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 스타 톰 크루즈가 2024 파리올림픽 대미를 장식할 것이란 것은 이미 알려진 상태였지만 어떤 방식으로 나타나 화려한 피날레를 장식할지가 관심사였다.
크루즈는 11일(현지시간) 폐회식이 열린 스타드 드 프랑스 지붕 위에서 로프를 타고 내려오는 영화 '미션 임파서블'의 한 장면과 같은 극적인 모습으로 등장했다. 래펠 방식으로 50m쯤 내려왔다. 그는 미국 가수 H.E.R.가 미국 국가 중 일부를 일렉트릭 기타 리프로 연주하는 동안 파리의 밤하늘을 내려왔다. 예의 가죽재킷을 걸친 채였다. 선수들은 할리우드 스타가 영화와 똑같은 장면을 연출하며 등장하자 열렬히 맞았다.
그는 2028년 올림픽 개최지인 로스앤젤레스의 캐런 베스 시장으로부터 올림픽기를 넘겨 받아 단상을 내려온 뒤 모터사이클 뒤에 꽂고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흑인 여성 시장이 차기 올림픽 개최지 대표로 올림픽 폐회식에 등장한 것은 사상 처음이다.
선수들은 모터사이클로 향하는 그와 손이라도 잡으려고 뻗었다.
그 뒤 미리 녹화된 영상에서 그는 개선문 등 파리 시내 명소들을 지나 공항으로 가 모터사이클을 탄 채로 화물칸 문을 통해 항공기 안에 들어갔다. 이어 스카이다이빙을 한 뒤 낙하산을 접고, 로스앤젤레스를 대표하는 할리우드 입간판으로 향했다. 입간판의 할리우드 글자 가운데 'OO' 위에 오륜을 만들고 오륜기 색깔대로 천을 덮는 모습을 꾸며냈다.
크루즈가 미국으로 향하는 내내 LA 출신 펑크록 밴드 레드 핫 칠리 페퍼스의 노래가 흘러나왔고, 실제로 이 밴드는 해변 공연을 통해 대표곡 '캔트 스톱'을 들려줬다. 빌리 아일리시와 래퍼 레전드 스눕 도그와 닥터 드레의 공연이 이어졌다.
크루즈는 스턴트맨에 의지하지 않고 손수 위험한 연기를 하는 것으로 이미 유명하다. 지난 10여년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 두 편을 촬영하며 두바이의 부르지 칼리파를 올랐고, 이륙 직후 비행기 밖에 대롱 매달리기도 했다.
폐회식 예술 감독 토머스 욜리는 영화의 한 장면 같은 모습을 많이 연출했다. 북한 등에서 많이 하던 카드 섹션 같은 것을 관중석에 연출하는 것이 색달랐다. 무용수들이 커다란 원 다섯 개를 굴려 무대 중앙으로 옮긴 다음 공중으로 들어올려 오륜을 구현하고 노란색 불이 들어오게 한 것도 인상적이었다.
프랑스 밴드 피닉스의 연주에 상당히 긴 시간을 할애했는데 장내 아나운서의 안내에 따라 선수들에게 무대에 올라와 어울리게 한 것도 색다르게 보였다.
영국 BBC는 크루즈의 출현은 아마도 파리가 비밀을 제대로 간수하지 못한 최악의 사례로 기억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며칠 동안 언론들에 좍 풍문이 돌았기 때문인데 심지어 크루즈는 이날 저녁 경기장 입구에서 팬들과 찍은 셀피 사진들로 비밀을 폭로하기에 여념이 없었다.
BBC는 올해 예순두 살인 크루즈가 대회 내내 밤마다 목격됐다고 전했다. 수영 계영에 출전한 미국 대표팀을 응원하고 체조 영웅 시몬 바일스의 메달 시상식마다 나타나 지켜봤다. 그는 당시 로이터 통신에 "놀랍다. 위대한 얘기들에 위대한 선수들이다. 그들이 해내는 일은 믿기 어렵다"고 찬사를 늘어놓았다.
욜리는 지난달 개회식도 연출해 각국 선수단을 보트에 태워 센 강을 따라 개회식장에 들어서게 했고, 난치병 진단을 받고 4년 가까이 무대에 서지 않았던 팝 디바 셀린 디옹을 에펠탑 위에 올라가 노래하게 하는 깜짝 이벤트로 화제를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