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 여년전, ‘청수원’이라는 소설집을 낸 적이 있다. ‘청수원’ 제목의 중편 소설과 9 개 정도의 단편 소설을 묶었다.
책을 낸 계기는, 인터넷이다. 일하다가 재미로 글을 써서 올린 것이 출판사 눈에 띤 모양이다.
처음에는 좋았다. 교보문고에서 소설 순위 2 위까지 갈 정도였고, 지방신문에 소개가 되었으니.
그러나, 후회 했다. 상실감이랄까. 연을 날리다가 연줄이 끊겨 어딘가로 날아가 버린 것 같은.
게다가, 창피했다. 책을 내고 나서 내가 쓴 글들의 단점들이 보였다. 다시 회수 할 수도 없었고. 이미 내 글은 나를 벗어나 있었다.
출판사에서 더 찍자고 해도 난 거절했다.
더 귀찮은 건, 지역 문인들이 나를 술자리에 초대하는 것도 있었다.
어떻게 알았는지, 청수원 술집에 사람들이 찾아온다고 술집 여주인의 항의도 있었다.
난 청수원 술집에 대해서는 어디에도 말한 적 없었다.
책을 낸 후로도 글쓰기는 내 일상처럼 계속되었다. 단 아내가 죽은 후 몇 년은 쓰지 않았다.
요즘 다시 글쓰기를 한다. 전의 글쓰기와 달라진 걸 느낀다. 아내가 있을 때의 글쓰기와 아내가 죽은 다음의 글쓰기는.
지금의 글쓰기는 같은 주제라도 다르다. 과거에 써 놓았던 글을 다시 올릴 때도 있는데, 그때는 다시 조립한다.
과거가 새로 재 조합된다는 것을 느낀다.
그런데, 그 과거가 과거가 아니라 현재처럼 생각된다. 마치 포토샵의 레이어 작업의 한 장 한 장이 겹쳐서 현재가 되는 것처럼.
요즘 행복하다. 매일 연을 날린다. 바람에 날아오르는 연은 항상 자유롭다.
연줄이 끊어져 날아가면, 새로 연을 만들면 된다. 책을 내서 내 손을 떠나 버린 도저히 찾을 수 없는 연은 더 이상 아니다.
이제 책을 내지 않는다. 가끔 책을 내라는 사람들이 더러 있지만, 그럴 생각은 전혀 없다.
책을 내려고 마음 먹는다면, 써 놓은 글들이 천개는 넘을 것 같으니, 열권도 넘게 만들 수도 있지만.
글을 쓰면 페이스북과 밴드와 내가 장사하는 카페 세군데에 올린다.
그 중 페이스북이 제일 재밌다.
마치 가수가 공연하는 기분이랄까. 관객들의 반응을 즉시 알 수 있고. 악플이 달리면 바로 욕도 해 줄수 있고.
마치 내가 사람들 앞에서 신나게 연을 날리는 기분이다.
잘못되면 즉시 수정이 가능하고, 내가 잘못 생각한 것도 알 수 있고.
혼자 노래하면 재미가 없어 지치지만, 가수가 공연을 한다면 관객들과 공감하고 호흡하고 같이 즐거워할 수 있듯이.
순간순간 떠오르는 생각들이 애드립이 되어 즉시 표현도 할 수 있고.
나는 글을 쓰는 가수가 되었다.