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타코, 브리또 말고, 멕시칸 샌드위치 세미타NYC Bride 2013.10.16 멕시칸 샌드위치, 세미타 Cemita's
미국인들의 멕시칸 음식 사랑은 지극하다. 최근에는 한국에도 이태원, 가로수길을 중심으로 점점 타코, 브리또 레스토랑이 많아지고 있는 추세고, 한국에서 해방촌에 잠시 살 때나 역시 외국 친구들이나 남편을 따라 많이 가곤 했다(생각해보니 어린 시절 TGIF 같은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퀘사디아를 먹기도 했다). 하지만 토종 한국 입맛을 가지고 있는 나와 (최대한 나의 음식메뉴를 존중하고 있는) 미국인 남편이 유일하게 동의하지 못하는 레스토랑이라면 아마도 이러한 브리또, 타코 레스토랑이었을 것이다. 대부분 나는 얼굴 만면에 가짜 스마일을 하고 ‘그럼, 좋지! 가자!’하고 친구들의 뒤를 억지로 따라가곤 했던 것이다. 남편과 연애를 할 때 어느 순간 이를 깨달은 예민하지 않은 남편이 드디어 말문을 열었다. “생각해보면 너는 멕시칸 레스토랑이랑 햄버거, 미국 피자집은 먼저 가자고 하지 않는 것 같아.”
나이가 들면 들수록 한국음식 사랑이 깊어지기 마련이니 먼저 햄버거나 피자를 먹자고 제안한 적이 없기도 했지만, 회사 야식으로 주로 이용했던 햄버거와 피자를 굳이 데이트용으로 먹을 필요가 없기도 했다. 하지만 멕시칸 음식은 조금 달랐다. 정말 별로 좋아하지를 않았던 것이다. 나의 주장은 이렇다. “나는 한국인이라 그런지 빵과 밥을 함께 먹는다는 건 이치에 어긋나는 행동이라고 생각해! 빵 안에 밥이라니! 반칙이야!” 그러면 남편이 얘기한다. “그럼 브리또만 먹지 않으면 되지.” 그래서 나는 주로 타코만 먹었다.
하지만 미국으로, 뉴욕으로 이사 온 관계로 나는 멕시칸 푸드를 더 이상 피할 수 없었다. 정면으로, 마주해야 한다! 특히 길거리 음식으로, 이러한 타코, 브리토 등은 더 이상 피할 수 없는 미국의 인기음식. 결국, 남편과 나는 ‘세미타(Cemita)’라는 멕시칸 샌드위치를 찾아냈고, 드디어 나는 남미음식에 관심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일단 빵부터 다르다. 토르티야를 쓰지 않는다.
다른 쪽 단면에 있는 것은 아보카도, 과카몰레 소스. 원하면 핫소스도 있다. 하지만 이미 매콤한 치폴테 닭고기를 선택해서 핫소스는 패스.
이런 단면을 가지고 있는 체미타, 안에 들어가는 채소와 치즈들은 기본, 거기에 고기스타일을 정하면 된다. 세 가지의 고기 중 하나를 판매하는데, 프라이드치킨, 치퐅레(Chipotle)치킨, 그리고 앵거스 바바코아.
치퐅레(Chipotle)-미국에 있는 유명 멕시칸 음식 체인점의 이름이기도 한데, 치퐅레는 멕시칸 스타일 고추를 일컫는다. 따라서 치퐅레치킨은 멕시칸 스타일의 매운맛 치킨. (고추장에 잘 저민 매콤한 양념치킨의 맛이라고 해야 할까)
빨간색 고기가 치퐅레. 그리고 검은색 고기가 앵거스 바바코아. 그리고 앵거스 바바코아는 미국의 검은 앵거스 비프를 가지고 오랫동안 바비큐로 익힌 고기로 치킨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면 이 메뉴를 선택하면 된다. 하지만 세미타는 치킨 맛이 최고인 것 같다. 내가 선택한 샌드위치는 치퐅레 치킨이었는데 구입한 후 나중에 프라이드치킨을 만드는 장면을 보고 후회했다.
너무나 맛있게 튀겨진 저 프라이드치킨. 이러니 내가 후회할 수밖에. * 자, 세미타를 주문하는 방법은 아래와 같다.
