태세를 갖추며 영이 있다고 생각되는 곳을 향해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방문쪽으로 서자 갑자기 방문이 덜컥 열리면서 찬바람이 물아쳤다.여기는 지하라 바람이 뚫고 들어올수가 없었다.이건 필히 주술의 일종이였다.
찬바람이 한번 불자 현암과 박신부의 몸이 딱딱하게 굳으면서 자리에서 움직일수가 없었다.
"으윽..이런!"
"조금만 견뎌보게.내가 어떻게든 해볼테니"
박신부의 오로라막은 결계뿐아니라 보호막이 되어주었다.하지만 오로라도 어디까지나 사람의 몸에서 분출되는것이기 때문에 어느정도 체온감지가 되었다.
박신부가 오로라막을 부풀려 현암 몸을 에워싸자 서서히 몸이 플리기 시작했다..불과 2분안의 일이였다.
"신부님.만만치 않은것같습니다."
'하하.그걸 이제 알았나?너희들은 내상대가 되지못해!'
전음술로 또 목소리가 들리자 현암은 약간 오싹한 느낌을 받았다.
현암과 박신부는 방 안쪽으로 들어섰다.방안에는 퀴퀴하고 기분 나쁜 냄새가 났다.
비밀통로로 이어진 침대옆에 누군가가 앉아있었다.하지만 여전히 어두운 상태였기때문에 여자인지 남지인지 형태를 구분하는것 조차 어려웠다.
현암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넌 대체 우리집에 무슨 원한이 있길래 이런 극악무도한 짓을 벌이는거냐!"
"이집의 악한 기운은 예수그리스도의 이름으로 모두 물러갈지어다!"
희미하게나마 형태가 몸을 흠칫 떠는게 보였다.박신부의 기도로 인해 영향을 받은것같았다.
그때 갑자기 형태가 일어나면서 팔부분을 바람소리가 들리게 휘저었다
팔을 휘저은 부분에서 눅눅하고 기분나쁜 공기가 현암과 박신부 주위에 몰려들었다.
아직까지 직접 영향을 받은건 아니지만 그래도 사악한 주술임에는 틀림없었다.
현암이 공력을 모아 태극패에 집중을 했다.박신부도 은십자가에 기도력을 모으더니 곧이어 십자가에 불이 붙었다.
"박신부님!그 십자가를 태극패에 비춰보십시요!어서요!"
박신부는 머뭇머뭇하다가 십자가를 태극패에 비췄다.
현암이 태극패를 형체에게 비추자 날카로운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다.
'이상하군...이렇게 간단하게 쓰러지다니..'
방심하고 있는 사이에 현암과 박신부를 옆으로 슬쩍 비껴 나가는 물체가 보였다.아마도 악의 본원인듯 했다.
"앗!놓쳤어요!어서 잡아야"
"아니네.우선 불좀 켜보게"
현암이 그제서야 정신을 차리고 벽을 더듬어 스위치를 켰다.불이 켜지자 현암과 박신부는 한참동안 눈을 뜨지 못했다.
하지만 눈이 떠지고 나서 눈앞에 벌이진 광경은.........
현암의 마지막 일격을 받고 쓰러져 있는 형체는 바로 다름 아닌 캐리였던 것이다.
"캐.....캐리!!!!!!!!!"
현암이 다급하게 캐리쪽으로 가서 캐리를 일으켰다.
일으켜 세우자 캐리는 내상을 입었는지 선혈을 한움큼 토했다.
"아..아니 캐리 이게 어...어떻게..."
"후훗..주인님...놀라셨죠.."
"니가 왜...어째서..."
"전...전..주인님을..흑.."
캐리가 말을 하다 말고 눈물을 흘렸다.뒤에서 그 광경을 보고 있던 박신부는 혀를 찼다.
'저 아가씨가 현암군을 마음속깊이 두고 있었던 모양이로군..'
캐리는 현암품에 안겨 눈물을 흘리며 지금동안 있었던 일을 전부 토해냈다.
"전...이집에 처음왔을때부터 주인님을 마음속에 두고 있었지요....후훗....주인님은 그런 저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으셨지요....저는 날로 주인님의 대한 마음이 커져만 갔지요..하지만 어느날 승희라는 아가씨가 이집에 온후부터 저는...윽"
캐리는 내상이 심했던지 말을 하다가 움찔거렸다.
현암은 무표정한 얼굴로 캐리를 내려보고만 있었다.
"후후...주인님은 승희아가씨가 온 이후로 부터 저에게 그런 시선을 보내셨죠..전 그 눈길을 참을수가 없었지요..주인님은 언제나 승희아가씨를 바라보면서 미소를 띄우셨어요..물론 승희아가씨는 보이지 않았겠지만요...그래서 저는 어리석게도 승희아가씨를 죽이기 현아아가씨에 봉인되어 있던 악마를 불러내어 영혼계약을 맺었죠,,그래서..저는 승희아가씨를 죽이려고..."
"그만!그만해!!"
"아니.들으세요..어차피 곧 잊게 될 추억일테니까요..하지만..이제 너무나 늦은 후회가 되버렸군요,,하지만 너무 실망은 마세요..제가 승희아가씨를 되돌릴수 있는 방법을 아니까요.."
"그것이..무엇이지?"
"그것은...동방에 있는 대도인을 만나서 동방명인을 데리고 오는것입니다.."
현암은 옛날에 꿈속에 나타났던 노인을 생각해 냈다.
'그럼 그분이 대도인이란 말인가?'
그때 갑자기 박신부가 고함을 쳤다
"안돼!!!!!!!!!!!!"
현암이 생각을 접고 박신부의 시선을 따라갔다.그 시선이 머무른곳은 바로 캐리였다.
캐리는 대도인을 만난다면 문제를 해결할수 있다고 마지막말을 남기고는 혀를 깨물어 자살했던 것이다..
"캐...캐리...너..이렇게 죽으면..안돼...흑.."
아무이 승희를 죽이려고는 했다지만 옛날부터 현암이 무슨일이 있으면 제일 먼저 걱정해주고 옆에서 직접적으로 도움을 준것이 캐리였다.하지만 현암은 캐리가 자신을 마음속에 두고 있었다는 사실을 몰랐다.그리고 그 사실을 잊고 있었다.캐리가 영능력자란 사실을..
'아...그때 난 왜 깨닫지 못했을까...'
현암의 눈물이 캐리의 선혈과 섞여 헝클어진 금발에 떨어졌다.
박신부는 뒤에서 조용히 성호를 그었다.
"이보게..현암군..그 여자는 죽어서도 영생을 누리지 못할것이네..악마에게 하수인이 되어버렸네..."
현암은 아무알 없이 캐리를 바라보며 눈물을 흘리다가 번쩍 일어서서 캐리를 안고 박신부에게 돌아섰다.현암의 눈이 타올랐다.
"박신부님...저는 그 악마를 용서할수없습니다.제가 죽는한이 있어도 그 악마를 죽이고야 말겠습니다"
"현암군,그것은 잘못된 생각이네..악을 악으로 물리치려 한다면 절대 이길수가 없는것이네..악은 선으로서 대항해야만 물리칠수 있을것이네..아까 그 아가씨가 대도인을 만나라고 하지 않았나.동방에 도인이라면 중국과 한국 두 나라중에 한나라일텐데..내 생각에는 아무래도 한국이지 않을가 싶네..어서 한국에 가도록 하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