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나기 어려운 피아니스트를 만나는 기쁨에 설레었던 시간
선우예권이 국립 슬로박 필하모닉오케스트라와 함께 천안에서 연주회를 한다
지난해 임윤찬의 우승으로 전 세계가 들썩거렸던 반 클라이번 콩쿠르에서
먼저 우승한 피아니스트가 바로 선우예권이다
4년마다 열리는 콩쿠르에서 코리아 피아니스트에게 연속으로 1등 주기를 꺼리면 어쩌나 하는 불안감이 있었다고 한다
거기에 우크라이나 음악가에게 동정점수가 더해지면 더 불리할 텐데 하는 염려까지.
하지만 임윤찬의 역량이 워낙 뛰어났기에 당연히 1등 상을 받을 수 있었다고 한다
임윤찬 보다 먼저 반 클라이번 콩쿠르에서 우승한 선우예권은
무려 8번이나 국제 콩쿠르에서 1위를 한 국내 최다 기록를 갖고 있다고 한다
이번에 슬로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함께 협연을 하는데 연주곡 중에 기대되는 곡이 들어있다
라흐마니노프의 '파가니니 주제에 의한 랩소디 작품 43'
이제까지 가장 많은 작곡가들이 주제를 가져다 사용한 곡은 바로 파가니니의 곡이라고 한다
음악을 듣다보면 ' 파가니니의 주제에 의한'이란 부제가 붙은 곡이 참 많았던 기억이 있다
어렵기로 유명해 피아니스트의 무덤이라고 불리는 곡을 쓴 라흐마니노프가
악마의 바이올리니스트라 불리는 파가니니의 곡을 가져다 담았으니
얼마나 어려운 곡일지는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귀로만 듣는 감상이 아닌
눈으로 즐기는 콘서트관람은 그야말로 눈과 귀가 호사하는 시간이다
누군가 익살스레 라흐마니노프의 곡을 연주하는 손가락 모습을 표현한 것이 정말 실감 났다
거기에 망치로 두드리듯 연주한다는 베토벤의 연주모습까지 오버랩되면서
그야말로 눈이 동그래지고 숨은 턱턱 막히고 온몸이 긴장을 풀지 못하고 이 연주모습을 지켜봤다
멜로디의 현란함과 강렬함에 절로 두 손이 모아진다
이번 슬로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의 연주 목록 중엔 '세계초연'이라는 설명이 붙은
알렉세이 쇼어의 '피아노와 오케스트라를 위한 여행노트'라고 곡이 있다
참 독특하고 음악이 이렇게 재미있구나 하는 걸 느끼게 해 준 곡이다
작곡가 알렉세이는 우크라이나에서 태어나 현재 뉴욕에 정착해 살고 있는데
알렉세이가 원래 수학박사였다는 사실이 이채롭다
2012년부터 클래식 음악작곡에 매달렸는데
이곡은 여행노트라는 제목이 말해주듯
로마 바르셀로나 파리 베스트 등 작곡가가 방문한 도시들에서 받은 영감을
음악으로 표현했다고 한다
선우예권은 새로운 곡을 연주하는 것을 매우 즐기는 음악가라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었는데
이곡 역시 새로움에 도전하는 피아니스트의 의지가 담겨있는 듯하다
연주를 마치고 그칠 줄 모르는 박수소리에 커튼콜을 몇 번이나 반복하다가
앙코르를 시작하는데
첼리스트 중에 한국인을 향해 손짓하니
안녕하세요 하며 인사를 한다
오늘 무대에서 들린 음악이 아닌 최초의 사람목소리다
그러면서 앙코르곡은 슬로바키아의 발레곡이라는 설명으로 또한번 박수소리 쏟아진다
이 앵콜곡은 아마도 현대발레곡인 듯하다
백조나 요정 혹은 지젤의 우아한 동작이 아닌 통통 튀거나 달려 나오는 경쾌한 동작이 많은 것 같다
슬라브족 특유의 발랄한 춤이 연상된다
선우예권과 슬로박 필하모닉이 보여준 멋진 음악회로 겨울밤이 더욱 깊다
뉴욕 록펠러센터 앞의 거대한 트리보다 더 화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