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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로호
보통 강원도 화천 하면 군인과 산이 반반인 두메산골 군사 지역을 떠올린다. 그나마 산천어축제가 유명해지면서 관광지로 인식되기 시작했지만, 아직도 대부분은 화천에 뭐 볼 게 있느냐며 고개를 갸웃한다. 하지만 화천엔 그 어떤 명소에도 뒤지지 않는 볼거리가 제법 있다. 싱싱한 자연을 파고드는 산책로와 자전거길이 있고, 아픔과 희망의 역사를 만나는 물길이 흐른다. 탁 트인 풍경에서 다양한 레포츠를 즐기거나, 산이 퍼붓는 물소리에 맞춰 발을 첨벙이고 고기를 잡는 여유도 부릴 수 있다.
산 깊고 물 맑은 화천은 싱싱하다. 그 중심엔 파로호가 있다. 파로호는 화천의 높은 산과 깊은 골에 들어앉은 인공호수다. 1944년 화천댐이 생기면서 만들어졌다. 당시에는 화천호, 대붕호(大鵬湖, 위에서 내려다본 모습이 큰 새가 날개를 펼친 모습 같다)로 불렸으나, 1951년 화천전투의 승전을 기념해 이승만 전 대통령이 파로호(破虜湖, 오랑캐를 무찌른 호수)라 친필 휘호를 내리면서 이름이 바뀌었다.
파로호는 전망대에서 내려다보는 경관도 빼어나지만, 배를 타고 구경하는 맛도 좋다. 토요일과 일요일, 공휴일에 파로호 선착장에서는 평화의 댐까지 운항하는 물빛누리호가 출발한다. 잔잔한 호수를 가르는 24km 뱃길은 다람쥐섬, 비수구미 마을 등 파로호가 품은 비경을 하나씩 꺼내놓는다. 그렇게 1시간 반을 달려 평화의 댐에 도착한 물빛누리호는 뱃머리를 돌려 파로호 선착장으로 복귀한다. 평일에는 30명 이상 단체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출발하며, 주말이라고 해도 불가피하게 운항이 취소될 수 있으므로 미리 확인하는 게 좋다.
평화의 댐은 북한의 금강산댐 건설에 따라 국민의 성금을 모아 만들어졌다. 댐 위쪽은 세계 평화의 종 공원으로 조성돼 있는데, 60여 개국으로부터 실제 탄피 등을 받아 제작한 ‘평화의 종’을 비롯해 세계 각국에서 보낸 다양한 종을 구경할 수 있다.
꺼먹다리는 화천댐과 화천수력발전소가 생기면서 놓인 다리다. 상판이 검은색 콜타르 목재라서 ‘꺼먹다리’라 불리기 시작했다.
다리는 3개국의 손을 거쳐 완성됐다. 교각은 일제가 세웠고 광복 이후 러시아(옛 소련)가 철골을 올렸다. 그러다 한국전쟁 후 우리의 손으로 상판을 얹어 지금의 모습을 갖췄다. 이러한 독특한 이력과 역사성으로 다리는 등록문화재 제110호로 지정됐다. 또 건립 당시 모습을 그대로 간직해 교량사 연구에도 중요한 자료로 평가받는다.
이름처럼 까뭇한 다리 곳곳엔 오래된 시간의 흔적이 꾹꾹 담겼다. 특히 교각에는 한국전쟁 당시의 포탄과 총알 흔적이 그대로 남아 발걸음을 무겁게 한다. 상처를 입고 말없이 흐르는 강물을 바라보며 서 있는 모습에 진한 애잔함이 느껴진다.
섬 같이 홀로 뚝 떨어진 산이라고 해서 딴산이라 불린다. 실제로는 높이가 165m에 불과해 산보다는 아담한 동산에 가깝다. 주말이면 인공폭포가 바위벽을 타고 쏟아져 더위를 식히려는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 산 앞쪽 개울은 폭이 넓고 수심이 낮아 물놀이와 낚시를 즐기기 좋다.
딴산 맞은편 언덕 위에는 토속 어류 생태체험관이 자리했다. 북한강과 파로호를 비롯해 민물에 사는 다양한 토속 어류에 대해 배울 수 있다. 화천 하면 빼놓을 수 없는 산천어도 물론 전시된다. 토속 어류를 탁본으로 제작하거나 물고기의 시력이 되어 세상을 바라보는 체험도 해볼 수 있다.
‘숲으로 다리’는 꺼먹다리와 함께 화천에서 가장 유명한 다리다. 북한강에 떠 있는 3.3km의 부교로 소설 ‘칼의 노래’ 작가 김훈이 이름을 지었다. 이름대로 숲 속 길로 들어간다는 뜻인데, 다리가 끝나는 구간부터 1km가량 그윽한 숲길이 이어진다.
