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해도 빚에 허덕… 학자금 체납률 10년만에 최고
취업난에 고금리 겹치며 빚 못갚아
체납액 552억… 4년전의 2.7배
20대 신용대출연체율 1년새 2배로
“저신용 청년에 정책자금 지원을”
직장인 A 씨(28)는 대학 재학 중 한국장학재단에서 등록금과 생활비로 약 4000만 원을 대출받았다. 그는 졸업 후 2년 만에 중소기업에 입사해 학자금 대출상환 의무를 지게 됐다. 하지만 월급이 기대보다 적은 데다 전셋값 등 생활비 부담이 커 학자금을 6개월 넘게 갚지 못했다. 결국 A 씨는 취업에 성공하고도 개인 신용등급이 큰 폭으로 떨어졌다.
지난해 학자금 대출 체납률이 15%를 넘어 10년 만에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 신용대출 연체율은 전 연령대 중 20대의 상승률이 가장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경기 둔화에 따른 취업난에 고금리가 겹쳐 청년층의 빚 부담이 위험 수준에 달했다는 우려가 나온다.
17일 더불어민주당 양경숙 의원이 국세청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학자금 체납액은 552억 원으로 2018년(206억 원)의 2.7배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체납 인원도 2018년 1만7145명에서 지난해 4만4216명으로 2.6배 늘었다. 학자금 대출을 받으면 원칙상 대출 시점부터 원금과 이자를 내야 한다. 하지만 연간소득이 상환 기준 소득을 넘을 때까지 원리금 상환을 유예할 수 있어 통상 취업 이후부터 학자금 대출을 갚는다.
학자금 체납률은 갈수록 증가세다. 2018년 9.3%였던 체납률은 2019년 12.3%, 2020년 13.8%, 2021년 14.4%, 지난해 15.5%로 계속 높아졌다. 특히 지난해 체납률은 2012년(17.8%) 이후 10년 만에 최고치다.
학자금 대출 규모가 늘면서 향후 체납률도 오를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상환 의무가 발생한 학자금 규모는 3569억 원으로 2018년(2129억 원) 대비 67.6% 늘었다. 학자금 대출을 연체하면 상환액의 3%가 연체금으로 부과되며, 연체금 부과 이후에도 납부하지 않으면 매달 1.2%의 연체 가산금이 붙는다. 이와 함께 개인 신용등급이 하락해 정상적인 금융 서비스 이용에 제약이 따른다.
학자금 대출뿐만 아니라 청년층의 은행 대출 연체율에도 빨간불이 들어왔다. 민주당 홍성국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19개 시중은행의 20대 신용대출 연체율은 올 6월 말 기준 1.4%로 1년 전(0.7%)의 2배로 뛰었다. 전체 연령대 중 증가 폭이 가장 컸다. 이 기간 전체 신용대출자는 691만2326명에서 688만6815명으로 줄었지만, 20대와 60대만 각각 8만1474명, 3만1147명 늘었다.
50만∼300만 원 정도의 소액 대출로 청년층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비상금대출 연체액도 계속 늘고 있다. 올 8월 말 기준 5대 시중은행(KB국민, 신한, 우리, 하나, NH농협)의 비상금대출 연체액은 47억9200만 원으로 지난해 말(23억8800만 원) 이후 9개월 만에 약 두 배로 불었다.
청년층의 빚 부담이 늘어난 것은 경기 둔화에 따른 일자리 부족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통계청이 발표한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청년(15∼29세) 취업자 수는 1년 전보다 10만3000명 줄어 10개월째 감소세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다중채무자 및 저신용 청년들이 불법 사금융 시장에 내몰리지 않게 정책 자금을 지원하고 양질의 일자리를 늘려 청년들의 취업률을 높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김형민 기자, 강우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