메뉴를 자세히 살펴보면, 맨 위에 매콤한 치퐅레 스프레드(매콤한 멕시칸 소스) 그리고 파팔로(papalo)라고 불리는, 때로 볼리비아고수라고도 불리는 허브, 아보카도, 피클 양파, 멕시칸 치즈, 토마토, 양상추, 그리고 PROTEIN(고객이 선택하는 고기), 마요네즈, 그리고 블랙빈(검은콩)을 스프레드로 넣는다.
특히 나는 여기에 들어가는 것 중 멕시칸 치즈가 정말 맛있었다. 그들은 이를 Oaxacan Cheese라고 부른다. Oaxaca는 멕시코의 지역 이름이라고 하는데, 모짜렐라 치즈처럼 쫄깃한데 보다 질긴 맛이 있어 씹는 느낌이 재밌다. 동네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스트링 치즈 같은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이게 잔뜩 들어가 있어서 빵과 고기가 따뜻할 때는 모짜렐라처럼 녹고 조금 식을 때는 쫄깃하게 먹을 수 있다.
* 바로 위 사진 : Cemita’s 사이트. 잔뜩 올라가 있는 게 바로 멕시코산 치즈.
하지만 무엇보다 세미타라는 이름을 만든 건, 저 햄버거 번처럼 생긴 세미타 롤이다. 이 빵은 계란이 잔뜩 들어간 도우로 만들어지는데, 겉은 바삭하고 속은 부드럽다. 그리고 밖에 뿌려져 있는 참깨가 고소하다. 미국 가정에서 만들 때는 일반적으로 남미 마켓에서 구입하거나, 혹은 햄버거 번으로 대체해서 사용하곤 한다. 실제로 맛도 브리오슈와 햄버거 번의 중간맛 정도.
멕시칸 푸드 하면, 타코, 브리또, 퀘사디아만 떠올리는 건, 한국 음식 하면 비빔밥, 불고기, 갈비만 떠올리는 것과 같은 일일 것이다. 나 역시 점차 세계 음식에 마음을 열기 시작했다. 특히 미국에서 새로운 남미음식에 눈을 떠가는 중. 멕시코 푸에블라 지방에서 시작되었다는 길거리표 샌드위치 세미타부터 이제 시작이다.
아저씨의 현란한 샌드위치 만드는 솜씨를 보는 것은 또 하나의 묘미. 딱히 그리 빠르지도, 딱히 그리 완벽하게 일하시지도 않는데 행복한 남미인들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 신이 난다.
가격 9달러(1만원~1만 1천원)
위치 1) 브루클린 이스트 리버파크(토요일 11시~6시): 윌리엄스버그 90 Kent Ave. (between 13th st & Franklin St) Brooklyn, NY11211
2) 브루클린 브리지 파크(일요일 11시부터 6시): 덤보 Brooklyn Bridge Park at Pier 5
윌리엄스버그의 이스트 리버파크
덤보 브루클린 브리지 파크
p.s 많은 분들이 '치폴테'라는 제 남편의 발음에 대해 문제제기를 해주셨습니다. 그냥 고칠 수도 있겠으나, 저희들이 잘못 알고 있는 부분이었다는 점을 확실하게 해야할 것 같아서요. 왜 '치폴테'냐 하고 남편에게 물어보는 장면이 있었는데요. 남편과 그의 친구들은 보통 그렇게 발음을 해왔다고 합니다. 그들에게도 외국어이니까 서로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제가 원고를 쓰기 전 발음기로 확인했을 때는 그것이 스페인어 발음이었기 때문에, 미국인들은 그러지 않는가보다 했던 부분이 있었읍니다. 이를 정정하고요. 대부분의 사람들이 치퐅레로 읽는다고 하고, 그게 사실 맞는 발음이겠죠. 충고 감사드립니다. 또한, 멕시코를 남미로 넣는것에 대한 문제 제기도 있었습니다. 아마, 음식을 정확하게 분류하는 것에 대해서 멕시코를 남미음식으로 밀어넣는 것은 무례한 일일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제 의도는 멕시칸 음식을 비롯한 북미 이남의 음식을 구분하려던 것이었습니다. 북과 남의 구분으로 생각해주시면 감사드리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