다리는 한 걸음 내디딜 때마다 물 위를 걷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조금만 힘차게 발을 떼도 강물의 흔들림이 온몸으로 전해진다. 이곳의 분위기를 제대로 느낄 수 있는 시간은 이른 아침과 해 질 무렵. 특히 물안개 몽글몽글 피어오르는 새벽녘 가장 수려한 경관을 이룬다.
숲으로 다리는 자전거 여행자를 위한 ‘파로호 산소 100리길’의 한 구간이기도 하다. 산소 100리길은 굽이도는 북한강변을 따라 42km에 걸쳐 조성됐다. 대부분 길이 평탄해 누구나 무리 없이 완주할 수 있으며, 호수와 주변 산자락에서 뿜어내는 상쾌한 공기에 가슴이 뻥 뚫리는 기분이 난다.
자전거 대여소는 붕어섬 입구에 있다. 신분증과 대여료 1만원을 내고 자전거를 빌리면 반납할 때 화천사랑상품권 1만원권으로 되돌려 준다. 상품권은 화천군내의 모든 곳에서 현금처럼 사용이 가능하기 때문에 사실상 공짜나 다름없다.
춘천댐 건설로 섬 아닌 섬이 되어버린 붕어섬은 지루할 틈 없는 레저 천국이다. 월엽편주(수상자전거), 카약, 카누, 레일바이크, 씽씽 카트레일카, 하늘 가르기(집라인), 자전거 등 화천의 자연을 온몸으로 만끽할 수 있는 시설을 제대로 갖췄다.
그중 가장 인기 있는 체험은 물 위를 달리는 자전거 월엽편주다. 월엽편주(月葉片舟)는 ‘달 모양의 작은 조각배’라는 뜻인데 소설가 이외수가 직접 타보고 붙인 이름으로 알려졌다. 씽씽 카트레일카도 많이 찾는다. 코레일에서 운영하는 카트레일카는 페달을 굴러 앞으로 나아가는 레일바이크와 달리 무공해 전기 동력을 이용해 육로와 철길을 동시에 달린다.
7월 25일부터 8월 9일까지는 쪽배축제가 열린다. 쪽배축제는 독특한 모양의 배를 제작해 강에 띄우는 이색적인 여름 축제다. 시원함과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화천에서 들꽃 풀잎 가득한 마을을 발견하는 즐거움도 크다. 소설가 이외수의 살아 있는 문학공간을 들여다보는 재미도, 야생적응 훈련에 열심인 귀염둥이 수달을 만나는 기쁨도 놓치면 아쉽다.
산 깊은 화천에서도 구불구불 한참을 들어가야 닿을 수 있는 감성마을은 소설가 이외수의 살아 있는 문학 공간이다. 이곳에는 그의 인생을 기록한 문학관과 강연을 위한 전통한옥 모월당, 시향 가득한 시비 산책로, 이외수 작가의 주거 공간과 집필실 등이 들어섰다.
그중 문학관은 천천히 여유를 두고 머물기 좋다. 안에는 작가의 손때가 묻은 물건과 자필 원고, 삶의 발자취가 소소하게 담긴 사진 등이 전시돼 있다. 또 소설가 이외수가 아닌 화가 이외수로서의 면모도 확인할 수 있는데, 묵을 단 한 번만 찍어 그린 물고기 수묵화나 나무젓가락을 활용한 독특한 작품 등이 여운을 남긴다.
사람 사는 집이 모여 있는 마을을 생각했다면 오산이다. 동구래마을은 들꽃이 주인인 마을이다. 집이라고는 촌장댁 한 채가 전부다. 여기에 들꽃마당카페와 화천공예공방 건물을 제외하면, 사실상 산과 물, 숲과 꽃만 남는다.
동구래는 ‘동그란’의 어원에서 유래한 말이다. 여기엔 모든 사물의 시작인 씨앗과 꽃을 상징하는 의미가 담겼다. 실제로 이곳에선 의도치 않게 씨앗이 날아와 꽃을 피우는 때가 제법 있다. 물론 이런 경우 인위적으로 위치를 바꾸기보다 씨앗이 자라는 곳을 꽃이 택했다고 생각해 내버려둔다.
마을은 찬찬히 음미하듯 둘러봐야 한다. 도시에서 보기 힘든 야생화들이 달콤하고 긴 여운을 남긴다. 뜰에 놓인 도예 작품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연못에는 팔뚝만한 잉어가 노닐고, 바로 뒤 들꽃마당카페에서는 향 그윽한 꽃차를 내놓는다. 내친김에 서오지리 연꽃마을까지 구경해도 좋다. 동구래마을과 등을 맞대고 있는 연꽃마을은 북한강을 따라 30분 정도 걸으면 나온다. 5만평이 넘는 너른 습지에 가꾼 연꽃밭이 장관이다. 7~8월에 방문하면 만개한 연꽃을 만날 수 있다.
