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슴츠레 눈을 뜨고 양치질을 하는데 오른쪽 갈비뼈 아래가 뻐근하며
몸이 좀 불편한 듯했지만, 참을 만해서 출근준비를 서둘렀습니다.
오늘은 어제 미룬 중요한 회의가 있는 날이라, 머리 속은 온통 회의에서 할
이야기에 대한 생각들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전철을 타러 가려면 15분 이상 걸어야 합니다.
걷는 도중 통증이 점점 심해졌지만 「나아지겠지...」하며 전철을 탔는데
웬걸, 나아지는 게 아니라 서있기도 힘들어질 만큼 더 아파왔습니다.
노약자석이 한 군데 비어 있기에 「지금은 약자니까...」하며 체면불구 앉았습니다.
때마침 걸려온 지인의 전화를 받으며 통증을 잊어 보려고 애썼지만
상대방이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알아 들을 수가 없을 정도였습니다.
그렇지만 모처럼 걸어온 전화에 아프단 말로 공연히 걱정을 끼치기 그래서
건성으로 대답하며 절로 새어나오는 신음소리를 참자니 진땀이 삐질삐질,
온몸이 서늘해지면서 몸이 들썩일 만큼 구역질조차 연달아 올라오기 시작하더군요.
환승역인 왕십리에서 내려 갈아타야 하는데 혼자서는 일어설 수가 없어
앞사람에게 부탁하여 겨우 일어선 저는, 기다시피 역사 벤치에 가 오그리고 앉은 채
그만 오도가도 못하는 지경이 되고 말았습니다.
보지 않아도, 오가는 사람들의 시선이 온몸에 와서 꽂혔지만
저마다 출근에 바쁜 사람들은 아무도 손 내밀어 주지 않았고
혼자서는 도저히 일어설 수 없었으므로, 사무실로 전화를 하여 동료에게
데리러 와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극심해지는 통증을 이를 악물고 참으며 버티었지만, 어느 순간 정신을 깜빡깜빡
잃는 것을 느끼면서 동료를 기다리는 그 시간이 어쩌면 그렇게도 긴지...
누군가 어깨를 잡아 흔들었지만 고개도 들 수 없었고
「김 선배! 김 선배!」하는 놀란 목소리를 들으며 동료들이 도착했다는 것을 알았지요.
허리를 펴지 못하는 저를 부축하여 엘리베이터를 타고 가 보려던 동료는
제가 서있지 못 하고 주저 앉아 버리자 어쩔 줄 모르고 절절 매더니
한 층을 올라가서는 안 되겠던지 도로 내려 119에 신고를 하더군요...
그 고통의 와중에서도 동료가 119에 신고하여 장소를 설명하는 것을 들으며
‘세상에........ 내가 119를 부르게 되다니.......’ 하고 저는 기막혀 했습니다.
티비에서, 신고해온 사람들을 도와 주는 119구급대의 활약상을 많이 보아 왔지만
저 자신이 그 신세를 지리라곤 단 한 번도 생각해 본 일이 없었으니까요.
티비에 나온 사람들은 무언가 특별하고, 또 특이해서 119를 부르는 것처럼
늘 생각을 해 왔었거든요.
그곳에는 벤치도 없고, 체면이고 창피고 모두 무시한 채 바닥에 웅크리고 앉아
119 구급대를 기다리는 동안 아픔을 참는 것만도 너무나 버거웠지만,
오늘 꼭 해야만 하는 회의가 걱정되어 끙끙 앓는 소리로
「나 오늘 회의 해야 하는데...」했다가 「지금 무슨 개코 같은 회의 걱정이냐」고
동료에게 버럭, 핀잔만 들었습니다.
드디어 119 구급대가 도착하고, 제가 실려 간 곳은 한양대학교 병원 응급실.
