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레시피
鄭 雲 慈
굴소스 한 스푼 잘 저어 줘요
그대 식탁에 올려 드릴,
굵고 퍽퍽한 그것을 써는 동안
그대를 발목 잡던 빨판
흔들리는 불신의 대가리
내가 당신께 줄 건 붉음밖에 없어요
양파껍질로 훌훌 벗겨 낸
눈물이 자작자작 졸아들어
먹물주머니까지 말랑해질 때까지
불을 끄고 눈을 감아요
비리지 않게,
뿌리도 버려요
시커멓게 우려낸
식은 눈웃음도 지우고
심장을 찬물에 담가요
오징어 긴 다리로 건너오는 당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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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살이에는 언제나 정도, 적정선이란 것이 있다.
요리에 레시피가 필요하듯 우리 삶에도 그러하다.
요리를 하다보면 재료가 다 들어갔지만 맛이 안날 때가 있다.
그것은 바로 정성이 부족해서라고 말하는 이가 많을 것이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비율과 타이밍이다. 아무리 값 비싸고
영양가 좋은 재료라 해도 들어가야 할 적정량이 있다.
양념도 처음부터 아님 중간 아님 마지막에 넣을 것인지
불 조절은 어찌 해야 하는지 등등
화자는 사랑을 요리에 비유한다. 줄 것이 붉음밖에 없다는 시인,
그 사랑의 깊이를 가늠해본다. 어디 이성간의 사랑뿐이랴!
누군가를 사랑하다는 일은 찬물에 심장을 식히듯 어렵지만 메마른
가슴에 촉촉한 단비를 뿌리는 일이다. 자녀들을 양육하는 것도 역시 가장
난이도가 높은 사랑법이 필요하고 세상을 안고 사는 일 역시 그러하다.
오징어 긴 다리로 느물느물 건너오는 당신! 당신은 영 조심스럽다.
하, 미끌미끌 느물거리는 고놈, 얼큰한 찌개로 할까?아니 눈물이 핑 도는
볶음으로 할까? 사랑이란 그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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鄭雲慈 시인/
2013 계간문예 <다층> 봄호로 2회 추천 완료
다층동인, 다층문학회, 한국작가회의 양주지부 회원
수채화가
기사입력 : 2015-1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