1 목재문화체험장에서는 친환경 목재로 만든 집에서 숙박도 하고 신선한 산림욕도 하며 몸과 마음을 정화하기에 좋다. 2 목재문화체험장 교육관에서 놀이터로 이어지는 미끄럼틀 3 목재문화체험장에서는 나만의 목공품 만들기에 도전할 수 있다. |
목재문화체험장은 화천에서 나는 목재와 친해지는 공간이다. 체험장은 친환경 목재체험 주택과 친환경 목재 어린이 놀이터, 교육관 시설로 조성됐다. 교육관 1층에서는 나만의 목공품 만들기에 도전할 수 있다. 책꽂이, 메모판, 팽이에서부터 침대, 식탁, 책장에 이르기까지, 내가 원하는 품목과 크기의 제품을 자유롭게 만들 수 있어 매력적이다.
2층은 놀이체험장으로 꾸며졌다. 불 번쩍이는 화려한 장난감 대신 친환경 나무로 만든 블록을 쌓고 조립하면서 따뜻한 감성과 감각을 깨울 수 있다. 교육관 출입구 앞은 목재 놀이터가 차지했다. 나무 미끄럼틀과 그네 등이 소박한 즐거움을 준다. 바닥에는 우드칩이 두껍게 깔려 아이들이 뛰어놀기 좋다.
목재문화체험관은 편백과 소나무, 은행나무 등 다양한 목재를 사용해 축조된 총 12동의 숙박시설도 운영한다. 2인실부터 8인실(최대 10인)까지 다양하게 마련되어 커플부터 가족까지 부담 없이 머무를 수 있다. 1박 숙박요금은 8만원에서 14만원 사이다.
2015년 5월 정식 개관한 산약초마을은 화천군 상서면 봉오리 골짜기에 은둔한 힐링 마을이다. 36만㎡(약 10만평) 부지에 약초탐방로, 풍욕장, 테라피 센터, 산약초 재배단지 등이 갖춰져 있으며 이를 기반으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약초탐방로에서는 특별한 산책이 기다린다. 해설사와 나지막한 산길을 걸으며 삼지구엽초, 눈개승마, 산마늘 등 철철이 자라는 약초를 배우고 직접 캐는 체험도 해볼 수 있다. 숲 한쪽에는 나무로 만든 자그마한 집 두 채가 있는데 풍욕장이다. 풍욕(風浴)은 말 그대로 바람 목욕을 말한다. 이곳에서는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는 맨살 풍욕을 경험할 수 있다.
테라피 센터에서는 천궁, 당귀 등 약초 끓인 물로 족욕을 하거나 약재 증기로 몸을 데우는 좌훈으로 피로를 풀 수 있다. 또 톱밥발효사우나와 구들장 찜질, 반신욕 등도 준비돼 있는데 모두 몸속 노폐물 제거에 도움을 준다. 특히 톱밥발효사우나는 전기나 가스에 의한 인위적인 열이 아닌 톱밥과 미생물들이 내는 자연발효열로 찜질하는 것으로 독소 배출에 좋다고 알려졌다.
족욕(30분)·좌훈(30분)·반신욕(30분)·찜질(2시간) 체험은 각각 어른 1만원, 청소년 8000원, 어린이 5000원이다. 4가지 시설을 모두 이용할 경우 통합티켓(어른 3만원, 청소년 2만원, 어린이 1만원)이 더 저렴하다. 톱밥발효사우나 체험 시간은 15분으로 어른 1만5000원, 청소년 1만3000원, 어린이 1만원이다. 자연 발열 찜질인 만큼 열 관리가 중요하므로 예약하는 게 좋다.
파로호를 끼고 있는 화천 간동면에는 한국수달연구센터가 있다. 이곳에서는 멸종위기종 1등급인 수달의 보존과 증식을 위한 연구가 활발히 이뤄진다. 또 다치거나 어미를 잃어 구조된 수달을 보호하는 역할도 담당하는데, 이들은 야생적응 기간을 거쳐 자연으로 돌려보낸다.
수달에게 먹이 주는 시간에 맞춰 센터를 방문하면 수달을 직접 만나볼 수 있다. 수달은 야행성으로 보통 오후 4시 전후에 활동을 시작하고 첫 끼니를 해결한다. 한 가지 기억해둘 것은 일반 동물원처럼 전시하듯 수달을 가둬둔 것이 아니므로 상황에 따라 못 볼 수도 있다는 점이다.
연구센터 앞으로 조그마하게 공원이 조성돼 있고, 그 안에 5개의 수달사가 마련돼 있다. 각 수달사에는 1마리 또는 2마리의 수달이 산다. 관찰 데크는 최대한 수달이 방해받지 않도록 만들어졌다. 일정한 장소에 배설하는 습성이나 먹이(메기 등 물고기)를 먹고 유연하게 헤엄치는 모습 등을 엿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