팔뚝에는 지체 없이 링거 바늘이 꽂히고, 의사와 간호사들이 번갈아 가며
온갖 질문을 하고, 방사선 촬영을 하고, 무슨 검사인가를 위해 여러 가지 방법으로
제 몸 안에 흐르는 것들을 가져 가더군요.
그러는 동안...... 고통이 점차 수그러드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12월 들어 연일 이어지는 과음으로 정신 없이 곯아떨어져 있던 한방 쓰는 이가
그러잖아도 커다란 눈을 꿈뻑이며 도착했을 즈음에는,
동료들에게 「아침부터 놀라게 해서 미안하다」고 사과를 할 수 있을 만큼
어느 정도 여유를 되찾았지요.
제가 119구급대를 부른 것을 민망해 하자 동료는 「그동안 세금 착실히 냈으니
하나도 미안해 할 것 없다」고 말하면서도, 정말 큰 도움을 받았음은 인정했습니다.
아직 앳된 청년 티를 벗지 못했지만 똘똘해(?) 보이는 의사 선생님께서는
눈에 띌 만큼 큰 돌은 보이지 않아도, 증상과 여러 가지 검사결과로 미루어 보건대
「결석」으로 추정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확인하려면 한 가지 검사를 더 해 보아야 하니 예약을 하고 가라더군요.
그토록 쥐어짜는 듯 아프던 오른쪽 갈비뼈 아래는 더 이상 통증의 신호를 보내 오지 않고
거짓말처럼 멀쩡해졌어도, 온몸은 비 맞은 빨래처럼 처질 대로 처지고, 그 틈을 타
오랜 친구인 편두통이 슬그머니 찾아왔습니다.
내친 김에 편두통약까지 처방 받아 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저는 「돌」에 대한 한 가지 생각을 떨쳐 버릴 수 없었습니다.
어째서 내 몸 안에 돌이 생겼을까...
그동안 누군가를 미워해온 나쁜 마음들이 응어리져 돌이 되어 박힌 것은 아닐까...
내게 미움 받은 이들의 아픔이 돌이 되어 나를 벌 주고 있는 것은 아닐까...
내 몸 속에, 내 의지와 상관 없이 박혀 있는 돌들을 제거하기 위해서는
내 마음 속의 미움들부터 하나씩 버려야 하는 것은 아닐까...
아직 힘은 없지만, 제가 가졌던 미움들에 대해 다시한번 생각해 보기 위해
이 글을 쓰고 있습니다.
미워하는 것은 쉬운데... 용서하는 것은 힘듭니다...
그래도 이젠, 내색하지 않았지만 여기저기 꿍쳐 두었던 내 안의 모든 미움들을
꺼내어 진심으로 사과하고, 사랑해 보려고 합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하나 더...
응급실에서 우연히 마주친, 염려과 안타까움 가득하던 어떤 이의 눈빛 하나...
영원히 잊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첫댓글 에구.. 어쩌다가 그런일이..
건강해야지요~ 일도 중요하지만 건강 늘 챙겨가며 하세요~
한 친구는 동일증상으로 고생했는데 어느날 그냥 나와서 해결됬다 하더군요.. 속히 완치 되시길..
많이 고생하셨네요. 결석이 있든, 혹은 다른 문제가 있든지, 근치이전에는 그런 증상으로 또다시 급한 상황이 생길 수도 있으니, 서둘러서 확진을 받으시길......
결석 디게 많아 아픕니다. 빨리 나으세요~
* * * 모두 염려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이젠 거짓말처럼 멀쩡합니다~^^ 119 구급대가 친절은 하던데, 그렇다고 이용하진 마세요~ 건강 조심하시구요..............
'결석'이라.... 통증이 엄청났을텐데...없앨수있는 방법을 찾아 없애야겠지요. 우연히 새긴 돌하나가 새삼 인생을 돌아보게 만드는군요.
stone. 응급실에서 지들끼리 내깔긴말...난.내가 이미 알고있는데..stone 이 아니고..rock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